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어 배설물이 다시 식수로
'생색내기 후원' 넘어 직접 화장실 공사 … 기업·단체 참여 '착한 후원' 계기 마련
"화장실이 없어 정화되지 않은 물을 다시 주민들이 마시고 있습니다. 수인성 질병으로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 곳 주민들에게 깨끗한 화장실은 생명과 같은 존재입니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캄보디아 쁘레이끄랑 마을에서 전근수(60) '위드아시아' 캄보디아 지부장이 현장을 소개했다.
수도 프놈펜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동 후 다시 비포장 도로를 2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이 마을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낙후되고 절대 빈곤층이 많은 지역이다. 전기와 수도 설비가 없는데다 잦은 질병까지 주민들을 괴롭힌다. 정화되지 않은 배설물이 식수로 사용하는 물웅덩이까지 오염시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흔한 소염제나 진통제도 없다. 지난해 전 지부장은 체력저하와 몸살로 두 달간 사경을 헤맸다. 전 지부장에게 한글을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쯔은 쏙(20)씨 등 마을 주민들이 지부장의 병 간호를 했다.
일본 등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우물을 파 놓고 갔지만, 화장실이 없는 우물은 안전하지 못했다. 시민단체 '위드아시아'(이사장 지원 스님)는 좀더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했다. 재래식 화장실을 세워 오염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위드아시아는 각계로부터 후원금을 모았고, 후원자를 중심으로 한 화장실 건립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직접 캄보디아 쁘레이벵주로 향했다.
◆자재값 지원, 주민 직접 공사 참여 = 흙길을 두고 20여미터 마다 한 채씩 있는 쁘레이끄랑 마을 주택 마당에는 물 항아리가 하나씩 있다. 빗물을 받아 저장하는 항아리다. 그나마 6개월간 건기에는 빗물도 말라 물 웅덩이가 있는 곳까지 물 지게를 지고 다녀야 한다. 화장실이 없는 곳은 배설물이 물 웅덩이로 흘러 들어간다.
이 마을에 화장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위드아시아의 화장실 지어주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생명수를 지키는데 화장실은 필수시설처럼 보였다. 이렇게 만든 화장실이 20개를 넘었다.
8일 오전 20번째 화장실 준공식이 폼 뺏지로와 마을에서 열렸다. 준공식에는 이 지역 짠므란 군수가 참여해 "이 마을에 제일 시급한 것이 화장실이고 식수"라며 "화장실 문제 해결에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지원은 절실했다. 하지만 가끔 후원 물품을 내려놓고 사진만 찍고 가는 일부 단체들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화장실 공사 현장에도 일본 단체의 후원금으로 만든 우물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위드아시아는 지역 정서를 반영해 마을에서 숙식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후원금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위드아시아 이사장 지원 스님은 "캄보디아 절대빈곤층의 삶을 외면하면 안된다는데 공감한 국민들이 동참해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며 "위드아시아는 후원금을 가지고 자력·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역할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장학회 등 후원자 참여 큰 몫 = 자원봉사단은 마을에서 머물렀다. 1월 7일 한글공부가 한창인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의류 등을 직접 나눠줬다. 마을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를 가르친 고3 학생 윤수현 양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했다"면서 "하지만 물감이나 스케치북 등 전달한 물품을 아이들이 다 쓰게 되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봉사단은 다음날 뿌레이썸무라옹 마을로 이동, 새 화장실 공사에 참여했다. 단칸 화장실이지만 적벽돌을 올리고 정화조를 파는데 20여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활동은 후원자들의 참여가 큰 몫을 했다. 이번 봉사현장에는 차병원그룹과 장애인부모연대, 부산 늘푸른장학회가 후원자로 참여했다.
차바이오인스 조봉묵 대표는 "후원자들이 직접 와서 체험하고 돕는 것이 진정한 후원"이라며 "앞으로 회사차원으로 화장실 후원사업을 확대하고 자원봉사 기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위드아시아는 쁘레이벵주 4개 마을에 공동화장실 20개를 건립했다. 지부장이 마을을 선정하고 후원금으로 자재를 지원하면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공사에 참여해왔다. 화장실 후원사업의 핵심은 참여다. 마을주민이 직접 공사에 참여하고 공동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원사업의 완성이라고 위드아시아는 설명했다.
이번 자원봉사 활동은 후원자를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돈만 내는 후원이 아닌 후원금을 직접 집행하고, 그 쓰임새를 확인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는 것이 위드아시아측 설명이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조용현 늘푸른장학회장은 "해외 지원사업 계획 중에 회원들과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는데, 후원자와 받는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돌아가면 기업이나 단체 등의 후원을 확대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쁘레이벵주(캄보디아)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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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후원' 넘어 직접 화장실 공사 … 기업·단체 참여 '착한 후원' 계기 마련
"화장실이 없어 정화되지 않은 물을 다시 주민들이 마시고 있습니다. 수인성 질병으로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 곳 주민들에게 깨끗한 화장실은 생명과 같은 존재입니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캄보디아 쁘레이끄랑 마을에서 전근수(60) '위드아시아' 캄보디아 지부장이 현장을 소개했다.
수도 프놈펜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동 후 다시 비포장 도로를 2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이 마을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낙후되고 절대 빈곤층이 많은 지역이다. 전기와 수도 설비가 없는데다 잦은 질병까지 주민들을 괴롭힌다. 정화되지 않은 배설물이 식수로 사용하는 물웅덩이까지 오염시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흔한 소염제나 진통제도 없다. 지난해 전 지부장은 체력저하와 몸살로 두 달간 사경을 헤맸다. 전 지부장에게 한글을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쯔은 쏙(20)씨 등 마을 주민들이 지부장의 병 간호를 했다.
일본 등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우물을 파 놓고 갔지만, 화장실이 없는 우물은 안전하지 못했다. 시민단체 '위드아시아'(이사장 지원 스님)는 좀더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했다. 재래식 화장실을 세워 오염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위드아시아는 각계로부터 후원금을 모았고, 후원자를 중심으로 한 화장실 건립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직접 캄보디아 쁘레이벵주로 향했다.
◆자재값 지원, 주민 직접 공사 참여 = 흙길을 두고 20여미터 마다 한 채씩 있는 쁘레이끄랑 마을 주택 마당에는 물 항아리가 하나씩 있다. 빗물을 받아 저장하는 항아리다. 그나마 6개월간 건기에는 빗물도 말라 물 웅덩이가 있는 곳까지 물 지게를 지고 다녀야 한다. 화장실이 없는 곳은 배설물이 물 웅덩이로 흘러 들어간다.
이 마을에 화장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위드아시아의 화장실 지어주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생명수를 지키는데 화장실은 필수시설처럼 보였다. 이렇게 만든 화장실이 20개를 넘었다.
8일 오전 20번째 화장실 준공식이 폼 뺏지로와 마을에서 열렸다. 준공식에는 이 지역 짠므란 군수가 참여해 "이 마을에 제일 시급한 것이 화장실이고 식수"라며 "화장실 문제 해결에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지원은 절실했다. 하지만 가끔 후원 물품을 내려놓고 사진만 찍고 가는 일부 단체들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화장실 공사 현장에도 일본 단체의 후원금으로 만든 우물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위드아시아는 지역 정서를 반영해 마을에서 숙식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후원금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위드아시아 이사장 지원 스님은 "캄보디아 절대빈곤층의 삶을 외면하면 안된다는데 공감한 국민들이 동참해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며 "위드아시아는 후원금을 가지고 자력·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역할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장학회 등 후원자 참여 큰 몫 = 자원봉사단은 마을에서 머물렀다. 1월 7일 한글공부가 한창인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의류 등을 직접 나눠줬다. 마을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를 가르친 고3 학생 윤수현 양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했다"면서 "하지만 물감이나 스케치북 등 전달한 물품을 아이들이 다 쓰게 되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봉사단은 다음날 뿌레이썸무라옹 마을로 이동, 새 화장실 공사에 참여했다. 단칸 화장실이지만 적벽돌을 올리고 정화조를 파는데 20여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활동은 후원자들의 참여가 큰 몫을 했다. 이번 봉사현장에는 차병원그룹과 장애인부모연대, 부산 늘푸른장학회가 후원자로 참여했다.
차바이오인스 조봉묵 대표는 "후원자들이 직접 와서 체험하고 돕는 것이 진정한 후원"이라며 "앞으로 회사차원으로 화장실 후원사업을 확대하고 자원봉사 기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위드아시아는 쁘레이벵주 4개 마을에 공동화장실 20개를 건립했다. 지부장이 마을을 선정하고 후원금으로 자재를 지원하면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공사에 참여해왔다. 화장실 후원사업의 핵심은 참여다. 마을주민이 직접 공사에 참여하고 공동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원사업의 완성이라고 위드아시아는 설명했다.
이번 자원봉사 활동은 후원자를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돈만 내는 후원이 아닌 후원금을 직접 집행하고, 그 쓰임새를 확인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는 것이 위드아시아측 설명이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조용현 늘푸른장학회장은 "해외 지원사업 계획 중에 회원들과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는데, 후원자와 받는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돌아가면 기업이나 단체 등의 후원을 확대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쁘레이벵주(캄보디아)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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