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준 동아대 교수 정치외교학
지난주 한·중 대학생 학술교류로 중국 난징에 다녀왔다. 난징은 양쯔강 하류에 위치한 역사와 문화가 깊은 도시이지만 개혁개방 이후 인근 상하이의 발전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내륙개발에 힘입어 조용히 옛 위용을 찾아가고 있는 숨은 흑진주이다. 필자가 작년에 '미니 안식년'으로 반년을 보낸 도시이기도 하다.
한·중 대학생들의 토론 주제는 각 사회의 인터넷 검열과 언론통제였다. 이런 민감한 주제에 관한 토론은 한·중 기성학자들의 회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중국학자들은 친정부 경향이 있거나 공개적으로 당을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한국 학자들도 굳이 상대방의 아픈 구석을 자극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통제, 소수민족, 민주화 같은 민감한 주제를 꺼려한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은 겁을 먹거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정부 찬양하는 내용을 보려면 TV를 켜면 된다"
중국 학생들에 의하면 중국정부는 TV, 라디오, 신문 등 전통 미디어를 선전 도구로 활용한다. 인터넷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방화벽(firewall)의 합성어인 '방화장성(Great Firewall)'을 통해 검열한다. 이 악명 높은 검열 프로그램은 당을 비판하거나 소수민족의 독립을 장려하는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한다. 또한 검색사이트에서 '티베트 독립' '파륜궁' '천안문 사건' 등과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먹통페이지가 나오도록 한다.
한국 대학생들도 인터넷 통제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은 2011년 프리덤 하우스가 언론자유 평가에서 한국을 언론 '자유국(Free)'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시킨 점을 강조했다. 강등의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 대한 정부의 검열과 언론 매체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주요 방송사에 정권의 측근들을 포진시킨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나는 한·중 젊은 학생들의 놀라울 정도로 용기 있는 대화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 전통 언론과 새로운 언론 간의 분열(media divide)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중국 학생들은 TV와 신문은 정부를 찬양하는 뻔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한 학생은 정부가 내보내는 30분짜리 뉴스는 항상 똑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즉, 첫 10분은 지도자의 활동사항을 소개하고, 두번째 10분은 중국 인민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내보내며, 마지막 10분은 국제사회가 얼마나 갈등하고 혼란스러운가를 내보낸다.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대학생들은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서 '진실'을 접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정부를 찬양하는 내용을 보려면 TV를 켜면 되고,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보려면 인터넷을 켜면 된다고 했다.
한국 대학생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주류 언론'과 오마이뉴스 나꼼수와 같은 '비주류 언론'의 갈등을 강조했다. 그들은 "조중동에서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언론이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만 얘기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젊은이들은 "KBS나 MBC 뉴스는 아예 안 보고, 인터넷이나 SNS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터널시야' 때문에 서로 만나지 않는 주류 미디어와 대안 미디어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 최소한의 결속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가 얼마만큼 단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다양성 때문에 사회가 분열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다양성이 사회의 자양분이라 한다. 중요한 것은 관심사가 아무리 다양화되더라도 서로 대화할 수 있다면 구성원들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대화하지 않는 순간부터 심각한 상태로 접어든다. 최근 주류 미디어와 대안 미디어는 각각의 터널시야(tunnel vision) 때문에 서로 만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아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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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중 대학생 학술교류로 중국 난징에 다녀왔다. 난징은 양쯔강 하류에 위치한 역사와 문화가 깊은 도시이지만 개혁개방 이후 인근 상하이의 발전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내륙개발에 힘입어 조용히 옛 위용을 찾아가고 있는 숨은 흑진주이다. 필자가 작년에 '미니 안식년'으로 반년을 보낸 도시이기도 하다.
한·중 대학생들의 토론 주제는 각 사회의 인터넷 검열과 언론통제였다. 이런 민감한 주제에 관한 토론은 한·중 기성학자들의 회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중국학자들은 친정부 경향이 있거나 공개적으로 당을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한국 학자들도 굳이 상대방의 아픈 구석을 자극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통제, 소수민족, 민주화 같은 민감한 주제를 꺼려한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은 겁을 먹거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정부 찬양하는 내용을 보려면 TV를 켜면 된다"
중국 학생들에 의하면 중국정부는 TV, 라디오, 신문 등 전통 미디어를 선전 도구로 활용한다. 인터넷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방화벽(firewall)의 합성어인 '방화장성(Great Firewall)'을 통해 검열한다. 이 악명 높은 검열 프로그램은 당을 비판하거나 소수민족의 독립을 장려하는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한다. 또한 검색사이트에서 '티베트 독립' '파륜궁' '천안문 사건' 등과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먹통페이지가 나오도록 한다.
한국 대학생들도 인터넷 통제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은 2011년 프리덤 하우스가 언론자유 평가에서 한국을 언론 '자유국(Free)'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시킨 점을 강조했다. 강등의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 대한 정부의 검열과 언론 매체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주요 방송사에 정권의 측근들을 포진시킨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나는 한·중 젊은 학생들의 놀라울 정도로 용기 있는 대화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 전통 언론과 새로운 언론 간의 분열(media divide)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중국 학생들은 TV와 신문은 정부를 찬양하는 뻔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한 학생은 정부가 내보내는 30분짜리 뉴스는 항상 똑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즉, 첫 10분은 지도자의 활동사항을 소개하고, 두번째 10분은 중국 인민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내보내며, 마지막 10분은 국제사회가 얼마나 갈등하고 혼란스러운가를 내보낸다.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대학생들은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서 '진실'을 접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정부를 찬양하는 내용을 보려면 TV를 켜면 되고,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보려면 인터넷을 켜면 된다고 했다.
한국 대학생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주류 언론'과 오마이뉴스 나꼼수와 같은 '비주류 언론'의 갈등을 강조했다. 그들은 "조중동에서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언론이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만 얘기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젊은이들은 "KBS나 MBC 뉴스는 아예 안 보고, 인터넷이나 SNS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터널시야' 때문에 서로 만나지 않는 주류 미디어와 대안 미디어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 최소한의 결속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가 얼마만큼 단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다양성 때문에 사회가 분열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다양성이 사회의 자양분이라 한다. 중요한 것은 관심사가 아무리 다양화되더라도 서로 대화할 수 있다면 구성원들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대화하지 않는 순간부터 심각한 상태로 접어든다. 최근 주류 미디어와 대안 미디어는 각각의 터널시야(tunnel vision) 때문에 서로 만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아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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