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관증에 서명·날인 있는데 위조라며 돈 줄 수 없다고 할때는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등 개인 간에 작성된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이 서명 날인 또는 무인(손가락을 인주에 묻혀 찍는 것)을 넣어서 진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문서의 진위를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말을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한쪽이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법원이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B씨는 2007년 10월 충북지역에서 휴게소와 주유소를 짓는 사업을 하기로 하고 사업승인허가에 필요한 건축컨설팅 업무를 C씨에게 맡겼다. 용역대금은 일단 1억5000만원으로 하고 부대비용은 나중에 정산하기로 했다.
다음달 B씨는 부대비용 5000만원을 더해 용역대금을 2억원으로 하기로 C씨와 합의했다. 2008년 5월 주유소에 대한 교통영향평가 등이 끝나고 관할 관청은 B씨에 대한 개발행위허가를 내줬다. B씨는 2008년 1월 주요소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C씨는 자신이 받기로 한 2억원의 용역대금 채권을 2008년 12월 A씨에게 양도했고 그 사실을 B씨에게도 알렸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은 C씨와의 용역계약에서 대금을 2억원으로 약정한 사실이 없다며 A씨에게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양수금청구소송을 냈고 재판부에 2억원을 지급을 약속한 현금보관증을 제출했다.
B씨는 C씨가 현금보관증을 위조했다며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현금보관증에 기재된 서명의 글씨체를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는 B씨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C씨는 무혐의 처분됐고 오히려 B씨가 무고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형사사건의 결론 등을 인정하면서 A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금보관증은 용역계약에 따라 B씨와 C씨에게 지급해야 할 용역대금을 확정한 문서로 B씨는 현금보관증의 존재 및 내용을 알고서 서명날인을 했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심 재판 과정에서 B씨는 C씨가 교통영향평가와 관련해 필요하다면서 대표자라고 쓰인 백지를 제시해 서명 날인했을 뿐 2억원 지급 내용은 B씨가 나중에 인쇄해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건용역계약서에 비워둔 금액란을 채우지 않고 별도의 현금보관증을 작성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현금보관증도 약정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하고 출력된 용지의 아래에 연필로 '대표자' '2007.11.1' 및 '인'이라는 부분을 수기로 했는데 그럴 만한 특정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의 주소까지 부동문자로 인쇄하면서 '대표자'라는 부분을 별도 수기로 해 넣은 것을 보더라도 C씨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여러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현금보관증이 진정으로 작성된 게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판단만을 남겨두게 됐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을 먼저 했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고 볼 것이므로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언급한 증거들이 현금보관증이 위조됐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금보관증에 인쇄된 부분과 수기로 기재된 부분이 나눠져 있고 현금보관증에 첨부된 인감증명서의 발급일자가 현금보관증이 작성되기 전이라는 점 등도 문서의 진정성립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판결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판례·판결정보' 코너 12월15일자 판례 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11다62977 자료제공=법원도서관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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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등 개인 간에 작성된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이 서명 날인 또는 무인(손가락을 인주에 묻혀 찍는 것)을 넣어서 진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문서의 진위를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말을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한쪽이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법원이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B씨는 2007년 10월 충북지역에서 휴게소와 주유소를 짓는 사업을 하기로 하고 사업승인허가에 필요한 건축컨설팅 업무를 C씨에게 맡겼다. 용역대금은 일단 1억5000만원으로 하고 부대비용은 나중에 정산하기로 했다.
다음달 B씨는 부대비용 5000만원을 더해 용역대금을 2억원으로 하기로 C씨와 합의했다. 2008년 5월 주유소에 대한 교통영향평가 등이 끝나고 관할 관청은 B씨에 대한 개발행위허가를 내줬다. B씨는 2008년 1월 주요소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C씨는 자신이 받기로 한 2억원의 용역대금 채권을 2008년 12월 A씨에게 양도했고 그 사실을 B씨에게도 알렸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은 C씨와의 용역계약에서 대금을 2억원으로 약정한 사실이 없다며 A씨에게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양수금청구소송을 냈고 재판부에 2억원을 지급을 약속한 현금보관증을 제출했다.
B씨는 C씨가 현금보관증을 위조했다며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현금보관증에 기재된 서명의 글씨체를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는 B씨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C씨는 무혐의 처분됐고 오히려 B씨가 무고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형사사건의 결론 등을 인정하면서 A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금보관증은 용역계약에 따라 B씨와 C씨에게 지급해야 할 용역대금을 확정한 문서로 B씨는 현금보관증의 존재 및 내용을 알고서 서명날인을 했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심 재판 과정에서 B씨는 C씨가 교통영향평가와 관련해 필요하다면서 대표자라고 쓰인 백지를 제시해 서명 날인했을 뿐 2억원 지급 내용은 B씨가 나중에 인쇄해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건용역계약서에 비워둔 금액란을 채우지 않고 별도의 현금보관증을 작성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현금보관증도 약정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하고 출력된 용지의 아래에 연필로 '대표자' '2007.11.1' 및 '인'이라는 부분을 수기로 했는데 그럴 만한 특정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의 주소까지 부동문자로 인쇄하면서 '대표자'라는 부분을 별도 수기로 해 넣은 것을 보더라도 C씨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여러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현금보관증이 진정으로 작성된 게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판단만을 남겨두게 됐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을 먼저 했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고 볼 것이므로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언급한 증거들이 현금보관증이 위조됐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금보관증에 인쇄된 부분과 수기로 기재된 부분이 나눠져 있고 현금보관증에 첨부된 인감증명서의 발급일자가 현금보관증이 작성되기 전이라는 점 등도 문서의 진정성립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판결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판례·판결정보' 코너 12월15일자 판례 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11다62977 자료제공=법원도서관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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