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 │역사에 사랑을 묻다] 한국문화와 사랑의 계보학

지역내일 2011-11-18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남녀가 서로 정을 들이어 애틋하게 그리는 일. 또, 그 애인'으로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사랑을 사전처럼 단순명료하게 단정 짓기는 어렵다. 저자의 말처럼 사랑은 흔히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거나 '여성들의 일'로 폄하되어 왔으며, 진지한 사유나 학문적 논제의 대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의 역사에서 열정, 사랑, 욕망, 성과 같은 주제가 독자적으로, 그리고 심도 있게 고민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에 대한 의문이 저자가 이 책을 저술되게 된 시발점이자 풀고자 하는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역사(특히 문학)를 통해 보는 사랑의 역사에 관한 책으로, 현재와는 다른 문학작품 속 당시의 시대상과 사랑의 풍속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사랑이라는 환상 또는 이데올로기

이 책은 크게 1부 '전근대 사랑의 서사'와 2부 '근대, 구성되는 사랑의 역사'로 전근대와 근대 두 시대로 나누어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랑의 판타지를 중심으로, 2부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1부에는 전근대 시대라 할 수 있는 조선후기까지의 문학 속에 나타나는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근대 사랑의 서사'에서는 유교라는 인간의 욕망을 억압하는 금기의 기제 안에서 어떻게 풍류라는 개념이 존재 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유교 경전의 하나인 『시경』을 동양적 사랑의 모본(母本)으로 보고 동양의 전통문화에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원형적 이미지를 찾고자 했다.

남녀가 유별하고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도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은 언제나 존재했다. 조선시대 여러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판타지를 통해 현실세계에서는 억압받고 표현 못했던 것을 문학이란 도구를 통해 표출하여 현실의 결핍을 보상 받고자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해 현실세계를 비판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2부 '근대, 구성되는 사랑의 역사'에서는 20세기 초 일본과 서구에서 유입된 사랑과 연애에 대한 새로운 관념들이 우리 사회에 일으키는 변화들을 서술하고 있다.

20세기 초 조선에 등장한 '연애'라는 용어는 성, 사랑, 결혼을 구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유입되었음을 알린다. 조중환의 일본소설 번안작 『장한몽』 일명, '이수일과 심순애'에서는 자본주의라는 사회경제적 생산양식이 아시아 문화로 급속히 유입되면서 물질의 힘이 사랑에 대적하기 시작한다.

또한 조선에 들어온 엘렌 케이, 구리야가와 하쿠손과 콜론타이의 연애론을 소개하고 이들 연애론이 근대 조선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자유연애결혼과 식민지 조선에 등장한 정사(情死) 현상, 기생의 쇠퇴와 카페여급의 부상 등 문학작품과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를 통해 보는 근대 조선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변화와 시대별 연애론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사랑의 계보

사랑은 과거부터 꾸준히 문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다. '역사에 사랑을 묻다'는 그러한 사랑을 주제로 한 책으로, 제목처럼 한국의 역사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어온 사랑의 계보를 추적하고자 했다.

이 책을 보면 일부일처제가 자리 잡게 된 배경, 자유연애 결혼이 등장한 시기, 우리나라 역사 속 동성애 등 평소 연애와 사랑의 역사에 있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문학이 재현하고 있는 그 시대 사람의 연애에 대한 상상과 그 이상으로부터 어긋나는 불완전한 사랑의 풍경도 살펴보고자 하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사랑의 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 한다. 사랑의 역사에 대한 탐색은 현재의 사랑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며, 더불어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숲 / 서지영 지음

유미예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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