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의약인회 '북한산 돌쌓기'
매월 한차례, 돌·흙으로 뿌리보호
박겸수(오른쪽) 강북구청장이 지역 의약인 나무사랑모임과 북한산 영봉 인근에서 돌과 흙자루를 이용, 드러난 나무 뿌리를 덮어주고 있다.
사진 강북구 제공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이들이 죽어가는 나무도 살립니다.' 서울 강북지역 의사와 약사들이 등산객 발길에 채여 죽어가고 있는 등산로 주변 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섰다. '강북구 의약인 나무사랑모임'이다.
◆건강 챙기고 좋은 일 하고 = "등산하고 내려가서 술 마시고…. 바쁜 시간 쪼개서 그러고 마느니 '좋은 일 좀 하자'고 했어요."
박겸수 구청장이 지역 의약인단체 회장단에 '북한산 돌쌓기'를 제안했다. 주변 등산로와 계곡에서 돌을 모아 등산화와 아이젠에 심하게 훼손된 나무뿌리를 보호하자는 것. 구청에서는 주말마다 등산객들과 함께 뿌리가 드러난 나무를 위해 '흙 나르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제헌절, 의사회 5명과 한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각 4명씩 참여해 발대식 겸 북한산에 올랐다. 첫 목적지는 백운대피소 인근. 도선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1시간여 등산 끝에 백운대피소에서 위문 방향 100m 지점에 도착, 소나무와 참나무 주변에 돌 울타리를 쌓았다. 경사가 심해 돌을 쌓기 어려운 곳에는 흙을 담은 자루로 보완했다.
뿌리 주변을 돌로 쌓으면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거나 등산객 발길에 패일 우려가 없다. 작업 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측 협조도 얻었다. 이광근(약사회 부회장) 간사는 "돌을 쌓으면 침식이 덜하고 자루에 흙을 담아 덮어두면 비온 뒤 함께 굳어진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나무사랑모임은 매달 한차례 돌쌓기에 나서고 있다. 8월 하루재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오를 때는 아예 2㎏짜리 모래주머니를 두개씩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이전 달 쌓았던 돌무더기가 훼손돼 반복작업을 하기도 했고 가파른 영봉 인근에서는 돌을 구하지 못해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천으로 된 자루와 삽을 챙겨 가파른 산길을 오른 뒤 1~2시간 돌과 흙을 구해 뿌리를 덮어주며 땀을 흘린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온 음식으로 정을 나누고 하산.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의약인 단체들은 자기 색을 없애고 연합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이인영 강북구 보건소장은 "서울 자치구 가운데 유일할 것"이라며 "사실 모임이 유지될까 우려도 했는데 본인이 참석하기 어려우면 각 단체 회원들을 대신 보낸다"고 말했다. 박겸수 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직원 10여명도 매번 의약인들과 행동을 함께 한다.
◆등산객 호응도 뜨거워 = 작업을 지켜보는 등산객들 반응이 뜨겁다. "좋은 일 하신다"는 인사는 기본. 간식을 나눠주겠다거나 함께 작업에 참여하겠다는 제안도 많다.
이광근 간사는 "멋모르고 따라나선 회원도 건강을 챙기면서 보람도 얻으니까 빠지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돌이 흘러내리기도 했는데 몇 번 하고 나니 기술이 쌓여 이제는 제법 틀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함께 땀 흘린 뒤 나누는 막걸리 한잔의 효과도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은 만큼 등산로에 있는 고목들이 등산화와 아이젠에 뿌리가 채여 죽어가고 있다"며 "강북구뿐 아니라 인근 성북 종로 은평 도봉에서도 이런 모임이 활성화된다면 북한산 나무를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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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한차례, 돌·흙으로 뿌리보호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이들이 죽어가는 나무도 살립니다.' 서울 강북지역 의사와 약사들이 등산객 발길에 채여 죽어가고 있는 등산로 주변 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섰다. '강북구 의약인 나무사랑모임'이다.
◆건강 챙기고 좋은 일 하고 = "등산하고 내려가서 술 마시고…. 바쁜 시간 쪼개서 그러고 마느니 '좋은 일 좀 하자'고 했어요."
박겸수 구청장이 지역 의약인단체 회장단에 '북한산 돌쌓기'를 제안했다. 주변 등산로와 계곡에서 돌을 모아 등산화와 아이젠에 심하게 훼손된 나무뿌리를 보호하자는 것. 구청에서는 주말마다 등산객들과 함께 뿌리가 드러난 나무를 위해 '흙 나르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제헌절, 의사회 5명과 한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각 4명씩 참여해 발대식 겸 북한산에 올랐다. 첫 목적지는 백운대피소 인근. 도선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1시간여 등산 끝에 백운대피소에서 위문 방향 100m 지점에 도착, 소나무와 참나무 주변에 돌 울타리를 쌓았다. 경사가 심해 돌을 쌓기 어려운 곳에는 흙을 담은 자루로 보완했다.
뿌리 주변을 돌로 쌓으면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거나 등산객 발길에 패일 우려가 없다. 작업 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측 협조도 얻었다. 이광근(약사회 부회장) 간사는 "돌을 쌓으면 침식이 덜하고 자루에 흙을 담아 덮어두면 비온 뒤 함께 굳어진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나무사랑모임은 매달 한차례 돌쌓기에 나서고 있다. 8월 하루재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오를 때는 아예 2㎏짜리 모래주머니를 두개씩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이전 달 쌓았던 돌무더기가 훼손돼 반복작업을 하기도 했고 가파른 영봉 인근에서는 돌을 구하지 못해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천으로 된 자루와 삽을 챙겨 가파른 산길을 오른 뒤 1~2시간 돌과 흙을 구해 뿌리를 덮어주며 땀을 흘린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온 음식으로 정을 나누고 하산.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의약인 단체들은 자기 색을 없애고 연합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이인영 강북구 보건소장은 "서울 자치구 가운데 유일할 것"이라며 "사실 모임이 유지될까 우려도 했는데 본인이 참석하기 어려우면 각 단체 회원들을 대신 보낸다"고 말했다. 박겸수 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직원 10여명도 매번 의약인들과 행동을 함께 한다.
◆등산객 호응도 뜨거워 = 작업을 지켜보는 등산객들 반응이 뜨겁다. "좋은 일 하신다"는 인사는 기본. 간식을 나눠주겠다거나 함께 작업에 참여하겠다는 제안도 많다.
이광근 간사는 "멋모르고 따라나선 회원도 건강을 챙기면서 보람도 얻으니까 빠지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돌이 흘러내리기도 했는데 몇 번 하고 나니 기술이 쌓여 이제는 제법 틀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함께 땀 흘린 뒤 나누는 막걸리 한잔의 효과도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은 만큼 등산로에 있는 고목들이 등산화와 아이젠에 뿌리가 채여 죽어가고 있다"며 "강북구뿐 아니라 인근 성북 종로 은평 도봉에서도 이런 모임이 활성화된다면 북한산 나무를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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