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예산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있어”

지역내일 2011-12-27
농협 사업구조개편 좌초 위기
국회 "정부 6조 출자약속 지켜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기 위한 농협사업구조개편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 15일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가 도내 축협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특별 방역교육을 실시하고 올겨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근절에 앞장서자고 결의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 법안(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본금 배분의 문제는 우리 책임입니다. 올해 말에 우리가 농민들을 위해서 걱정하고 이랬던 부분들이 안 돼 있으면 우리가 얼마든 막을 수 있습니다.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지난 3월 3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법안소위 속기록 중 한 부분이다. 농협중앙회에서 경제 및 금융지주를 분리·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본금 중 정부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답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황영철 의원(한나라당)이 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금 여기서 약속하고 될 거라고 믿는 부분이 되지 않는다면 여·야를 떠나서 저희들이 함께 싸워 내겠습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황 의원을 당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오늘 국회, 2017년 사업구조개편법 논의 = 이명박정부가 17년만에 이룬 성과라며 자랑하던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

야당은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본금을 출연에 준하는 출자방식으로 지원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내년 3월 2일로 예정된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으로 연기해야 한다며 법안을 제출한 상태고, 여당인 한나라당 안에서도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노조도 정부가 충분한 자본금을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2017년 개편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내일신문 12월 20일자 참조)

국회 농식품위원회는 27일 오전 법사위를 열고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으로 연기'하는 법안을 검토한다. 농식품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석호 의원은 26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2017년으로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지난 10월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정부가 수차례 농협 사업분리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6조원에 대해 농협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의 출연에 준하는 출자를 약속했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4조원으로 하고 출자방식에도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당초 약속한 부족자본금 6조원을 채워주고, 그것을 빌미로 정부가 농협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의결권과 배당을 최소화한 출연에 준하는 공익성 출자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농협은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본금 27조4200억원(정부주장 25조4200억원) 중 6조원을 출연 또는 출연에 준하는 출자방식으로 하되 의결권이 제한된 배당우선출자방식으로, 1% 이하의 저율배당을 조건으로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지원시점도 사업구조개편이 이뤄지기 전에 일괄 지원해달라고 했다.

◆국회 속기록에 기록된 '약속' = 정부는 국회와 농협에 6조원 출자를 약속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속기록에 기록된 '약속'은 다르다.

지난 3월 3일 열린 농식품위원회에서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필요하면 정부가 자본금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다른 농수산 예산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라, 필요한 금액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말이냐고 거듭 묻자 류 차관은 "농협법 개정의 취지가 있지 않습니까, 필요한 금액은 정부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효석 의원(민주통합당)이 "지원규모하면 '아, 6조'하고 머리 속에 다 들어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원방식도 출연에 준하는 출자방식이다. 지난 2010년 12월 6일 농식품위원회 법안소위에 출석한 이양호 당시 농식품부 농정국장(현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우선출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고 김재수 농식품부 제1차관(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도 "예산편성 지침에는 원칙적으로 자본금은 출자금으로 편성하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농협중앙회에 4조원을 지원하되 1조원은 현물출자, 3조원은 농협이 다른 곳에서 빌리고 그에 대한 이자 1500억원(5% 기준)을 1년간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과 차이가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당초 제출한 경제사업활성화계획에서 해외곡물사업, 쌀판매회사 등에서 3200억원을 삭감해 5조7000억원 상당으로 요구금액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에 어떻게 쓰겠다는 명세표도 없이 무조건 6조원을 달라고 한다는 정부에 호응해 파국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파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이 개방된 상황에서 농업인에게 재앙이다. 소비자인 국민도 그 피해를 덮어쓰게 된다.

17년만의 합의가 무산될 것이냐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며 극적인 반전에 나설 것이냐. 30일까지 모든 게 판가름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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