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인가 (송보경 2001.11.23)
송보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모임 이사
금년 가을 교정의 황금빛 은행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유난히 쓸쓸해 보인다. 논문 베끼
는 교수, 존경 못 받는 어른에 대한 신문기사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어른을 존경하는 비율이 낮다는 발표와 “한국 교수 논문표절 국제
망신”이라는 기사를 보면 이 지경이 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 각 대학 수시 모집이라는 입시에는 자기 소개서, 학업계획서 그리고 심층면접 등
이 학생에게 요구된다. 그런데 학업계획서가 비슷한 것은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기
소개서가 거의 동일한 경우가 때때로 발견된다. 그리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
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책의 제목과 이유가 거의 같다. 예를 들면 ‘난
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등인데 “제
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 그리고 거기서 나오
는 지혜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라고 찍어낸 듯한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
또한 “깊은 생각과 상상력을 자극한 책입니다”라는 기본 문형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은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으면 학생은 대답을 잇지 못한다.
학생들은 어른 잘못 모두 알고 있다
아마도 모범답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았거나 아니면 학원 혹은 학교에서 배웠을 것
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또래 집단이 글을 올린 것을 베껴온 것이라면 그것도 바람직
하지 않지만 이것이 학원과 학교에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을 나무라기에 앞서 우선 어
른의 짓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어른들이 임기응변, 속임수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단방
법 가리지 않는 돈벌기 게임에 학생들을 동원하였을 뿐이다.
학생들은 알고 있다. 힘이 없어 말은 못하지만 어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가슴아픈 점은 그 아이들은 어른을 닮아가고 있다. 얼마 전 교사들이 여름학기
시험 커닝을 해서 이를 적발당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커닝하는 교사, 논문 베끼는 교수. 이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존경하는
어른이 없다고 표현하는 아이들의 말에서 차라리 희망을 본다.
자신의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남의 생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인지를 구분해서 발표하
라고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는 그렇게 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안 읽은 책도 읽은 것처럼 남이 쓴 서평도 내가 쓴 것처럼 보이도록 훈
련된다면 그들을 훈련시킨 것도 어른이다.
이것은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
사수가 부족해서 문제라기보다는 교육현장에서 선생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가 더 크게
보인다.
사이트를 베끼는 학생과 남의 논문을 베껴 발표하는 교수는 무엇이 다른가. 현재 사회
적인 영향력은 다르지만 유형은 일점 일획의 차이도 없이 같다.
이번 ’한국 교수 논문 표절 국제 망신’의 다른 점은 이것이 과감히 국경을 넘는 수
출을 감행한 유형이라는 점일 뿐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입논문들이 몇 배나 더
많이 있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베꼈다고 지적하는 교수가 왕따 당하는 교육 풍토이다.
몇 년전 실제로 소위 명문으로 분류되는 대학교에서 한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베낀 것
을 항의했더니 학교 망신시키고 졸업생 자리하나 빼앗으려고 하느냐고 그것을 지적한
교수에 대해 선생이 모두 나서 나무랐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논문을 베낀 대학의
그 학교 출신 교수는 그를 구명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작태를 보이고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교단에서 큰소리치고 건재하다.
“존경받으려면 똑바로 행동하시오”
한 교수는 어떤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제목만 바꾸고 그대로 다른 학회에서 발표했다
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데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정치인이 조폭과 같이 놀아도 되느냐고 따지고 있지만 일부 교수 사회도 조폭처럼 노
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것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어른들을 존경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
며 오히려 깨끗한 아이들이 존경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상한 짓을 하는 어른들을 경멸하는 아이가 있어 우리 사회는 차라리 희망이 있다.
“우리들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어른들이여, 똑바로 행동하시오” 이것이 아이들이 하
고 싶은 소리일 것이다.
남의 글을 베끼는 것을 용납하는 이상한 풍토 그리고 이를 지적하는 교수를 오히려 나
무라는 이상한 교육 환경이 계속되는 한 우리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
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 구절을 무색하게 만드는 순진한 아이들을 더럽히는 한
국의 어른들의 반성이 있기를!
송보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신문로>
송보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모임 이사
금년 가을 교정의 황금빛 은행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유난히 쓸쓸해 보인다. 논문 베끼
는 교수, 존경 못 받는 어른에 대한 신문기사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어른을 존경하는 비율이 낮다는 발표와 “한국 교수 논문표절 국제
망신”이라는 기사를 보면 이 지경이 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 각 대학 수시 모집이라는 입시에는 자기 소개서, 학업계획서 그리고 심층면접 등
이 학생에게 요구된다. 그런데 학업계획서가 비슷한 것은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기
소개서가 거의 동일한 경우가 때때로 발견된다. 그리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
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책의 제목과 이유가 거의 같다. 예를 들면 ‘난
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등인데 “제
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 그리고 거기서 나오
는 지혜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라고 찍어낸 듯한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
또한 “깊은 생각과 상상력을 자극한 책입니다”라는 기본 문형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은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으면 학생은 대답을 잇지 못한다.
학생들은 어른 잘못 모두 알고 있다
아마도 모범답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았거나 아니면 학원 혹은 학교에서 배웠을 것
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또래 집단이 글을 올린 것을 베껴온 것이라면 그것도 바람직
하지 않지만 이것이 학원과 학교에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을 나무라기에 앞서 우선 어
른의 짓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어른들이 임기응변, 속임수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단방
법 가리지 않는 돈벌기 게임에 학생들을 동원하였을 뿐이다.
학생들은 알고 있다. 힘이 없어 말은 못하지만 어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가슴아픈 점은 그 아이들은 어른을 닮아가고 있다. 얼마 전 교사들이 여름학기
시험 커닝을 해서 이를 적발당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커닝하는 교사, 논문 베끼는 교수. 이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존경하는
어른이 없다고 표현하는 아이들의 말에서 차라리 희망을 본다.
자신의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남의 생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인지를 구분해서 발표하
라고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는 그렇게 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안 읽은 책도 읽은 것처럼 남이 쓴 서평도 내가 쓴 것처럼 보이도록 훈
련된다면 그들을 훈련시킨 것도 어른이다.
이것은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
사수가 부족해서 문제라기보다는 교육현장에서 선생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가 더 크게
보인다.
사이트를 베끼는 학생과 남의 논문을 베껴 발표하는 교수는 무엇이 다른가. 현재 사회
적인 영향력은 다르지만 유형은 일점 일획의 차이도 없이 같다.
이번 ’한국 교수 논문 표절 국제 망신’의 다른 점은 이것이 과감히 국경을 넘는 수
출을 감행한 유형이라는 점일 뿐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입논문들이 몇 배나 더
많이 있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베꼈다고 지적하는 교수가 왕따 당하는 교육 풍토이다.
몇 년전 실제로 소위 명문으로 분류되는 대학교에서 한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베낀 것
을 항의했더니 학교 망신시키고 졸업생 자리하나 빼앗으려고 하느냐고 그것을 지적한
교수에 대해 선생이 모두 나서 나무랐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논문을 베낀 대학의
그 학교 출신 교수는 그를 구명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작태를 보이고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교단에서 큰소리치고 건재하다.
“존경받으려면 똑바로 행동하시오”
한 교수는 어떤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제목만 바꾸고 그대로 다른 학회에서 발표했다
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데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정치인이 조폭과 같이 놀아도 되느냐고 따지고 있지만 일부 교수 사회도 조폭처럼 노
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것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어른들을 존경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
며 오히려 깨끗한 아이들이 존경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상한 짓을 하는 어른들을 경멸하는 아이가 있어 우리 사회는 차라리 희망이 있다.
“우리들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어른들이여, 똑바로 행동하시오” 이것이 아이들이 하
고 싶은 소리일 것이다.
남의 글을 베끼는 것을 용납하는 이상한 풍토 그리고 이를 지적하는 교수를 오히려 나
무라는 이상한 교육 환경이 계속되는 한 우리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
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 구절을 무색하게 만드는 순진한 아이들을 더럽히는 한
국의 어른들의 반성이 있기를!
송보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신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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