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인상 억제 한계 … 야금야금 가격인상
올해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을 올리려는 식품기업과 가격인상을 막는 정부와 지속적인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를 동원해 가격을 인상억제 정책을 폈고 업체는 원부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수없이 시도했다.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소재 업체들은 지난 3월과 4월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수입에 의존하는 원 재료인 원당(설탕의 재료)과 소맥(밀)의 국제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삼양사, 동아원 등은 설탕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고, 밀가루 출고가도 평균 8.6% 인상했다.
설탕값이 오르면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콜라, 사이다 가격을 5∼10% 올렸다. 5월에는 오리온을 비롯한 롯데제과, 크라운-해태제과, 농심 등이 과자가격 인상에 나섰다.
오리온은 스낵과 비스킷 13개 품목을 11∼25% 올렸고, 농심은 스낵 가격을 8%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24개 품목에 대해 평균 8% 인상을 단행했다. 빙그레는 지난 5월 '바나나맛우유'를 7% 올렸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가공식품 업체와 신선식품 업체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캔햄류 가격이 10∼13% 인상됐고, 두부와 콩나물도 8∼12% 올랐다.
농심은 지난 11월 '신라면'과 '안성탕면' 등 28개 품목의 라면값을 평균 6.2% 인상했다. 2008년 이후 3년여 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들도 상승폭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면서 "물가안정 정책도 이해하지만 시장 논리와 맞지 않는 정부의 '압박'은 다음번 인상 요인때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가격 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4월에는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던힐'과 '마일드세븐' 등 담배 가격을 8%나 올렸다. 외국계 기업의 담배값 인상은 국내 업체인 KT&G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부 식품·음료 가격 인상 실패 = 풀무원식품도 최근 가격인상을 전격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풀무원은 지난 22일 두부, 나물, 어묵 등 153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날 저녁 풀무원은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설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비맥주도 맥주값을 평균 7.48%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세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인상 시기를 늦추라는 것이었다. 오비맥주는 결국 3일 만에 가격 인상을 연기했다. 시기를 조절한다는 선에서 전격 가격인상은 없던 일이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16일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게토레이', '칸타타' 등 주력제품을 포함한 20개 품목의 음료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여론과 정부의 '뭇매'를 맞은 롯데칠성은 10일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문제는 20개품목 가운데 주력품목 5개만 인상을 철회해 다시 후폭풍을 맞았다. 결국 전 제품의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 갔다.
◆라면 전쟁 빨간국물 대 하얀국물 = 올해는 여느해보다 라면업체간의 신제품 경쟁이 뜨거웠다. 특히 하얀국물의 열풍을 몰고 온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기존 라면시장에서 '꼬꼬면'은 8월 출시되자마자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초기에는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오뚜기도 '기스면'을 선보이며 흰색 국물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꼬꼬면은 출시 이후 4개월 동안의 매출이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1000억원 이상을 가뿐히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 빅4 중 꼴찌였던 한국야쿠르트는 이미 3위로 자리를 옮겼으며 내년에는 2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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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을 올리려는 식품기업과 가격인상을 막는 정부와 지속적인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를 동원해 가격을 인상억제 정책을 폈고 업체는 원부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수없이 시도했다.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소재 업체들은 지난 3월과 4월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수입에 의존하는 원 재료인 원당(설탕의 재료)과 소맥(밀)의 국제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삼양사, 동아원 등은 설탕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고, 밀가루 출고가도 평균 8.6% 인상했다.
설탕값이 오르면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콜라, 사이다 가격을 5∼10% 올렸다. 5월에는 오리온을 비롯한 롯데제과, 크라운-해태제과, 농심 등이 과자가격 인상에 나섰다.
오리온은 스낵과 비스킷 13개 품목을 11∼25% 올렸고, 농심은 스낵 가격을 8%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24개 품목에 대해 평균 8% 인상을 단행했다. 빙그레는 지난 5월 '바나나맛우유'를 7% 올렸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가공식품 업체와 신선식품 업체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캔햄류 가격이 10∼13% 인상됐고, 두부와 콩나물도 8∼12% 올랐다.
농심은 지난 11월 '신라면'과 '안성탕면' 등 28개 품목의 라면값을 평균 6.2% 인상했다. 2008년 이후 3년여 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들도 상승폭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면서 "물가안정 정책도 이해하지만 시장 논리와 맞지 않는 정부의 '압박'은 다음번 인상 요인때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가격 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4월에는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던힐'과 '마일드세븐' 등 담배 가격을 8%나 올렸다. 외국계 기업의 담배값 인상은 국내 업체인 KT&G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부 식품·음료 가격 인상 실패 = 풀무원식품도 최근 가격인상을 전격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풀무원은 지난 22일 두부, 나물, 어묵 등 153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날 저녁 풀무원은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설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비맥주도 맥주값을 평균 7.48%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세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인상 시기를 늦추라는 것이었다. 오비맥주는 결국 3일 만에 가격 인상을 연기했다. 시기를 조절한다는 선에서 전격 가격인상은 없던 일이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16일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게토레이', '칸타타' 등 주력제품을 포함한 20개 품목의 음료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여론과 정부의 '뭇매'를 맞은 롯데칠성은 10일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문제는 20개품목 가운데 주력품목 5개만 인상을 철회해 다시 후폭풍을 맞았다. 결국 전 제품의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 갔다.
◆라면 전쟁 빨간국물 대 하얀국물 = 올해는 여느해보다 라면업체간의 신제품 경쟁이 뜨거웠다. 특히 하얀국물의 열풍을 몰고 온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기존 라면시장에서 '꼬꼬면'은 8월 출시되자마자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초기에는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오뚜기도 '기스면'을 선보이며 흰색 국물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꼬꼬면은 출시 이후 4개월 동안의 매출이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1000억원 이상을 가뿐히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 빅4 중 꼴찌였던 한국야쿠르트는 이미 3위로 자리를 옮겼으며 내년에는 2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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