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서울 구로구청장이 이달 초 천왕동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에 문을 연 해뜨락어린이집을 방문,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구청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약속, 공공보육시설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집값 싼 데 찾아서 이사하느라 아이한테 미안할 뻔 했어요. 그런데 어린이집 보니까 그 반대네요. 교육여건이 아파트보다 나아요."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사는 박진아(33)씨. 기반시설이 부족한 새 아파트단지로 이사하면서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박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당장 어린이집이 급했는데 아파트단지 안에 바로 생겼다"며 "구립이라 먹거리나 교사에 대해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구로구가 큰 예산부담 없이 공공보육시설을 다량 확보해 눈길을 끈다. 박진아씨가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해누리어린이집'을 비롯한 4개 어린이집은 이달 초 한꺼번에 개원했다. SH공사가 천왕동 일대 48만4992㎡에 지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천왕이펜하우스'가 올해 준공하는 데 발맞춰 구에서 오래 준비해온 결과다.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영유아 21명 이상, 500세대 이상이면 40명 이상 상시 보육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규정을 십분 활용한 것. 6개 단지 61개 동 3562세대를 갖춘 이 아파트에는 총 6개 시설이 들어선다. 대부분 공동주택에서 임대료 수익을 고려, 민간에 운영을 맡기지만 주민들은 구립시설을 선호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공약한 이 성 구청장도 그 점을 고려 올 초 "주민들이 동의하면 공동주택단지 의무보육시설은 구립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구청장은 "대단지 의무보육시설이 민간시설로 운영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이후에야 개원할 수 있어 부모들 불편이 크다"며 "구에서 적극적으로 행정절차를 진행,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은 구립 전환을 위해 입주자 50% 이상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구로구는 6월이면 단지별 입주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 완공 전에 SH공사에 주민 동의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7월 6단지, 8월 2·5단지, 9월 4단지와 보육시설 관리운영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시설 임대료는 무료. 구에서 투입한 예산은 설계비와 개축비용 1억원씩 모두 4억원에 불과하다. 해뜨락·해누리·해랑·해돋이어린이집 정원은 각 49명. 어린이집을 기다리던 부모 196명이 고민을 덜었다.
구는 올해까지 총 28개로 늘어난 공공보육시설로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6개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역시 어려운 살림살이를 감안, 아이디어를 짜내 예산을 아끼는 방향을 찾았다. 내년 2월 천왕동 167-1번지 일대에 810㎡ 규모로 들어서는 시설이 대표적이다. 16개 생명보험사가 함께 만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건립공모에 경기 이천·오산, 광주 남구와 함께 당선된 것. 재단에서 건축비 25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185명을 돌볼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짓는다. 부지 매입비도 17억2800여만원 중 90%를 시에서 지원한다.
구 예산만을 들여 신축하는 시설은 모두 3개로 구로디지털단지, 구로동 배트민턴장, 신도림동 생활체육관에 들어선다. 그나마 부지매입비 등을 아껴 8억9200만~12억7600만원이면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천왕이펜하우스 1·3단지에 들어설 해사랑·해나래어린이집은 이웃 단지와 마찬가지로 의무보육시설을 구립으로 전환한 시설이다.
이 성 구청장은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구립어린이집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민간시설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충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6개 시설이 지어지면 구로구 구립보육시설은 34개로 늘어난다. 15개 동마다 최소 2개씩 확보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넘어서는 셈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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