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전 간행물윤리위원장
과연 선거의 해답다.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내는 말들이 어디로 튈지 아슬아슬하다. 잠시 한눈팔다가는 "아얏" 소리도 못한 채 낚여 채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정치권에 가득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즉 정신 차리고 국민소리에 귀 기울이지 왜 이제야 북치고 소란 피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 사정이 더욱 딱하다. 박근혜 대선후보를 구하려는 건지 당을 살리자는 건지 알 수 없는 면면의 비대위원들과, 당 기득세력 간 갈등은 금방이라도 터질듯 위태롭다. 20대 비대위원이 거침없는 언사를 퍼붓고 아버지 어머니뻘 의원들이 독설로 맞받는 모습에서 그 당의 딱한 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미 당내에는 살생부가 돌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총선공천 과정에서 '도려낼' 인물과 '자르는 기준'을 흘리고, 다른 한편에선 부인하는 낯익은 광경도 재연됐다.
"박근혜 위원장부터 손쉬운 TK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해 당을 지켜라"라는 주장에 "(뇌물수수) 전과자가 우리에게 쇄신, 개혁을 요구하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는 말까지 어지럽게 흘러다닌다.
유형은 다르지만 청와대도 급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으로 오랜만에 국민 앞에 사과했다. 비록 남 말하듯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엎드려 절 받기'식 사과를 했지만 어쨌든 줄줄이 터져나온 내곡동 사저 의혹과 친인척 측근 비리에 머리를 낮춘 것이다.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다짐도 선거철이 아니면 없었을 일이다.
"이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고 대통령이 강조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여당도 괴로워하고 야당도 고민하는
이후 하루가 멀다고 사저 문제와 형님, 친가, 처가 인맥에다 측근 이름이 오르내려도 그는 침묵을 지켜왔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에서 "이사 갈 때 못쓸 물건 버리듯 떼놓고 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겠는가. 결국 여당의 선거 짐은 덜어주고 자신도 털 건 털고 가자는 뜻으로 사과를 했을 것이다.
여권이 이처럼 뒤뚱거리니 야권은 쾌재를 불러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조금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곳도 사정이 그리 만만치 않다. 전체 야권을 '통합'해 정권교체를 이뤄낸다지만 왠지 국민들 시선은 살갑지가 않다. '안철수'는 기대하고 지지하는 모습이 분명한데 민주통합당이 바로 '안철수의 현신'일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 이유 또한 자명하다. 안철수만큼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없다는 것이고 지난해 9월부터 국민이 고대했던 새 정치의 모습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오는 15일 선출한다는 당 지도부에 출마한 사람들은 한 두 명을 제외하곤 누가 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야권에서 거론되는 대선후보 또한 안철수를 제외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들 중 누구도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노무현계, 김대중계, 시민사회 계로 갈려 힘을 다투는 양상이다. 말로는 통합한다면서도 속으로는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여권은 구태(舊態), 구(舊)인물을 도려낸다고 벼르는 판에 범야권에는 옛 정치인들이 다시 몰려들어 한판 벌여보겠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여도 괴로워하고 야도 고민하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형국에서 선거의 해가 시작됐다. 새 정치, 새 판에 대한 국민 요구는 강하고 그것이 바로 피부로 느껴지는데, 지금 정치권은 육중한 몸을 어떻게 놀릴지 가늠을 못하고 있다. 손에 쥔 것을 놓아야 더 큰 걸 잡을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남에게만 요구하고 제 손은 펴지 않는 구습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봉사할 수 있는지 지켜본다
4·11총선은 90일이 남았다. 평자들은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을 들어 여당의 참패를 점치지만 나는 꼭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만약 한나라당이 도려내고 잘라내고, 나아가 박근혜 독주가 아닌 다른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그럼에도 야권은 모두가 나야말로 지도자라며 머리부터 들이밀고, 양보 배려 봉사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인다면, 판은 바뀔 수도 있다.
국민은 지금 말을 않고 있다. 그러나 지켜보고 있다. 누가 쇼가 아닌 진정한 변화의 의지를 갖고 세상을 바르게 펴는 데 봉사할 수 있는지 말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과연 선거의 해답다.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내는 말들이 어디로 튈지 아슬아슬하다. 잠시 한눈팔다가는 "아얏" 소리도 못한 채 낚여 채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정치권에 가득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즉 정신 차리고 국민소리에 귀 기울이지 왜 이제야 북치고 소란 피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 사정이 더욱 딱하다. 박근혜 대선후보를 구하려는 건지 당을 살리자는 건지 알 수 없는 면면의 비대위원들과, 당 기득세력 간 갈등은 금방이라도 터질듯 위태롭다. 20대 비대위원이 거침없는 언사를 퍼붓고 아버지 어머니뻘 의원들이 독설로 맞받는 모습에서 그 당의 딱한 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미 당내에는 살생부가 돌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총선공천 과정에서 '도려낼' 인물과 '자르는 기준'을 흘리고, 다른 한편에선 부인하는 낯익은 광경도 재연됐다.
"박근혜 위원장부터 손쉬운 TK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해 당을 지켜라"라는 주장에 "(뇌물수수) 전과자가 우리에게 쇄신, 개혁을 요구하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는 말까지 어지럽게 흘러다닌다.
유형은 다르지만 청와대도 급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으로 오랜만에 국민 앞에 사과했다. 비록 남 말하듯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엎드려 절 받기'식 사과를 했지만 어쨌든 줄줄이 터져나온 내곡동 사저 의혹과 친인척 측근 비리에 머리를 낮춘 것이다.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다짐도 선거철이 아니면 없었을 일이다.
"이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고 대통령이 강조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여당도 괴로워하고 야당도 고민하는
이후 하루가 멀다고 사저 문제와 형님, 친가, 처가 인맥에다 측근 이름이 오르내려도 그는 침묵을 지켜왔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에서 "이사 갈 때 못쓸 물건 버리듯 떼놓고 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겠는가. 결국 여당의 선거 짐은 덜어주고 자신도 털 건 털고 가자는 뜻으로 사과를 했을 것이다.
여권이 이처럼 뒤뚱거리니 야권은 쾌재를 불러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조금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곳도 사정이 그리 만만치 않다. 전체 야권을 '통합'해 정권교체를 이뤄낸다지만 왠지 국민들 시선은 살갑지가 않다. '안철수'는 기대하고 지지하는 모습이 분명한데 민주통합당이 바로 '안철수의 현신'일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 이유 또한 자명하다. 안철수만큼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없다는 것이고 지난해 9월부터 국민이 고대했던 새 정치의 모습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오는 15일 선출한다는 당 지도부에 출마한 사람들은 한 두 명을 제외하곤 누가 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야권에서 거론되는 대선후보 또한 안철수를 제외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들 중 누구도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노무현계, 김대중계, 시민사회 계로 갈려 힘을 다투는 양상이다. 말로는 통합한다면서도 속으로는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여권은 구태(舊態), 구(舊)인물을 도려낸다고 벼르는 판에 범야권에는 옛 정치인들이 다시 몰려들어 한판 벌여보겠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여도 괴로워하고 야도 고민하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형국에서 선거의 해가 시작됐다. 새 정치, 새 판에 대한 국민 요구는 강하고 그것이 바로 피부로 느껴지는데, 지금 정치권은 육중한 몸을 어떻게 놀릴지 가늠을 못하고 있다. 손에 쥔 것을 놓아야 더 큰 걸 잡을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남에게만 요구하고 제 손은 펴지 않는 구습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봉사할 수 있는지 지켜본다
4·11총선은 90일이 남았다. 평자들은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을 들어 여당의 참패를 점치지만 나는 꼭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만약 한나라당이 도려내고 잘라내고, 나아가 박근혜 독주가 아닌 다른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그럼에도 야권은 모두가 나야말로 지도자라며 머리부터 들이밀고, 양보 배려 봉사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인다면, 판은 바뀔 수도 있다.
국민은 지금 말을 않고 있다. 그러나 지켜보고 있다. 누가 쇼가 아닌 진정한 변화의 의지를 갖고 세상을 바르게 펴는 데 봉사할 수 있는지 말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