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강남의 질문 “여분의 집은 팔아야겠지요?”

지역내일 2011-12-08
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여분의 집은 팔아야겠지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만난 강남 주상복합아파트 여주인이 던진 질문이었다. 자세한 건 모르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외에 더 집이 있었나 보다.

"그럴 수 있으면 그게 맞는 것 같네요. 요즘 전세계 모두가 현금을 보유하려 하니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래요, 요즘 주변 모두가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라고 강남 분위기를 전했다.

12월 7일, 정부가 올 들어 여섯번째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강남3구 부동산 투기지역 해제, 다주택보유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등이다.

이번 대책의 명분은 전세대란 해소와 위기의 건설업계 구제다.

돈 있는 사람들이 미분양아파트 등에 적극 투자해 전세를 많이 놓도록 해 전세값을 떨어트리고, 이러면서 도급순위 30위권 중견업체들까지 퍽퍽 쓰러져가는 건설업계 연쇄도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 과열시에 급등하던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는 점에서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번 대책이 국민 주거복지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연착륙이다. 주택가격을 너무 떨어뜨리는 게 국민 생활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강남 종합선물 세트'를 내놓았다는 비판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권 장관의 말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듯, 정부는 지금 강남사람들이 제발 갖고 있는 현금통장을 헐어 아파트 구매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마치 강남사람들이 미분양아파트들을 무더기로 사 전월세 장사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정권 바뀌면 정책이 또 바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강남 분위기는 앞의 여주인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싸늘하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최소한 몇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들 있다. 국내 정치판도 불확실하기란 마찬가지다. MB정권이 하는 걸 보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고 내년 대선때도 정권이 바뀔 공산이 높아 보인다는 게 강남사람들의 정세판단이다. 정권이 바뀌면 현정권의 모든 정책은 도루묵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금은 섣부르게 움직일 때가 아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리어 아파트값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면서 다주택 보유자들이 현금 보유를 위해 보유주택들을 앞다퉈 시장에 쏟아내 도리어 아파트값 폭락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건설업계 도산이 가속화하고 '하우스 푸어' 문제가 표면화되는가 하면, 금융기관도 동반 부실화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번 대책만 갖고는 약효가 부족할 것이란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 초에 한국은행을 통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추가적 부동산경기 부양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금리를 떨어뜨려 강남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내 부동산에 투자하게 만들려 할 거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정부 당국 일각에서는 유럽과 호주 등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우리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결국 공은 김중수 한은총재에게 넘어가면서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중 양자택일을 해야할 판이다. 현재 기준금리 3.25%는 물가폭등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보나, 가봐야 할 일이다.

내년은 선거의 해, 한국은행이 중심 잡아야

유럽재정위기 때문에 외국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면 환율불안으로 물가가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마당에 김중수 총재가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다면 인플레심리는 더욱 커지면서 물가도 못 잡고 경기부양도 실패하는 최악의 위기를 자초할 공산이 있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각종 경기부양책과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돈이 풀릴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어느 때보다 한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은은 두고두고 '남대문 출장소'란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한국 경제는 더 큰 위기의 늪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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