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비대위원 적격성·보수당 가치 훼손에 불만누적
공천심사위·정책쇄신 윤곽 드러나는 설 이후 가시화

오늘은 무슨 보따리 한나라당 이양희(왼쪽) 이준석 비대위원이 5일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정책분과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행보'가 거침이 없다.
주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입을 통해서다. 두 위원은 연일 쇄신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4일에는 '이재오 안상수 홍준표 정몽준' 등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쇄신대상'이라고 했다. 정강정책에서 보수란 단어를 빼고 재벌개혁을 명시할 것임도 시사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발 거리를 둔 채 묵인하는 모양새다. 인적쇄신이 당내 반발을 부르자 최근 박 대표는 참모들에게 "비대위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놔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은 없다'는 박 위원장의 위기감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역풍 조짐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비대위'의 쇄신 칼끝이 다수 현역의원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이계는 "쇄신을 명분으로 친이계를 제거하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친박계도 공천탈락 위기에 놓인 현역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4월 총선까지 적어도 두 번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 선출직 심판할 도덕성 갖췄나 =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이 친이계의 총대를 맸다. 명분은 비대의원의 자격 논란이다. 과거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됐던 김종인 위원과 한때 천안함 북한 도발론에 이견을 제시했던 이상돈 위원을 겨냥하고 있다. 또 일부 비대위원의 여성문제와 부동산투기도 거론되고 있다. 장 의원은 "김종인·이상돈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의원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분란을 일으키는 비대위원도 문제지만, 장 의원처럼 싸우는 것도 당 화합과 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측근들에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핵심관계자는 "임명직(비대위원)이 국민이 뽑은 선출직을 심판하려면 적어도 선출직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권초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것은 잘못된 인사와, 여론을 외면하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위원장이 빨리 결단하지 않으면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이 그동안 강조했던 '원칙과 신뢰정치'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한나라당이 뭔가를 바꿔야 할 시기여서 (친이가) 조용히 있지만, 이런 문제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여론의 역공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물갈이론·당 좌향좌에 불만 누적 =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역풍 가능성은 친이계뿐 아니라 친박(친박근혜)계에도 누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과 강남벨트 물갈이론이 떠오르면서 현역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당 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TK 물갈이론이 섭섭하긴 하지만 그게 민심이고 상식"이라면서도 "그러나 불출마는 정치인의 양식에 맡겨야지, 인민재판하듯이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종근 의원도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나는 처음 뜻대로 불출마나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며,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은 '보수정당 핵심가치 수호'를 명분으로 가시화될 여지도 있다. 비대위가 "정강정책도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면서 보수나 선진화란 문구 삭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위는 재벌개혁 카드를 꺼내드는 등 당 정책을 전반적으로 '좌클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천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보수적 성향이 짙어 이를 명분으로 조직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첫 역풍은 당 공천심사위와 정강정책쇄신 윤곽이 드러나는 이달말쯤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공천심사위·정책쇄신 윤곽 드러나는 설 이후 가시화

오늘은 무슨 보따리 한나라당 이양희(왼쪽) 이준석 비대위원이 5일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정책분과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행보'가 거침이 없다.
주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입을 통해서다. 두 위원은 연일 쇄신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4일에는 '이재오 안상수 홍준표 정몽준' 등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쇄신대상'이라고 했다. 정강정책에서 보수란 단어를 빼고 재벌개혁을 명시할 것임도 시사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발 거리를 둔 채 묵인하는 모양새다. 인적쇄신이 당내 반발을 부르자 최근 박 대표는 참모들에게 "비대위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놔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은 없다'는 박 위원장의 위기감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역풍 조짐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비대위'의 쇄신 칼끝이 다수 현역의원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이계는 "쇄신을 명분으로 친이계를 제거하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친박계도 공천탈락 위기에 놓인 현역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4월 총선까지 적어도 두 번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 선출직 심판할 도덕성 갖췄나 =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이 친이계의 총대를 맸다. 명분은 비대의원의 자격 논란이다. 과거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됐던 김종인 위원과 한때 천안함 북한 도발론에 이견을 제시했던 이상돈 위원을 겨냥하고 있다. 또 일부 비대위원의 여성문제와 부동산투기도 거론되고 있다. 장 의원은 "김종인·이상돈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의원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분란을 일으키는 비대위원도 문제지만, 장 의원처럼 싸우는 것도 당 화합과 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측근들에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핵심관계자는 "임명직(비대위원)이 국민이 뽑은 선출직을 심판하려면 적어도 선출직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권초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것은 잘못된 인사와, 여론을 외면하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위원장이 빨리 결단하지 않으면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이 그동안 강조했던 '원칙과 신뢰정치'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한나라당이 뭔가를 바꿔야 할 시기여서 (친이가) 조용히 있지만, 이런 문제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여론의 역공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물갈이론·당 좌향좌에 불만 누적 =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역풍 가능성은 친이계뿐 아니라 친박(친박근혜)계에도 누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과 강남벨트 물갈이론이 떠오르면서 현역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당 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TK 물갈이론이 섭섭하긴 하지만 그게 민심이고 상식"이라면서도 "그러나 불출마는 정치인의 양식에 맡겨야지, 인민재판하듯이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종근 의원도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나는 처음 뜻대로 불출마나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며,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은 '보수정당 핵심가치 수호'를 명분으로 가시화될 여지도 있다. 비대위가 "정강정책도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면서 보수나 선진화란 문구 삭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위는 재벌개혁 카드를 꺼내드는 등 당 정책을 전반적으로 '좌클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천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보수적 성향이 짙어 이를 명분으로 조직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첫 역풍은 당 공천심사위와 정강정책쇄신 윤곽이 드러나는 이달말쯤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