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미일이여, 대북정책을 ‘리셋’하라

지역내일 2011-12-23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한의 절대 권력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는 동북아에서 두 가지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하나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북 인식에 '수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한-미-일은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에 방점을 뒀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한다는 계념계획(혹은 작전계획) 5029와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은 김정일 사후의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남방 3각 동맹의 강압적인 한반도 현상변경 계획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우려를 자극해 북-중-러 3국의 결속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정작 김 위원장 급서라는 돌발사태가 발생했지만, 우려(혹은 기대)했던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이 북한에게 직간접적인 조의를 표하고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안정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 내용과 의도에 있어 차이점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5개국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이 모두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를 '리셋(reset)'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역설은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북한에서 권력 전환이 제일 먼저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 왕성한 활동이 보여주듯 향후 몇년간은 권좌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는 내년에 대선이나 권력 이양이 예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대북정책의 새로운 모색은 201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북 급변사태는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것

그러나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 체제의 등장은 북한을 둘러싼 국가들, 특히 한-미-일로 하여금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북한의 새 정권과 초기에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할 것인지 큰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일단 김정은 정권이 먼저 한-미-일에게 손을 내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고(故)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추모 국면이 계속될 것이고, 내부적인 체제 정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김정은은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 먹는 세상", 즉 강성대국을 조속히 실현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인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유훈인 동시에 정당성과 업적이 부족한 김정은이 빠르게 정권 안정화를 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한-미-일은 바로 이 점을 포착해 김정은 정권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우선 북한과의 양자 대화와 함께 6자회담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김정일 사망 직후에 뉴욕 채널을 가동해 북한과의 접촉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나가 1년째 검토 중인 대북 식량지원을 하루 빨리 결정하고 북미 고위급 대화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도 북한의 행동 변화를 대화와 인도적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화와 접촉을 통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미-일 간에 상호 조율된 대북 포용은 공동의 이익인 한반도 안정화와 김정은정권과의 신뢰 구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세 나라 내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그의 돌발적인 죽음이 새로운 기회를 잉태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회를 마냥 기다려서는 안된다. 한-미-일 3국이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찾으려 한다면 기회의 창은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할 계기 삼아야

며칠 앞으로 다가온 내년에 기회의 창을 여는 데 성공한다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지 20년이 되고 한반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새로운 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은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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