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예산 줄줄이 증액 … 조직개편안은 '입맛대로'
민주당 중심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이라는 공동의 적을 잃은 뒤 지방의회의 구태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2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지금껏 반대해왔던 토건예산을 줄줄이 증액했는가 하면 상임위 입맛에 맞게 시 조직개편안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6일 서소문청사 브리핑룸에서 '소통·화합 시정' 선포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시 예산안보다 1361억 증액 = 1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2012 시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275건 2984억6700만원을 증액 요구했다. 감액사업 135건 1622억6500만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시 예산안 대비 1361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문제는 규모가 큰 증액요구예산이 시 사업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은 토건예산이라는 점. 대표적으로 건설위원회에서 강변북로(성산대교~반포대교) 확장 예산 60억원과 능동로 구조개선공사를 위한 20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걷기 편한 종로거리 조성(왕산로)에 필요하다고 책정한 예산도 10억원이다. 중랑천수계 하천 친수유량 공급 예산은 당초 52억2000만원에서 59억8000만원이 늘어난 112억원이다. 서울지역풀뿌리시민단체네트워크(서울풀시넷)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이 취약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대규모 토목예산을 신설·증액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타당성·실효성 검토 없는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과다한 민원예산의 신설·난립도 문제다. 전반적 정책이나 사업계획과 거리가 먼 시의원 관심사항이나 지역 민원사항을 밀어넣은 것이다. 환경수자원위원회는 경춘선 폐선부지 공원과 봉제산 근린공원(강서) 조성을 위해 각각 50억원과 40억원 등 지역별 공원예산 항목을 대거 신설했다. 백련근린공원 15억원, 관악산도시자연공원 11억3600만원, 봉산도시자연공원(증산지구)과 불암산도시자연공원 각 11억원 등이다. 서울풀시넷은 "공원·하천·도로정비 등은 박원순 시장이 지적한 '불필요한 보도블록 공사'와 유사한 사업"이라며 음식물건조기 공급사업, 강서습지공원캠핑장, 우이천 하천정비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위는 신도림 구민생활체육관 건립 21억원, 한성백제박물관 역사문화 보행데크 15억원, 은평구 창작공간 조성 14억원, 동계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빙상장 건립 12억원, 압구정동 관광정보센터 건립 10억원 등 시급성이 의심되는 사업예산을 줄줄이 새로 편성했다. 오세훈 전 시장시절 '디자인사업'으로 추진했던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24억400만원에서 34억400만원으로 10억원 늘었다. 한 서울시 간부는 "지역 이름이 붙어 새롭게 등장한 예산은 지역민원 예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소 야간·휴일클리닉 26억7500만원, 빈곤노인지원 마을공동체 6억원, 현장중심복지전달체계 개선 4억4000만원, 공공의료지원단 3억원 등 '박원순표'라 할 수 있는 사업예산을 줄 삭감했다.
◆2급은 격이 맞지 않다? = 조직개편안 관련해서도 시의회 행보는 이례적이다. 시는 현재 1실8본부5국 체제를 5실3본부6국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기획조정실과 함께 경제진흥본부 복지건강본부 도시안전본부 주택본부를 실로 전환, 1급 실장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 또 문화관광디자인본부를 문화관광디자인국으로 축소하고 문화관광기획관과 디자인기획관을 폐지하는 한편 한강사업본부 내 한강사업기획단을 폐지할 방침이다.
시의회는 전임 시장시절 시가 27개까지 설치할 수 있는 3급 이상 조직(실·국·본부)을 최대 43개까지 운영하면서 대통령령을 어겼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화관광디자인국을 현행 본부체제로, 도시교통본부를 1급 체제로 격상할 것을 요구했다. 시에서는 문화관광디자인본부만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서 이같은 요구를 한 가장 큰 이유는 대화 창구가 1급이 아닌 일부 상임위에서 상대적으로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때문이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상대 간부가 1급이건 2급이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장이 무소속이라 '그래도 된다'고 핑계를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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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중심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이라는 공동의 적을 잃은 뒤 지방의회의 구태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2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지금껏 반대해왔던 토건예산을 줄줄이 증액했는가 하면 상임위 입맛에 맞게 시 조직개편안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기 때문이다.

◆시 예산안보다 1361억 증액 = 1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2012 시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275건 2984억6700만원을 증액 요구했다. 감액사업 135건 1622억6500만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시 예산안 대비 1361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문제는 규모가 큰 증액요구예산이 시 사업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은 토건예산이라는 점. 대표적으로 건설위원회에서 강변북로(성산대교~반포대교) 확장 예산 60억원과 능동로 구조개선공사를 위한 20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걷기 편한 종로거리 조성(왕산로)에 필요하다고 책정한 예산도 10억원이다. 중랑천수계 하천 친수유량 공급 예산은 당초 52억2000만원에서 59억8000만원이 늘어난 112억원이다. 서울지역풀뿌리시민단체네트워크(서울풀시넷)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이 취약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대규모 토목예산을 신설·증액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타당성·실효성 검토 없는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과다한 민원예산의 신설·난립도 문제다. 전반적 정책이나 사업계획과 거리가 먼 시의원 관심사항이나 지역 민원사항을 밀어넣은 것이다. 환경수자원위원회는 경춘선 폐선부지 공원과 봉제산 근린공원(강서) 조성을 위해 각각 50억원과 40억원 등 지역별 공원예산 항목을 대거 신설했다. 백련근린공원 15억원, 관악산도시자연공원 11억3600만원, 봉산도시자연공원(증산지구)과 불암산도시자연공원 각 11억원 등이다. 서울풀시넷은 "공원·하천·도로정비 등은 박원순 시장이 지적한 '불필요한 보도블록 공사'와 유사한 사업"이라며 음식물건조기 공급사업, 강서습지공원캠핑장, 우이천 하천정비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위는 신도림 구민생활체육관 건립 21억원, 한성백제박물관 역사문화 보행데크 15억원, 은평구 창작공간 조성 14억원, 동계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빙상장 건립 12억원, 압구정동 관광정보센터 건립 10억원 등 시급성이 의심되는 사업예산을 줄줄이 새로 편성했다. 오세훈 전 시장시절 '디자인사업'으로 추진했던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24억400만원에서 34억400만원으로 10억원 늘었다. 한 서울시 간부는 "지역 이름이 붙어 새롭게 등장한 예산은 지역민원 예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소 야간·휴일클리닉 26억7500만원, 빈곤노인지원 마을공동체 6억원, 현장중심복지전달체계 개선 4억4000만원, 공공의료지원단 3억원 등 '박원순표'라 할 수 있는 사업예산을 줄 삭감했다.
◆2급은 격이 맞지 않다? = 조직개편안 관련해서도 시의회 행보는 이례적이다. 시는 현재 1실8본부5국 체제를 5실3본부6국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기획조정실과 함께 경제진흥본부 복지건강본부 도시안전본부 주택본부를 실로 전환, 1급 실장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 또 문화관광디자인본부를 문화관광디자인국으로 축소하고 문화관광기획관과 디자인기획관을 폐지하는 한편 한강사업본부 내 한강사업기획단을 폐지할 방침이다.
시의회는 전임 시장시절 시가 27개까지 설치할 수 있는 3급 이상 조직(실·국·본부)을 최대 43개까지 운영하면서 대통령령을 어겼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화관광디자인국을 현행 본부체제로, 도시교통본부를 1급 체제로 격상할 것을 요구했다. 시에서는 문화관광디자인본부만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서 이같은 요구를 한 가장 큰 이유는 대화 창구가 1급이 아닌 일부 상임위에서 상대적으로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때문이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상대 간부가 1급이건 2급이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장이 무소속이라 '그래도 된다'고 핑계를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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