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프라하의 봄, 정말로 찍고 싶은 사진이 어떤 거였지?

지역내일 2011-12-12



필립 카우프만(philip kaufman)감독의 은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에 대한 문제를 건드린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또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네 사람의 관계 즉, ‘토마스’라는 외과의사(다니엘 데이루이스)와 사진작가인 ‘테레사’(줄리에트 비노쉬), 화가인 ‘사비나’(리나 올린), 그리고 ‘프란츠’라는 대학교수가 주 등장인물로 나타나면서 ‘프라하의 봄’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함께 개인의 운명과 어떻게 연결되고 해체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다.

어떻게 생각하면 다소 지루하고 시니컬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매력적인 ‘토마스’는 억압적인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유리시켜 주변의 여자들과 자유롭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다. 오랜 연인이자 친구인 화가 사비나(레나 올린 분)와도 가벼운 사랑을 나누며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출장차 내려간 작은 마을에서 아름다운 카페 웨이트리스인 ‘테레사’를 보게 된다. 며칠 후 예고도 없이 그를 찾아 프라하에 온 테레사를 흔쾌히 받아들인 토마스는 어떤 여자와도 함께 하룻밤 이상을 지내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규칙을 깨트리고 그녀와 밤을 지새운다.

토마스와 사비나의 도움으로 사진 기자가 된 테레사는 사진집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댄스 클럽에서 그들은 건배하고 있는 소련 장교와 체코 관리들을 본다. 스탈린 시대에 민중을 상대로 잔혹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지도부들이 권좌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토마스는 의혹을 품는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머지않아 결혼을 하게 되지만, 토마스의 방탕한 생활이 여전히 계속되자 테레사는 집을 나오고 그 순간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로 밀려온다.

이것은 체코의 민주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을 저지하기 위한 소련의 강제 침공이 빚어 낸 체코 사태다. 이 사건은 자유주의자였던 토마스와 테레사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둘은 스위스로 이주하게 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은 고국으로 되돌아온다. 프라하에 테레사와 토마스는 전원생활에서 꿈과 같은 행복을 맛본다.

영화는 곧 사고로 즉사할 운명임을 알지 못하는 토마스와 테레사의 트럭 안 대화로 끝맺는다. “무슨 생각하죠?”라는 테레사의 질문에 미소를 머금으며 “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토마스가 대답하는 순간 숲길을 달리던 그들의 차는 전복된다. 사고의 모습은 생략된 채 좁은 숲길이 환하게 빛나는 것으로 매듭짓는 엔딩 장면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떠도는 두 망명자들

이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을 영화화한 것 이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문장이 문맥상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점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lightness of unbearable being.

위에서는 어떤 것을 지시적으로 표현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표기를 하였으며 1번의 경우를 살펴보면 존재 전체를 나타내서 범위가 포괄적이라면, 2번의 경우는 존재 전체에서 참을 수 없는 것을 한정해서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참을 수 없는 것이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점이 생기는데, 1번의 경우는 가벼움을 참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되고 2번의 경우는 존재가 참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작의 영어로 된 표기는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으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문장에 대한 번역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것들은 사진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프라하의 모습을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사진가 ‘만 레이 (Man ray, 1890∼1976)’의 ‘누드 사진’ 역시 ‘사비나’와 ‘테레사’와의 관계형성과 함께 테레사가 추구하는 사진세계와 일반인들에게 소통될 수 있는 사진의 차이를 보여주는 계기를 암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1968년 8월 20일 오후 10시에 러시아를 위시하여 폴란드, 동독, 헝가리, 불가리아로 구성된 바르샤바 동맹군이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였다. 이러한 침공은 체코를 짓밟기에 충분하였으며 프라하가 파괴되고 고통을 당하는 장면을 ‘요제프 쿠델카(Josef koudelka, 1938∼)’라는 사진작가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담담하게 현장에서 촬영하였으며, 그 후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을 원작으로 한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영화 ‘프라하의 봄’은 당시에 활동했던 체코 사진가들의 활동사항을 테레사(줄리에트 비노쉬)라는 주인공을 대신해서 잘 나타내고 있다.

영화 속에 배경으로 나오는 구시가지 광장은 1968년 공산당 제1서기 둡체크에 의해 주도된 자유화 개혁운동의 현장이며, 러시아군에 항의하는 모습, 훼손된 집, 피에 얼룩져서 깃발에 덮여져 있는 시체, 젊은이들을 태운 트럭이 시위 현장을 질주하는 모습과 테레사가 경찰에 끌려가서 조사받을 때 보여 지는 사진과 ‘밀착사진(Contact Print)’들 역시 쿠델카의 사진이 똑같이 재현되어서 보여 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테레사가 기록으로 남기고자 촬영한 사진을 경찰은 시위에 참가한 주동자를 찾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되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요제프 쿠델카’와 ‘밀란 쿤데라’는 똑같이 체코의 모라비아 출신이며 쿤데라는 이 실패로 끝난 다음에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였다는 이유 때문에 교수직을 박탈당하였으며 그 후에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쿠델카 역시 1968년 체코의 침공 사진을 찍은 것으로 인하여 ‘로버트 카파상’을 수상하였지만 이름이 언급되지도 못했으며, 이를 계기로 하여 체코를 떠나 유럽으로 망명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외국에서 떠도는 망명자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요소는 누드사진이 등장하는데, 테레사가 토마스와 함께 사비나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사비나는 테레사가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알고 호의적인 태도로 ‘만 레이(Man Ray,1890∼1976)’가 찍은 ‘리밀러’ 연작(1930) 누드사진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에서 갑자기 누드 사진을 보여 주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뒤로 하고, 이 사진을 계기로 테레사가 사비나를 사비나가 테레사를 서로 반대 입장이 되어 누드사진을 찍게 된다.

하지만 좀더 적극적인 이유는 스위스에서 테레사가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잡지사에 방문했을 때 기자는 프랑스의 ‘나체주의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체코사태를 찍은 사진보다는 여성의 누드 사진을 찍는 편이 오히려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테레사는 토마스를 바라보며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왜 사람들은 나체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거죠?”,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은 공감한다. 테레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인간을 둘러싼 많은 사건을 찍고 싶어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에 있어서 대중들이 공감하는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는 이분법적 구조의 틀 안에서 혼란스러워 하는데, 사진작가라면 누구나 이런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딜레마를 늘 안고 있다.

요제프 쿠델카의 경우는 이런 상업적인 목적에 부합되는 사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세상을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얼마 전에 들은 얘기로는 현재까지도 유랑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근 5∼6년 동안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였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쿠델카의 살아가는 태도가 부럽지만, 누군가 나에게 그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김석원 연예부 문화당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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