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중학생 자살은 한국 공교육의 자살

지역내일 2012-01-09
성태숙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죽기 전 어머니의 손전화에서 자기 번호를 지우는 세심한 정을 가진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심정은 헤아리는 것조차 두렵다.
대구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자살로 이제는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 중 하나라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

피해학생이 고립된 상태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 절망한다.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망설였지만, 살아봤자 불효자나 될 것 같다는 절망감을 떨치지 못한 것 같다.

생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봤다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유서에 남기고 힘겨운 세상을 떠나버렸다.

두명에 불과하다던 가해학생들이 일곱명까지 불어난 것도 충격적이지만, 이런 폭력을 가벼운 장난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을 정말 절망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제 학교는 살벌한 전쟁통이 되어, 교육을 집어삼켜버렸다. 경쟁과 입시만 난무하는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약한 학생을 장난감 삼아 놀려대고 괴롭히는 것으로 힘든 현실을 견뎌내고 있다.

공교육을 쇄신하고 학생들의 인성지도에 있는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일부 교사들은 부업이 되어버린 방과후 수업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학교는 형식적 절차 마련과 자기 보호를 위한 변명에만 신경을 쓰고, 수당이나 인센티브가 아닌 소명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가장 먼저 학교의 기능 회복시켜야

학교는 학생들을 장시간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지옥문을 빠져나가는 표정으로 교문을 나선다. 학생들은 배움이 없는 교실에 절망하고, 동급생들을 두려워하며,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제시간에 하는 공교육을 충실히 할 방도와 교육을 통해 진정으로 인간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적 가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학교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교사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학생들끼리만 홀로 지내지 않도록 세심한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생들의 작은 변화를 의미 있게 보고, 가해학생들을 진정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학교 문화를 인권과 평화의 가치 위에서 정립해야 한다.

죽기 전 어머니의 손전화에서 자기 번호를 지우는 세심한 정을 가진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심정은 헤아리는 것조차 두렵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 절망하며 죽음을 택한 것이 비단 그 피해학생만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 땅의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은 그날을 이제 더 버틸 힘이 없는 우리 공교육이 절망하며 스스로 자살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대구 중학생의 억울한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우리 모두의 피맺힌 마음을 다하여 가신 이와 남은 가족들에게 한없는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한다.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가해학생들에게도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을 통감한다. 학생들의 거듭되는 죽음으로도 나아지지 않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참으로 절망스럽다.

교육계 밖의 충고와 조언 받아들여야

이제 학교의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 문제를 감추고 축소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학교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계 밖의 충고와 조언을 받아들일 일이다. 그래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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