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것도 하루아침에 몰락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전 세계는 방향을 잃고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 세대갈등, 양극화 등 곳곳이 지뢰밭 같은 느낌이다. 이럴 때 필요한 멘토는 과연 누가 있을까. 인문학 대가들에게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스페인 출신 문학전문기자인 사비 아옌과 스페인 출신 사진기자 킴 만레사가 3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16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났다. 길게는 8일, 짧게는 6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고, 작가들의 집을 방문하되 작업실만이 아니라 주방까지 살펴봤다. 가족도 만났다. 시계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눴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나 그들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을 함께 찾아갔다. 그렇게 나눈 대화와 사진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16인의 반란자들'이다.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등장하는 작가들을 출신국가별로 보면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오에 겐자부로(일본), 토니 모리슨(미국), 다리오 포(이탈리아), 오르한 파묵(터키 이스탄불), 도리스 레싱(영국),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나딘 고디머(남아공), 가오싱젠(중국),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귄터 글라스(폴란드), 나기브 마푸즈(이집트), V. S. 네이폴(트리니다드섬), 임레 케르테스(헝가리), 데릭 월콧(세인트루이스 안티야스 제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폴란드) 등이다.
흥미로운 발견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 문학이 아닌 다른 어떤 이유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또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과 그 사회의 지배 논리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권력의 저변을 이루는 근본적인 속성에 맞서고 있다. 홀로코스트, 노예제도, 독재정부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이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처한 비극적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반란자였다.
터키 출생의 오르한 파묵은 "나는 경박한 자들을, 저 위에서 종교와 문화적 신념과 특권층이 아닌 계층들을 경멸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상류층을 증오해요. 나는 엘리트들의 오만함에 분노해요.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의 오만하고 천박한 행위 역시 마찬가지요."라고 말한다. 책 제목에 '반란자'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슴에 품은 이데아를 향해 나아가는 진정한 리더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지 팩토리
사비 아옌 지음
2만1000원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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