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012년 대내외 리스크요인' … 상환 개시금액 21조원
만기연장 안되면 부실가구 급증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

금융감독원이 최근 작성한 '2012년 대내외 리스크요인' 보고서에서 첫 번째 대내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 심화'를 꼽은 것은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는데다 대출구조도 취약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거시경제 악화로 부실가구 1.7~3.3%p 증가 예상 =금감원은 특히 2006년 부동산 활황기에 증가했던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이 개시되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 분할 개시금액은 2010년 6조8000억원에서 올해는 16조6000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내년에는 2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감원이 2010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활용해 스트레스테스트한 결과 분할상환 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종료되고 원금분할상환을 개시할 경우 원금부담으로 인한 추가 부실가구는 1.9%p(9.2%→11.1%) 증가하고, 일시상환 부동산 대출 중 10%가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신규 부실가구가 7.8%p(9.2%→17.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적용한 부실가구 개념은 소득이나 담보대출 등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가구당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다. 당장 현금 흐름만으로는 최저 생계조차 곤란한 가구가 100곳 중 9곳 이상인데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까지 더해지면 이 비율이 100가구당 17가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이 매년말 새해 대내외 리스크요인을 발표하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설명회까지 개최했던 것과 달리 올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처럼 테스트 결과가 예상보다 나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업률 상승, 주택가격 하락, 물가상승 등 거시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능력 감소도 금감원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가계소득 및 보유자산이 감소하면 원리금상환부담이 늘고 개인파산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가계소득 감소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신규부실가구 증가규모는 1.7%p~3.3%p, 금융권 손실 예상액은 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는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파급효과를 따져보는 것"이라며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부실가구가 급증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만으로는 생활이 부족해 비은행권에서 생활비 용도로 대출을 받는 저소득층이 증가하는 등 저소득·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감원도 우려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 =금감원이 꼽은 두 번째 대내 리스크요인은 '비은행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이다. 리스크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자산이 증가해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거래비중이 높고 저신용층으로의 신용등급 전이율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내재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실제 보고서에서 인용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에 따르면 올 8월말 기준 비은행 금융회사의 저신용자(7~10등급) 대출 비중은 29.8%에 달했다.
보고서는 물가불안 및 전세난 등으로 저신용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비은행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비은행 금융회사는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축소시켜 서민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 악화는 관련 금융회사의 연쇄부실로 전이되면서 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세 번째 대내리스크로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를 꼽았다.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경기도 지속적인 하방압력에 노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둔화와 함께 물가상승이 동시에 현실화될 경우 스태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은 실질소득 감소와 가계 상환능력 약화를 야기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성장-물가 딜레마로 거시경제정책의 유효성은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도 대내 리스크요인으로 꼽혔다. 건설경기 및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권 부실채권비율과 연체율이 상승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특히 올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9.1%, 신용대출 증가분의 15%이상이 전세자금 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회수율이 낮은 신용대출 특성상 전세자금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회사의 손실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이밖에 '자본유출입 및 환율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대내 리스크요인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의 영향은 반영하지 못했다.
◆사회적 책임요구 증가로 비용상승 =대외 리스크요인으로는 '유로존 재정위기 심화', '미국 경제 침체 우려', '글로벌 금융부실 심화',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 둔화', '미 달러화 가치 변동성 증대', '금융 역할에 대한 사회적 갈등 증대'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높아지면서 내년에도 금융의 과도한 이익추구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에 따른 금융회사의 비용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은행의 순이자마진 축소 또는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 요구 등 금융회사의 이익축소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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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연장 안되면 부실가구 급증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

금융감독원이 최근 작성한 '2012년 대내외 리스크요인' 보고서에서 첫 번째 대내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 심화'를 꼽은 것은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는데다 대출구조도 취약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거시경제 악화로 부실가구 1.7~3.3%p 증가 예상 =금감원은 특히 2006년 부동산 활황기에 증가했던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이 개시되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 분할 개시금액은 2010년 6조8000억원에서 올해는 16조6000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내년에는 2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감원이 2010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활용해 스트레스테스트한 결과 분할상환 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종료되고 원금분할상환을 개시할 경우 원금부담으로 인한 추가 부실가구는 1.9%p(9.2%→11.1%) 증가하고, 일시상환 부동산 대출 중 10%가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신규 부실가구가 7.8%p(9.2%→17.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적용한 부실가구 개념은 소득이나 담보대출 등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가구당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다. 당장 현금 흐름만으로는 최저 생계조차 곤란한 가구가 100곳 중 9곳 이상인데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까지 더해지면 이 비율이 100가구당 17가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이 매년말 새해 대내외 리스크요인을 발표하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설명회까지 개최했던 것과 달리 올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처럼 테스트 결과가 예상보다 나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업률 상승, 주택가격 하락, 물가상승 등 거시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능력 감소도 금감원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가계소득 및 보유자산이 감소하면 원리금상환부담이 늘고 개인파산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가계소득 감소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신규부실가구 증가규모는 1.7%p~3.3%p, 금융권 손실 예상액은 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는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파급효과를 따져보는 것"이라며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부실가구가 급증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만으로는 생활이 부족해 비은행권에서 생활비 용도로 대출을 받는 저소득층이 증가하는 등 저소득·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감원도 우려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 =금감원이 꼽은 두 번째 대내 리스크요인은 '비은행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이다. 리스크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자산이 증가해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거래비중이 높고 저신용층으로의 신용등급 전이율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내재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실제 보고서에서 인용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에 따르면 올 8월말 기준 비은행 금융회사의 저신용자(7~10등급) 대출 비중은 29.8%에 달했다.
보고서는 물가불안 및 전세난 등으로 저신용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비은행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비은행 금융회사는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축소시켜 서민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 악화는 관련 금융회사의 연쇄부실로 전이되면서 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세 번째 대내리스크로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를 꼽았다.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경기도 지속적인 하방압력에 노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둔화와 함께 물가상승이 동시에 현실화될 경우 스태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은 실질소득 감소와 가계 상환능력 약화를 야기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성장-물가 딜레마로 거시경제정책의 유효성은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도 대내 리스크요인으로 꼽혔다. 건설경기 및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권 부실채권비율과 연체율이 상승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특히 올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9.1%, 신용대출 증가분의 15%이상이 전세자금 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회수율이 낮은 신용대출 특성상 전세자금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회사의 손실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이밖에 '자본유출입 및 환율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대내 리스크요인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의 영향은 반영하지 못했다.
◆사회적 책임요구 증가로 비용상승 =대외 리스크요인으로는 '유로존 재정위기 심화', '미국 경제 침체 우려', '글로벌 금융부실 심화',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 둔화', '미 달러화 가치 변동성 증대', '금융 역할에 대한 사회적 갈등 증대'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높아지면서 내년에도 금융의 과도한 이익추구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에 따른 금융회사의 비용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은행의 순이자마진 축소 또는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 요구 등 금융회사의 이익축소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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