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호르무즈를 점하라

지역내일 2012-01-12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들, 이를테면 여야의 돈봉투 사건, 한나라당 비대위의 활동 논란 등 권력 게임에 국민의 시선이 온통 쏠려 있는 것 같다. 일견 나라밖에서 일어나는 일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국내 정유사는 물론이고 외교통상부 및 지식경제부의 상황실은 지금 비상이 걸려 있을 터이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 석유금수조치를 취하자 이란이 이에 대응,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경고를 쏘아대고 있다. 국제 사회 초미의 관심사는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중동지역의 지도를 보면 아라비아 반도와 서아시아 사이에 페르시아 만(灣)이 있고, 이 바다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오는 길목에 호리병목처럼 생긴 좁은 수로가 있다. 바다 폭이 제일 좁은 곳은 54km이지만 대형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폭은 사실상 해협 한가운데 4km 남짓밖에 안된다. 이 해협의 남쪽은 아라비아 반도의 오만과 아랍토후국 땅이고 북쪽은 이란 땅이다. 이란이 이곳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 안의 페르시아 만 연안에 우리 귀에 익은 산유국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사우디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그리고 이란까지.

한국은 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수요량의 87퍼센트를 실어오고 있다. 한국이 필요한 원유는 하루 35만톤 정도라고 한다. 거의 매일 한국으로 향하는 유조선 한척이 이곳을 통과하는 셈이다.

세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초크 포인트'(Choke Point)라고 부른다. '관문' '요충' '병목지점' 등 그 사전적 해석이 분분한데, '숨통'이라는 번역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의 초크 포인트는 호르무즈를 포함하여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보스포러스 해협, 파나마 운하 등 7개 지점인데, 그 중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길목이다.

세계 석유 수요량의 20% 통과

전 세계 하루 석유 수요량의 20%, 약 170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여 세계 석유 시장으로 나가며, 유조선 20척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 길목이 막히면 유가가 천정부지로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란은 과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을까. 이란 군 당국자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쉽다고 주장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해상봉쇄는 어렵지 않다. 기뢰를 설치하면 유조선들은 꼼짝할 수 없다. 미국도 이란이 봉쇄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의 봉쇄 위협은 그야말로 위협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란이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한다면 미국은 즉각적인 군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제1차 이라크 전쟁 이후 페르시아 만의 바레인에 5함대 기지를 두고 이 지역 제해권을 확보해왔다.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 호를 주축으로 한 5함대는 이란 해군력을 압도하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테니스 항공모함은 지난해 연말 바레인을 떠나 아라비아 해로 나가서 현재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작전 중이다.

이란군은 스테니스 항공모함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다시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스테니스 항공모함은 불원 모항인 바레인으로 돌아가야 하니, 그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번 긴장의 근원적인 이유는 이란의 핵개발이고, 직접적인 발단은 이란 석유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금수조치이다. 미국과의 오랜 대치 상태와 신정(神政)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란의 경제는 발전하지 못했다. 정부의 주 수입원이 석유 달러인 상황에서 미국의 금수조치로 경제의 생명선이 위협받자 이란은 미국에 덤벼드는 형국이다.

국력과 동맹, 외교와 전략 필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 짝이다. 한국은 미국의 이란 석유 금수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데다가 호르무즈 봉쇄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대치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 석유로 자동차 소비를 즐기고 따뜻한 아파트 방에서 산다.

그러나 석유는 첨예한 전략적 상품으로 물량 확보에서 소비까지 보이지 않는 국가의 에너지 안보 노력이 필요하다. 국력이 필요하고, 동맹이 필요하고, 외교가 필요하고, 전략이 필요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올해 국제 사회에 던질 파장을 우리 시민들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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