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40대 표심 이반의 또다른 해석

지역내일 2012-01-05
이 지 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40대가 돌아섰다. 20대에 민주화투쟁을 이끌었고, '386세대'로 불리면서 2002년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던 그들이 2012년 '정치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전국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그들의 '반한나라당' 정서는 2030세대를 능가하고 있다.

연령이 미치는 투표선택의 영향을 흔히 세대효과로 설명한다. 20대에 민주화투쟁을 경험한 40대가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경험하면서 잠자고 있던 그들의 진보성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경제위기가 그들을 왼쪽으로 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부양과 자녀 교육의 짐 모두에서 답이 안보이고, 자영업자, 비정규직은 물론 대기업 종사자조차 고용불안에 떠는 현실에 직면한 40대가 변화지향성을 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설명 모두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40대가 인터넷과 SNS 상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정부의 소통 부재를 2030세대보다도 더 심각하게 느낀다거나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여긴다는 것은 지나친 판단이다. 40대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관성적 사고 때문인 것 같다.

두 번째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40대가 복지담론에 가장 수용적이라고 하여 그들이 진보적으로 바뀌었다는 생각 또한 허상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정 또한 '복지 = 진보'라는 서구적 사고 틀에 매인 습관적 사고가 아닐까.

40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앞 다투어 복지를 말한다. 이제 복지는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쟁점으로 되었다. 문제는 실현가능한 정책적 대안이다. 정부는 급진적 복지확대 정책에 보수적이고 야당은 적극적이다. 이것은 참여정부 당시도 그랬고 현 정부에서도 그렇다.

복지는 정치적 대립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나 가족의 경제활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는 어떤 다른 세대에 비해 현실적이며 따라서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해 유연할 것이다.

이에 대해 40대의 진보화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도덕적 가치를 희생하고서라도 경제적 대가를 기대하여 내린 지난 대선과 총선의 선택이 기대 좌절로 이어지자, 도덕적 가치로의 회귀가 40대의 진보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정사회에 대한 선호가 40대에서 높게 나왔다. 또한 40대 생활인 심층인터뷰에서도 면접자들은 공통적으로 불공정이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40대가 주목하는 것은 좌우의 정책이 경쟁하고 조정되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공정한 사회의 구축이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고 여전히 약자들에게만 가혹한 경쟁을 강요하는 불공정성에 40대는 분노한다.

특히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른바 '고소영'으로 불리는 통치자의 학맥과 지연 중심의 인사, 여당을 좌지우지 했던 '형님 정치',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매입을 둘러싼 논란과 측근 친인척 비리 등 권력의 핵심에서 저질러진 공정성의 훼손이었다.

공정성의 실현이야 말로 청년시절 민주적 가치를 추구했던 40대의 도덕적 가치로의 복귀이며 진보성 회복의 핵심이다. 우리사회에서 공정성의 추구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다. 공정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세력과 기득권 집단을 대변하는 정치세력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 대 반민주', '새로운 정치 대 낡은 정치'처럼 전자가 정당성을 갖는 유리한 구도일 것이다. 공정성의 추구는 '올바르지 못한 사회를 바로 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라는 등가적 가치의 경쟁은 공정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반칙없는 세상, 예측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가 균형을 이루며 사회를 이끌 것이다. 최근 안철수 바람은 '보수 대 진보'의 대립구도 보다 '올바르지 못한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분석해 보면, 40대가 진보화되고 강한 반한나라당 태도를 가졌다고 해서 표심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으로 옮겨 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40대가 서구적 의미의 좌-우 연속선에서 왼쪽으로 움직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노동조합과의 통합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은 자신의 위치를 왼쪽으로 옮겨 놓았으며 대선을 앞두고 예견되는 통합진보당과의 연합 또한 당을 더욱 왼쪽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전두환·노태우 정부에 참여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이자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김종인 전의원이 17대 국회부터 소속되었던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사실은 눈길을 끈다.

나아가 그의 행보는 단순히 박근혜 비대위의 중도화 실험에 무게를 실어주기 보다 '올바르지 못한 것을 바로잡아보겠다'는 듯 보여 더욱 흥미롭다.

정치권은 뜨겁게 요동치고 있다. 대선으로 가는 동안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동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치변화의 핵심인 40대의 정서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야 말로 중요한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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