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택 자치행정팀장
2011년 지방자치에서 가장 큰 사건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촉발한 '복지전쟁'은 지방자치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반에 '안철수 현상'을 불렀고, 결국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입성으로 귀결됐다.
이후 정치권은 '복지전쟁'에 돌입했다. 민심을 수렴하지 못한 정당정치는 쇄신의 회오리에 빠져들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권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리수가 우리나라 정치·사회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이렇게 탄생한 박원순호가 출범한 지 60일이 흘렀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는 그동안 서울시정을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꾸었다. 무상급식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그가 선거 당시 약속한 정책이 즉각 실현됐다. 박 시장의 현장행정으로 이명박·오세훈 시장 10년 간 꿈쩍도 안했던 불통행정은 초토화됐다. 민심은 환호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허용' 등 공약과 어긋나는 정책 발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박 시장의 강력한 지지계층이었던 시민사회에서부터 조심스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시절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박 시장의 공약과는 정반대인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허용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강남지역 부동산투기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서울시 결정 후 강남지역 재건축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 강남의 다른 재건축단지에서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독립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역특성을 고려했고 임대아파트 등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시계획위원장이 서울시 제2부시장이다. 위원 중에는 시 간부공무원들이 4명이나 당연직으로 포진해 있다. 오세훈 시절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이명박·오세훈 시절 계속 보류해왔던 문제점을 취임 한 달만에 충분히 검토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시 내부에서조차 "박 시장의 색깔과 맞지 않는 정책이 너무 빨리 결정돼 놀랐다"는 반응이다.
경실련이 요구한 도시계획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요구를 거부한 것도 다소 뜻밖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안될 일이지만 위원의 성과 직업마저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과거와 같은 밀실행정이다.
공공요금 인상과정도 석연치 않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은 박 시장 취임 보름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1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예산지원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투명성 확보 방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수도요금과 하수도요금 인상에 대해 수도특별회계 적자와 10년 간 5조원에 달하는 수해방지예산의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고도정수처리장이나 무계획적인 하수관거 확장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생긴 적자를 시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시의회와의 협력을 위해서라지만 2012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역민원성 토목예산을 늘리고 신설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약 뒤집으려면 합당한 이유 제시해야
공약과 정책의 엇박자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박 시장이 공론화 과정을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기우이기 바란다.
박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토건 대신 사람'을 기치로 내세웠다. 서울시민은 한강르네상스로 대표되는 전시성 토건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박 시장을 선택했다. 박 시장의 말처럼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열기 바란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공약을 뒤집으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직 박 시장의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이제 두달이 지났을 뿐이다.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나오고, 잘못될 수도 있다. 다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가더라도 시민들은 박원순표 정책을 기대한다. 박 시장의 성공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쳐 시민의 성공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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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지방자치에서 가장 큰 사건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촉발한 '복지전쟁'은 지방자치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반에 '안철수 현상'을 불렀고, 결국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입성으로 귀결됐다.
이후 정치권은 '복지전쟁'에 돌입했다. 민심을 수렴하지 못한 정당정치는 쇄신의 회오리에 빠져들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권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리수가 우리나라 정치·사회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이렇게 탄생한 박원순호가 출범한 지 60일이 흘렀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는 그동안 서울시정을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꾸었다. 무상급식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그가 선거 당시 약속한 정책이 즉각 실현됐다. 박 시장의 현장행정으로 이명박·오세훈 시장 10년 간 꿈쩍도 안했던 불통행정은 초토화됐다. 민심은 환호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허용' 등 공약과 어긋나는 정책 발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박 시장의 강력한 지지계층이었던 시민사회에서부터 조심스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시절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박 시장의 공약과는 정반대인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허용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강남지역 부동산투기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서울시 결정 후 강남지역 재건축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 강남의 다른 재건축단지에서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독립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역특성을 고려했고 임대아파트 등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시계획위원장이 서울시 제2부시장이다. 위원 중에는 시 간부공무원들이 4명이나 당연직으로 포진해 있다. 오세훈 시절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이명박·오세훈 시절 계속 보류해왔던 문제점을 취임 한 달만에 충분히 검토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시 내부에서조차 "박 시장의 색깔과 맞지 않는 정책이 너무 빨리 결정돼 놀랐다"는 반응이다.
경실련이 요구한 도시계획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요구를 거부한 것도 다소 뜻밖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안될 일이지만 위원의 성과 직업마저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과거와 같은 밀실행정이다.
공공요금 인상과정도 석연치 않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은 박 시장 취임 보름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1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예산지원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투명성 확보 방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수도요금과 하수도요금 인상에 대해 수도특별회계 적자와 10년 간 5조원에 달하는 수해방지예산의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고도정수처리장이나 무계획적인 하수관거 확장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생긴 적자를 시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시의회와의 협력을 위해서라지만 2012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역민원성 토목예산을 늘리고 신설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약 뒤집으려면 합당한 이유 제시해야
공약과 정책의 엇박자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박 시장이 공론화 과정을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기우이기 바란다.
박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토건 대신 사람'을 기치로 내세웠다. 서울시민은 한강르네상스로 대표되는 전시성 토건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박 시장을 선택했다. 박 시장의 말처럼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열기 바란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공약을 뒤집으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직 박 시장의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이제 두달이 지났을 뿐이다.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나오고, 잘못될 수도 있다. 다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가더라도 시민들은 박원순표 정책을 기대한다. 박 시장의 성공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쳐 시민의 성공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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