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정치권, 표만 세는 ‘해충’인가(신명식 2001.11.27)

지역내일 2001-11-28 (수정 2001-12-03 오후 5:29:58)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사이트가 있다. 해충구제업체의 홈페이지인데, 네티즌의 엉뚱한 질문에 워낙 진지하게 답을 하다보니 꽤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이 사이트에서 올해 최고의 히트작은 꽤나 엽기적이다.
“국회의원이라는 해충이 있는데 어떻게 박멸할 수 있나요?”
“샘플을 하나 보내주시면 연구해서 퇴치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 정치권이 하는 일을 보면 이런 조롱을 받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벌이고 있다. 거대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며 분란이 한창이다. 교원정년 단축은 김대중 정부가 자랑하는 업적이다. 62세 정년을 63세로 되돌려놓겠다는 한나라당의 시도는 거대야당의 첫 작품치고는 너무 졸작이다. 하필이면 전 국민의 80% 지지를 받아 통과된 교육공무원법을 제일 먼저 손댈 것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이 내년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비록 소수이지만 확실한 ‘표’를 의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과는 소탐대실이고, 긁어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학부모단체나 젊은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나라당은 29일 본회의 강행처리에서 한발을 뺐다. 그러나 26일 이회창 총재가 “기존 당론에 전혀 변화가 없다”며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리자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거대야당의 첫 작품, 교육공무원법 개정은 졸작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거대야당이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 일까. 이회창 총재는 11월초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제출방침을 밝혔다. 바로 한나라당 소속의원 전원명의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혹시 이 총재의 지도력에 흠집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10·25 보선을 통해 나타난 민의도 무시당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재보선이후 ‘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몇 가지 입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DJP공조를 바탕으로 밀어붙인 것이라하더라도, 불과 2~3년만에 원점으로 돌리기에는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은 것들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북한 퍼주기’를 막는다며,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하려면 기금운용계획안을 회계연도 8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기금의 20% 이상을 변경하거나 5억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위원회 위원 선임을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가 각 3인씩 추천토록 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9명 중 2명은 대통령이, 나머지 7명은 국회에서 의석 비율로 추천하자고 주장한다.
야당은 국세청의 자의적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조사대상과 조건을 엄격히 명시하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 야당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국무총리 이외에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금융감독원장 경찰청장 등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모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런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야당 졸작 환호, 특소세 꼼수 즐긴 여당의 경박함
한나라당이 첫발을 잘못 딛자 민주당은 내심 환호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영 미덥지 못하다. 한나라당을 국정상대로 생각하고 진지한 대화를 하기보다는 특소세법 처리에서 보듯 꼼수나 즐기고,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때’ 집권여당이라고 보기에는 함량미달이다.
이러다보니 민생 관련 입법조차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내년 1월 1일 시행예정인 건강보험재정 통합을 앞두고 여아가 통합이냐 분리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 문제도 시민단체나 노조가 통합지지파와 분리파로 뚜렷이 갈리기 때문에 각 정당은 ‘표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쁘다.
‘위기의 농촌’도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운명이 갈리고 있다. 93년 우루과이라운드이후 우리가 시간을 벌었다고, 추곡수매가를 인상하며 농민표 얻기에 매달릴 때 일본은 농촌의 구조를 확 바꾸어버렸다. 6조원대의 UR대책 재원도 마련, 농가소득안정과 농업경쟁력 강화에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년도 쌀 수매가 4~5% 인하를 정부에 건의하자 여야는 일치된 목소리로 ‘불가’를 외치는 형편이다.
할 일은 쌓여있는데, 정치권은 오로지 ‘표’ 만 세고 있다. 이래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이 세월만 갈 뿐이다. 정말 해충의 샘플을 하나 구해서 그 유명한 해충구제업체에 보내면 해법이 나올까.

/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