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제주도 최남단 화순항 일대에는 해마다 몇 차례씩 진기한 광경이 벌어진다. 주로 겨울철 남해 해상에 폭풍 경보가 내려지면 수백 척의 배가 바다를 까맣게 수놓는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폭풍 경보가 풀릴 때까지 며칠씩 정박하게 되는데,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겁날 지경이다.
화순항은 평소 선박 출입이 빈번하지 않고 바다가 깊어 그 물 색깔이 푸르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중국 어선단이 피난을 마치고 떠난 바다는 엉망으로 오염되어 버린다고 주민들은 혀를 찬다. 수백척의 배에서 쏟아지는 오물로 바닷물은 누렇게 변해버리고 해안가는 각종 쓰레기 더미가 수북하게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폭풍 앞에서는 얌전했던 중국 선박들이 조업 현장에서는 해양의 무법자로 돌변해 우리나라 해경 경비함을 위협하는 일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하루 동안 제주 부근 바다에서 일어난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단의 위협 추격 및 대치 상황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날 새벽 해경 경비함은 추자도 근처 영해를 침범해 조업활동을 하는 중국 쌍끌이 저인망 어선을 발견하고 정지명령을 내렸고, 중국 어선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비함이 추격 끝에 중국 어선을 가로막고 승선하려 하자 중국 선원들이 장대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에 해경은 특공대를 고속 단정에 태워 중국 선박을 진압한 후 제주항으로 압송을 시작했다. 이 정도의 저항은 서해나 남해 해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비함이 나포한 중국 어선을 끌고 제주항으로 가는 도중에 느닷없이 중국 선박 25척이 떼로 몰려들어 경비함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포 선박과 중국 선원을 구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위협 항해를 하며 제주 섬 코앞에까지 쫓아왔다.
경비함의 지원 요청으로 목포해경, 완도해경 여수해경 서귀포해경 등 5개 해경 소속 경비함 14척과 헬기 2대까지 출동해서야 겨우 이들을 진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양 무법자로 해경 경비함 위협
해경이 불법조업 어선을 발견하고 단속을 편 것이 새벽 4시 25분이고 작전이 완료된 것이 오후 3시 30분이니 11시간 동안 해상에서 추격과 대치상태가 벌어진 것이다. 총포를 사용하지 않았다 뿐이지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단이 해상 전투를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사후에 텔레비전 뉴스로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이야 저 멀리 바다에서 일어나는 구경거리일 수 있지만, 여명의 바다 한가운데서 떼를 지어 달려드는 중국 어선단을 맞아 작전을 벌였던 해경 대원들에게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근래 우리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해경 함정이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을 쫓아내거나 나포하는 광경을 무수히 볼 수 있다. 달아나는 어선이 더 많겠지만 제압하는 해경 대원들에게 중국 선원들이 쇠망치를 휘두르며 저항하거나 수십 척의 어선을 줄로 묶어 집단 저항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 근해에서 일어난 것처럼 영해를 침범하고 육지 코앞까지 중국 어선이 떼를 지어 우리 경비정을 추격하고 위협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중국 어선들의 행패가 이런 정도에 이르면 해경이 단속하는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국 어선들이 날이 갈수록 과격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중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관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은 경제발전으로 국력이 팽창해지면서 인근 해역에서 매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을 일으키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이어도 기지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보면 중국 어선들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 영해까지 침범하여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불법 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이를 무시하는 게 역력해 보인다. 게다가 중국 어선들은 어획 기준도 없이 바다의 씨를 말리는 어로활동을 하고 있다.
강력하게 외교적 문제로 제기해야
중국은 강력한 중앙 정부의 통제력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중국 어선단이 떼를 지어 한국 해경에 도전하는 행위는 두 가지 이유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이 강력하게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대응하지 못하거나, 중국 정부가 한국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방조하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들이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불법을 감행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해경 차원의 단속 업무가 아니라, 외교적 문제 제기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제주도 최남단 화순항 일대에는 해마다 몇 차례씩 진기한 광경이 벌어진다. 주로 겨울철 남해 해상에 폭풍 경보가 내려지면 수백 척의 배가 바다를 까맣게 수놓는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폭풍 경보가 풀릴 때까지 며칠씩 정박하게 되는데,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겁날 지경이다.
화순항은 평소 선박 출입이 빈번하지 않고 바다가 깊어 그 물 색깔이 푸르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중국 어선단이 피난을 마치고 떠난 바다는 엉망으로 오염되어 버린다고 주민들은 혀를 찬다. 수백척의 배에서 쏟아지는 오물로 바닷물은 누렇게 변해버리고 해안가는 각종 쓰레기 더미가 수북하게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폭풍 앞에서는 얌전했던 중국 선박들이 조업 현장에서는 해양의 무법자로 돌변해 우리나라 해경 경비함을 위협하는 일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하루 동안 제주 부근 바다에서 일어난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단의 위협 추격 및 대치 상황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날 새벽 해경 경비함은 추자도 근처 영해를 침범해 조업활동을 하는 중국 쌍끌이 저인망 어선을 발견하고 정지명령을 내렸고, 중국 어선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비함이 추격 끝에 중국 어선을 가로막고 승선하려 하자 중국 선원들이 장대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에 해경은 특공대를 고속 단정에 태워 중국 선박을 진압한 후 제주항으로 압송을 시작했다. 이 정도의 저항은 서해나 남해 해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비함이 나포한 중국 어선을 끌고 제주항으로 가는 도중에 느닷없이 중국 선박 25척이 떼로 몰려들어 경비함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포 선박과 중국 선원을 구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위협 항해를 하며 제주 섬 코앞에까지 쫓아왔다.
경비함의 지원 요청으로 목포해경, 완도해경 여수해경 서귀포해경 등 5개 해경 소속 경비함 14척과 헬기 2대까지 출동해서야 겨우 이들을 진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양 무법자로 해경 경비함 위협
해경이 불법조업 어선을 발견하고 단속을 편 것이 새벽 4시 25분이고 작전이 완료된 것이 오후 3시 30분이니 11시간 동안 해상에서 추격과 대치상태가 벌어진 것이다. 총포를 사용하지 않았다 뿐이지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단이 해상 전투를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사후에 텔레비전 뉴스로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이야 저 멀리 바다에서 일어나는 구경거리일 수 있지만, 여명의 바다 한가운데서 떼를 지어 달려드는 중국 어선단을 맞아 작전을 벌였던 해경 대원들에게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근래 우리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해경 함정이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을 쫓아내거나 나포하는 광경을 무수히 볼 수 있다. 달아나는 어선이 더 많겠지만 제압하는 해경 대원들에게 중국 선원들이 쇠망치를 휘두르며 저항하거나 수십 척의 어선을 줄로 묶어 집단 저항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 근해에서 일어난 것처럼 영해를 침범하고 육지 코앞까지 중국 어선이 떼를 지어 우리 경비정을 추격하고 위협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중국 어선들의 행패가 이런 정도에 이르면 해경이 단속하는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국 어선들이 날이 갈수록 과격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중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관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은 경제발전으로 국력이 팽창해지면서 인근 해역에서 매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을 일으키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이어도 기지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보면 중국 어선들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 영해까지 침범하여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불법 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이를 무시하는 게 역력해 보인다. 게다가 중국 어선들은 어획 기준도 없이 바다의 씨를 말리는 어로활동을 하고 있다.
강력하게 외교적 문제로 제기해야
중국은 강력한 중앙 정부의 통제력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중국 어선단이 떼를 지어 한국 해경에 도전하는 행위는 두 가지 이유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이 강력하게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대응하지 못하거나, 중국 정부가 한국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방조하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들이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불법을 감행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해경 차원의 단속 업무가 아니라, 외교적 문제 제기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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