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손꼽히는 은퇴전문가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한국형 은퇴모델이 없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우 소장은 13일 내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무적이든 비재무적인 부분이든 노후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다"면서 "믿고 따를 만한 모델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은퇴 전의 준비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실제 은퇴 후에는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연착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모델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은퇴를 앞둔 한국 사람들은 흔히 '돈' 문제만 걱정하지 그 외의 문제에 대해선 한 발짝도 인식이 나가지 못한 채 은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봤다.
얼마나 준비가 부족한 걸까.

비재무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상황도 미비하기는 마찬가지다. 우 소장은 비재무적인 준비가 필요한 부분을 가족, 취미·여가, 사회활동, 건강 4가지로 나눴다. 4가지 부분 중 어느 부분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못하고 한국적 모델이 확립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가족관계를 보자. 오랜 회사생활로 부부관계는 소원해지고, 자녀와도 멀어졌고, 친척들과도 유대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다. 은퇴 후 여유로워졌으니 취미·여가를 즐기려 해도 마땅한 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1년 365일 여행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강 문제는 또 어떤가.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만 믿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실제로 자신이 평생 어떤 약을 먹어왔는지, 가족력은 어떤지, 어떤 부분의 건강이 특별히 취약한지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막연히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자기학대' 수준으로 과도한 운동에 매달리는 현상도 흔하다.
우 소장은 사회활동 분야를 특히 준비나 인식이 취약한 부분으로 들었다. 그는 "기부 봉사 비영리활동 이런 것들을 사회활동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한국 사람들은 특히 이런 부분에 약하다"면서 "현세지향적인 부분이 강하다 보니 어떤 사회적인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냐는 데 대해 관심을 두기 보다는 어떻게 즐기며 살까만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부가 고령자 일자리 정책을 편다고 하는데 노후준비가 안 된 고령자들에게 허드레일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하는데 일자리를 만들어서 준다는 개념이 강하다"면서 "빈곤층에 대해선 정부 재정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되 노후소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사회 발전을 위해 일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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