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의 글로벌 경제진단] 독·불 정상의 ‘놀라운’ 타협정치

지역내일 2011-12-07
권화섭 언론인

유럽 지도자들이 밤늦게 회의를 갖고 마지막 순간에 극적 타협을 이뤄내는 옛날 솜씨를 다시 발휘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초창기나 유로화 도입과정에서 일상화되었던 관행이 유로통화권(유로존) 재정위기를 맞아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독불 양국 정상이 5일 내놓은 '포괄적' 합의안은 그 백미(白眉)로 꼽을 만하다. 불과 1년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타협안과 정반대의 내용에 합의했는데 이번에 그것을 뒤집어 각기 상대방의 원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2010년 10월 합의 뒤집어 각기 상대방 주장 수용

2010년 10월 프랑스 해변휴양지 도빌에서 만난 두 정상은 유로회원국 채무조정시 민간채권자(은행) 손실분담 원칙과 EU 재정건전성 기준 위반국 제재 방법에 관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 두 정상은 메르켈 총리가 요구하는 손실분담 원칙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동의하는 대신 메르켈 총리는 재정 기준 위반국에 대한 자동 제재 요구를 접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장하는 정치적 처리 주장을 수용했다.

이번에 두 정상은 민간채권자 손실분담 원칙을 그리스 채무조정에 국한된 '특례'로 하고 다른 회원국에는 일체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EU 재정 기준 위반국에 대해 자동적으로 제재조치에 나서되 메르켈 총리는 그 위반 여부를 유럽사법재판소의 결정에 맡기자는 주장을 철회했다.

양국 정상의 포괄적 합의안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신임 총리 정부의 새로운 긴축조치와 함께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기준 준수를 보장함으로써 유럽중앙은행(ECB)이 '최후의 대부자'로서 회원국들의 국채 매입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까지 유로존 위기는 시장 상황이 최악에 이른 시점에 황급히 대응 조치를 내놓는 아찔한 곡예의 연속이었다. 특히 독불 정상회의에 앞서 S&P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 15개국의 신용등급을 일괄적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유로존 위기의 긴박감을 한층 높였다. 독불 정상은 포괄적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27개 EU회원국들에 대해 주말까지 재정동맹을 지향하는 양국의 합의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로존 17개국의 별도 협약을 추진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선언했다.

독불 양국은 ECB 설립 과정에서도 절묘한 정치적 타협을 발휘했다. 1998년 5월 ECB의 초대 총재 선임을 둘러싸고 독일은 자신들이 신임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빔 뒤젠베르크를, 프랑스는 장-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각기 밀었다. 결과는 초대 ECB 총재로 뒤젠베르크를 뽑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8년 임기의 후임자는 트리셰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것은 EU 정상회의에 관해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을 알려 준다. 그 한 가지는 EU 정치의 생명은 상반된 조건을 주고받는 타협의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무려 27개의 다양한 국가들이 극히 제한된 범위의 주권만을 공유한 채 한 지붕 식구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지혜이다. 다른 한 가지는 그 타협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정상회의가 끝나기 전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고, 또 자주 전혀 의외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토니 바버 유럽 에디터는 9일 정상회의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독·불 양국 60년간 지켜온 '유럽합중국' 행진 중단 책임 감당 어려워

2009년 말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 재정위기는 이제 유럽은 물론 전체 세계경제를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 문제로 커져 미국은 물론 신흥국들까지도 위기 수습에 동참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EU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독불 양국 정상은 지난 60년간 어렵게 지켜온 '유럽합중국'에의 꿈이 자신들의 대립으로 인해 깨어지는 상황을 어떤 경우에도 피하고자 할 것이다. 내년 3월 말까지 재정동맹을 지향하는 EU조약 개정을 매듭짓겠다는 양국의 다짐에 기대를 걸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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