[김수종 칼럼] 중국 자동차 1억대

지역내일 2011-12-20

김수종 언론인·전 한국일보 주필

중국에서 나오는 통계치는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할 만큼 천문학적이다. 신경보(新京報)는 최근 공안부 교통관리국의 통계를 인용하여 11월 기준으로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가 1억400만대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소나타 1억대를 한 줄로 연달아 세우면 지구를 12바퀴 도는 거리가 된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2억4000만대)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보유국이 되었다.

세계 전체의 자동차 대수가 약 10억대라니 중국은 그 10%를 차지한 셈이다. 자동차 시장 규모로서도 중국은 명실공히 G2국가 답다.

자동차 하면 미국이었다. 지난 100년 간 자동차의 생산과 소비에서 미국을 따라갈 국가는 없었고, 특히 미국 시장을 무시하고는 자동차 생산국의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틀이 깨지고 있다. 2010년부터 신차 판매량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5000만대 늘어났고, 앞으로 10년 안에 1억대가 증가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역사를 보면 자동차 소비는 비가역적이다. 한번 맛들이면 포기할 수 없다. 중국인들도 미국인처럼 풍요롭게 살고 싶어 한다. 경제 발전과 자동차 보유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유추해 볼 때 '중국 보유 자동차 10억대'는 공상만은 아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지 한 세대 만에 이뤄놓은 중국의 경제 발전은 세계 문명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고, 자동차 소비 국가로의 도약은 그 상징이라 할 만하다. 지하에 묻힌 덩샤오핑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자동차 소비 증가가 한정된 자원인 석유를 급격히 고갈시킬 것이란 우려다.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작년 기준으로 하루 원유 900만배럴을 소비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10%를 넘었다.

미국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보유국으로

중국은 석유 자원 개발에 무척 뒤떨어진 나라였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서구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대량 석유생산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952년 중국의 석유 생산은 하루 5200배럴밖에 되지 않았다.

석유의 중요성을 인식한 마오쩌둥의 공산당 정권은 석유자원 개발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기술도 장비도 없었다. 당시 공산주의 형제국인 소련으로부터 기술 장비 인력을 공급받아 서역에서 유전을 개발했지만 기대했던 대로 석유가 나오지 않자 중국 기술진들은 석유생산에 비관적이었다.

이런 비관론 속에 중국을 흥분시킨 것이 만주의 다칭(大慶) 유전의 발견이다. 그렇지만 개발은 험난했다. 소련과의 이념투쟁으로 소련이 장비와 기술 인력을 모두 철수해 버렸기 때문에 중국은 거의 맨손으로 다칭유전을 개발하면서 '석유자급'의 필요성을 뼈에 사무치게 절감했다. 1960년 대 중반 홍위병 사태로 중국이 대혼란에 빠졌을 때도 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군사를 동원해서 이 유전을 지킬 정도였다.

1971년 키신저의 비밀 중국 방문으로 촉발된 미중 수교는 중국의 경제, 특히 석유산업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부총리 덩샤오핑(鄧小平)은 그 동안 공산당 정권이 추구해온 자급자족 경제가 중국이 살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산업현대화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들여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과 장비를 도입할 외자가 없었다. 낙후된 중국은 세계 시장에 내다팔 게 없었던 것이다.

1975년 덩샤오핑은 '석유 수출'이라는 답을 내놨다. "수입하기 위해서는 수출해야 한다.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이 석유다. 될 수 있는 한 석유를 많이 수출해야 한다."

세계의 공장, 석유 수요 폭발

1978년 덩샤오핑이 정권을 장악하자 개혁 개방 정책을 천명했고, 그 중심에 석유 산업이 있었다. 석유를 일본에 수출했다. 당시 오일파동으로 중동 석유 수입을 줄이려는 일본의 전략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지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란 별명을 얻었고, 그 에너지원으로서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5대 석유 생산국이지만, 이미 1993년부터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넘쳐나는 달러를 갖고 세계 곳곳에서 석유자원 확보에 나섰고 그 영향은 국제원유시장을 흔들고 있다.

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이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13억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풍요롭게 살려면 현재 세계 석유공급량을 다 독차지해도 모자랄 판이다. 자동차 시장의 매력과 석유고갈의 공포, 이게 우리의 미래에 던지는 중국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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