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단기 입소자 76%가 재범 … 강력범죄 감염까지 우려
집단폭행과 따돌림으로 동료 학생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가해 중학생이 구속됐다. 이들은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대전에서는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또는 단독으로 성폭행한 고등학생 16명이 모두 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범죄의 경우 처벌이 목적이 아닌 교화에 무게를 두고 보호처분을 내린다. 무리한 처벌은 청소년들을 씻을 수 없는 범죄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소년법의 입법목적이다. 하지만 현행 소년보호제도가 흉폭해진 소년범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2세로 낮추자는 청원운동까지 진행되는 등 소년법 개정 논란이 뜨겁다.
이에 따라 본지는 소년범죄의 적정한 대책과 제도적 보완점을 점검해 본다.

"소년원에 한 달 있었지만 모두 제각각이었어요. 조용히 반성하는 아이도 있고, 누구를 손봐준다고 매일같이 욕만 하면서 나가는 아이도 있었어요."
지난해초 소년원에 단기 수용된 후 나온 학생 최 모군의 말이다. 최 군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복학했다. 하지만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또 다른 범죄 유혹에 노출돼 있다.
소년범들은 과연 소년원에서 갱생의 길을 걷고 있을까.
실제 소년원을 경험한 소년범 대부분은 다시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1개월 미만 단기수용 처분을 받은 소년범 중 76%가 재범으로 소년원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개월 미만 소년원 단기 수용자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년원 수용실태에 따르면 8호 처분(1개월 미만 소년원 수용) 을 받은 대상자 중 13.8%만 경찰 입건 경험이 없는 초범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재범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 입건 10회 이상 경험자가 6.9%로 나타났다. 77%는 과거 보호감소 등 보호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소년원 수용 결정을 받은 아이들의 생활환경이나 가정형편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자의 소년원 입원 전 학력은 재학중 39.1%, 나머지 60.1%는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아이들이다. 주거형태도 부모와 동거가 48.5%지만 한부모 가정도 41.6%로 나타나 가정환경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년원에는 강력범죄를 저질렀지만 보호처분을 받아 소년교도소가 아닌 소년원에 수용된 아이들도 섞여 있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해서 재범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들은 처벌 수위가 높다고 해서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소년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소년원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돈 뺏는 재산범죄 27% = 조사 대상자의 27.5%는 돈을 뺏거나 물건을 훔치는 재산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9.7%는 폭력범죄, 11.5%는 성폭력범죄로 나타났다.
최근 중고등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용돈이나 유흥비 마련을 위해 발생한다는 것과 맞물린 조사 결과다.
범죄동기는 우발적·충동적(43.8%)이 대부분이었고, 유흥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한 사례도 9.3%였다.
이들은 소년원 생활 중 삭발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화장실과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아플 때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철창이 너무 많은 것을 불만족해했다.
소년원 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28.1%로 가장 많았고, '구속된 생활'과 '신체훈련'이 각각 20.2%로 뒤를 이었다.
조사대상자의 48.5%는 실제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결손 가정이 소년범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34.5%는 소년원 퇴원 후 적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와의 관계 개선'이라고 응답했다.
소년원 교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69%)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은 '판사로부터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을 때'(15.8%)나 '소년원에 들어올 때'(18.2%)보다 '교육프로그램을 접하면서'(35.8%) 생활에 변화를 느낀다고 답했다.
◆소년범 형태 따라 구금 시설 다양화 해야 = 강력범죄를 또 다시 저지른 소년범까지 보호처분을 내려 소년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년원 출신인 최 모군은 "입소한 아이들의 범죄 종류와 질이 다르다"며 "집단폭행으로 살인미수까지 간 한 형이 영웅담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소년원 단기 입소는 '쇼크구금'의 목적이 크다. 격리 수용돼 일시적 '쇼크'를 줘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쇼크'에 내성이 생긴 재범자들은 또 다른 강력범죄에 감염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실제 소년의 비행 질에 대한 고려없이 강력 범죄자까지 소년원 교육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어 개선가능성이 높은 대다수 소년들의 교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비행의 감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소년원 운영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처럼 소년원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미흡하거나 비전문적으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사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실태에서도 소년원 내에서의 폭력과 성추행은 운영기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청소년 수 감소와 소년사건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년원 수용인원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6년 1488명이 새로 소년원에 수용됐고, 2007년에는 1511명, 2008년 1705명에 이어 2009년에는 2709명으로 껑충뛰었다.
특히 학교폭력이 청소년 사회 곳곳에서 발현하고 있어 소년원 운영의 선진화를 통해 소년사법 체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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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폭행과 따돌림으로 동료 학생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가해 중학생이 구속됐다. 이들은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대전에서는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또는 단독으로 성폭행한 고등학생 16명이 모두 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범죄의 경우 처벌이 목적이 아닌 교화에 무게를 두고 보호처분을 내린다. 무리한 처벌은 청소년들을 씻을 수 없는 범죄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소년법의 입법목적이다. 하지만 현행 소년보호제도가 흉폭해진 소년범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2세로 낮추자는 청원운동까지 진행되는 등 소년법 개정 논란이 뜨겁다.
이에 따라 본지는 소년범죄의 적정한 대책과 제도적 보완점을 점검해 본다.

"소년원에 한 달 있었지만 모두 제각각이었어요. 조용히 반성하는 아이도 있고, 누구를 손봐준다고 매일같이 욕만 하면서 나가는 아이도 있었어요."
지난해초 소년원에 단기 수용된 후 나온 학생 최 모군의 말이다. 최 군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복학했다. 하지만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또 다른 범죄 유혹에 노출돼 있다.
소년범들은 과연 소년원에서 갱생의 길을 걷고 있을까.
실제 소년원을 경험한 소년범 대부분은 다시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1개월 미만 단기수용 처분을 받은 소년범 중 76%가 재범으로 소년원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개월 미만 소년원 단기 수용자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년원 수용실태에 따르면 8호 처분(1개월 미만 소년원 수용) 을 받은 대상자 중 13.8%만 경찰 입건 경험이 없는 초범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재범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 입건 10회 이상 경험자가 6.9%로 나타났다. 77%는 과거 보호감소 등 보호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소년원 수용 결정을 받은 아이들의 생활환경이나 가정형편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자의 소년원 입원 전 학력은 재학중 39.1%, 나머지 60.1%는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아이들이다. 주거형태도 부모와 동거가 48.5%지만 한부모 가정도 41.6%로 나타나 가정환경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년원에는 강력범죄를 저질렀지만 보호처분을 받아 소년교도소가 아닌 소년원에 수용된 아이들도 섞여 있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해서 재범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들은 처벌 수위가 높다고 해서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소년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소년원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돈 뺏는 재산범죄 27% = 조사 대상자의 27.5%는 돈을 뺏거나 물건을 훔치는 재산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9.7%는 폭력범죄, 11.5%는 성폭력범죄로 나타났다.
최근 중고등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용돈이나 유흥비 마련을 위해 발생한다는 것과 맞물린 조사 결과다.
범죄동기는 우발적·충동적(43.8%)이 대부분이었고, 유흥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한 사례도 9.3%였다.
이들은 소년원 생활 중 삭발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화장실과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아플 때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철창이 너무 많은 것을 불만족해했다.
소년원 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28.1%로 가장 많았고, '구속된 생활'과 '신체훈련'이 각각 20.2%로 뒤를 이었다.
조사대상자의 48.5%는 실제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결손 가정이 소년범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34.5%는 소년원 퇴원 후 적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와의 관계 개선'이라고 응답했다.
소년원 교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69%)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은 '판사로부터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을 때'(15.8%)나 '소년원에 들어올 때'(18.2%)보다 '교육프로그램을 접하면서'(35.8%) 생활에 변화를 느낀다고 답했다.
◆소년범 형태 따라 구금 시설 다양화 해야 = 강력범죄를 또 다시 저지른 소년범까지 보호처분을 내려 소년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년원 출신인 최 모군은 "입소한 아이들의 범죄 종류와 질이 다르다"며 "집단폭행으로 살인미수까지 간 한 형이 영웅담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소년원 단기 입소는 '쇼크구금'의 목적이 크다. 격리 수용돼 일시적 '쇼크'를 줘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쇼크'에 내성이 생긴 재범자들은 또 다른 강력범죄에 감염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실제 소년의 비행 질에 대한 고려없이 강력 범죄자까지 소년원 교육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어 개선가능성이 높은 대다수 소년들의 교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비행의 감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소년원 운영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처럼 소년원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미흡하거나 비전문적으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사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실태에서도 소년원 내에서의 폭력과 성추행은 운영기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청소년 수 감소와 소년사건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년원 수용인원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6년 1488명이 새로 소년원에 수용됐고, 2007년에는 1511명, 2008년 1705명에 이어 2009년에는 2709명으로 껑충뛰었다.
특히 학교폭력이 청소년 사회 곳곳에서 발현하고 있어 소년원 운영의 선진화를 통해 소년사법 체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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