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따로 정책 따로 잇단 엇박자
시장 의지냐 공무원조직 관행이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래 산타로 변신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종로구 충신동 한 가정을 방문하는 등 '소통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공약과 차이가 나는 정책결정이 이어지면서 시민사회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박원순 시장의 미래가 불안하다." "당선 이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민시장'을 추대했던 시민사회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과는 거리가 먼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 처분했다"며 "박원순 시장의 의중이 포함된 결정인지" 따져 물었다. 후보시절 투명한 서울시 행정정착을 위한 정보공개를 천명하며 '서울정보소통센터' 설치까지 약속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시는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면 심의·의결의 공공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은 "(위원에 대한) 로비 우려를 감안, 성과 직업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며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한 행정을 위해 최소한으로 적용돼야 할 공공성이라는 논리가 공무원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에 앞서 21일에는 지난 7일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한 '가락시영 종상향'과 관련, 박 시장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종상향 결정은 토건재벌과 부동산투기세력을 위한 특혜"라며 "박 시장이 토건종식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을 포함한 시민사회는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시절에도 보류됐던 종상향 계획이 '토건 대신 사람'을 외쳐온 박원순 시장 취임 1달여만에 전격 통과된 점에 특히 당혹해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서울시의회에서 19일 처리한 내년 시 예산과 공공요금 인상 역시 '토건 색채'를 지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아해하고 있다. 예산에서 특히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오세훈 전 시장이 도심 홍수 뒤 1주일여만에 발표한 토건성 수방예산을 여과없이 반영했다는 점. 서울지역풀뿌리시민단체네트워크는 "전체 그림도 없고 사업별 타당성 확인도 안된 엉터리 계획인데 도시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최소한의 고민과 검토도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누차 지적했다. 박 시장은 후보시절 도시안전을 위해 '빗물순환체계 도입과 녹물수도관 교체'를 약속했으나 시와 의회는 대심도 빗물터널·저류조, 하수관거 확충에 예산을 편성했다.
공공요금 인상도 그 연장선상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시는 상수도특별회계 적자와 하수관거 확충을 위해 하수도요금과 수도요금을 각각 70%와 9.6%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이유는 불필요한 대규모 토목공사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무리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도입에 따라 발생한 상수도특별회계 적자는 2016년이면 해소된다"며 "기존 토목관료들이 작성한 대규모 예산을 별다른 검토없이 상정하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요금인상으로 메꾼 것"이라고 혹평했다. 박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예산절감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민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방과의 상생을 주장해온 박원순 시장이 경기·인천과 함께 '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장선 점이나 3급 이상 간부자리가 너무 많다는 감사원 지적을 반영하지 않은 조직개편안도 논란 대상이 됐다.
무상급식 전격 확대, 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혁신 정책에 환호했던 시민사회는 이같은 서울시 정책방향이 시장의 의지인지 공무원조직 관행인지 조심스레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후자에 무게를 두는 눈치다.
경실련 관계자는 "후분양의 선분양 전환, 종상향 결정, 행정정보 공개거부 등 당선이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시장의 뜻이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물었다. 서울환경연합도 "토건족에 장악된 시정, 방치하는 박 시장의 미래가 불안하다"며 박 시장보다는 공무원조직을 우선 겨냥했다.
시 내부에서는 공무원조직이 사고틀 자체를 새 시장에 맞게끔 우선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간부는 "가락시영 종상향 결정은 시 내부적에서도 너무 이른 결정에 놀랄 정도였다"며 "전임시장시절부터 추진해왔지만 박원순 시장 색깔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시장이 시민사회 의견반영을 강조해서 일단 따르고는 있지만 창의적 행정을 위해서는 사고틀 자체를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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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의지냐 공무원조직 관행이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래 산타로 변신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종로구 충신동 한 가정을 방문하는 등 '소통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공약과 차이가 나는 정책결정이 이어지면서 시민사회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박원순 시장의 미래가 불안하다." "당선 이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민시장'을 추대했던 시민사회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과는 거리가 먼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 처분했다"며 "박원순 시장의 의중이 포함된 결정인지" 따져 물었다. 후보시절 투명한 서울시 행정정착을 위한 정보공개를 천명하며 '서울정보소통센터' 설치까지 약속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시는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면 심의·의결의 공공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은 "(위원에 대한) 로비 우려를 감안, 성과 직업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며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한 행정을 위해 최소한으로 적용돼야 할 공공성이라는 논리가 공무원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에 앞서 21일에는 지난 7일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한 '가락시영 종상향'과 관련, 박 시장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종상향 결정은 토건재벌과 부동산투기세력을 위한 특혜"라며 "박 시장이 토건종식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을 포함한 시민사회는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시절에도 보류됐던 종상향 계획이 '토건 대신 사람'을 외쳐온 박원순 시장 취임 1달여만에 전격 통과된 점에 특히 당혹해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서울시의회에서 19일 처리한 내년 시 예산과 공공요금 인상 역시 '토건 색채'를 지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아해하고 있다. 예산에서 특히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오세훈 전 시장이 도심 홍수 뒤 1주일여만에 발표한 토건성 수방예산을 여과없이 반영했다는 점. 서울지역풀뿌리시민단체네트워크는 "전체 그림도 없고 사업별 타당성 확인도 안된 엉터리 계획인데 도시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최소한의 고민과 검토도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누차 지적했다. 박 시장은 후보시절 도시안전을 위해 '빗물순환체계 도입과 녹물수도관 교체'를 약속했으나 시와 의회는 대심도 빗물터널·저류조, 하수관거 확충에 예산을 편성했다.
공공요금 인상도 그 연장선상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시는 상수도특별회계 적자와 하수관거 확충을 위해 하수도요금과 수도요금을 각각 70%와 9.6%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이유는 불필요한 대규모 토목공사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무리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도입에 따라 발생한 상수도특별회계 적자는 2016년이면 해소된다"며 "기존 토목관료들이 작성한 대규모 예산을 별다른 검토없이 상정하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요금인상으로 메꾼 것"이라고 혹평했다. 박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예산절감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민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방과의 상생을 주장해온 박원순 시장이 경기·인천과 함께 '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장선 점이나 3급 이상 간부자리가 너무 많다는 감사원 지적을 반영하지 않은 조직개편안도 논란 대상이 됐다.
무상급식 전격 확대, 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혁신 정책에 환호했던 시민사회는 이같은 서울시 정책방향이 시장의 의지인지 공무원조직 관행인지 조심스레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후자에 무게를 두는 눈치다.
경실련 관계자는 "후분양의 선분양 전환, 종상향 결정, 행정정보 공개거부 등 당선이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시장의 뜻이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물었다. 서울환경연합도 "토건족에 장악된 시정, 방치하는 박 시장의 미래가 불안하다"며 박 시장보다는 공무원조직을 우선 겨냥했다.
시 내부에서는 공무원조직이 사고틀 자체를 새 시장에 맞게끔 우선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간부는 "가락시영 종상향 결정은 시 내부적에서도 너무 이른 결정에 놀랄 정도였다"며 "전임시장시절부터 추진해왔지만 박원순 시장 색깔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시장이 시민사회 의견반영을 강조해서 일단 따르고는 있지만 창의적 행정을 위해서는 사고틀 자체를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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