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은 주민마음 살피는 심리상담가

지역내일 2012-01-18
용산구 '주민과 대화' 1년 6개월
목요일마다 형식없이 선착순으로

"직업은 왜 물어봐? 알아서 뭐하게?" "아침 10시부터 기다렸는데 왜 저 사람이 먼저 들어가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구청장 비서실. 50·60대 주민 10여명이 앉아있다. 분위기가 심상찮다. 아니나 다를까. 재건축문제를 들고온 이들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취임 직후 목요일을 '주민과 대화의 날'로 정했다. 이날만큼은 구청장실을 주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 사전신청은 받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만난다. 형식도 격식도 끝나는 시간도 따로 없다.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주민도 있을 정도다.

가장 강도 높고 잦은 민원은 재건축·재개발 관련 호소. 12일 구청장을 찾은 주민들도 마찬가지. 45년 된 낡은 공동주택단지 재건축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이지만 상가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구청측 도움을 청했다.

"서울시에 문의했더니 상가와 아파트를 분리 개발하도록 구청에서 결정하면 된다던데요." "주민들은 양보할 만큼 했어요. 이제는 개발이익분담금까지 대신 내라고 해요."

재산권이 얽힌 문제인 만큼 주민들 언성이 높아진다. 성 구청장은 "녹물이 나오고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열악한 주거환경과 주민들 고통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주민들을 진정시켰다.

"이 지역은 서울시에서 전략지구로 지정해놓은 곳입니다. 일부 지역만 분리해버리면 계획된 지구지정을 바꿔야 합니다. 상가 위에 아파트는 어떡합니까. 위쪽만 개발할 수는 없잖습니까."

비슷한 얘기가 몇차례 오가더니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상가쪽에 얼마나 양보해야 하느냐" "분리 개발한다고 엄포만이라도 놓을 순 없을까"라며 한걸음 물러선 의견들을 내놨다. 성 구청장이 "구청에서 서울시 계획에 역행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렇게 회신한 것"이라고 말하자 맞장구가 나온다. "맞아요." "그런 거야." 성 구청장은 "구청장은 좀더 자유로운 공무원인 만큼 실무진과 다른 시각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무부서와 함께 좀더 방법을 찾아본 뒤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금세라도 한바탕 폭풍이 일 것같더니 마무리는 의외로 화기애애하다. 주민들은 "자주 와야겠다"거나 "구청장이 상당히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하며 돌아섰다. 성장현 구청장은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서 전달하면 격앙된 주민들도 웃으며 나간다"며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구청장은 2010년 8월 5일 첫 만남을 시작한 이래 1년 6개월간 한결같이 구청장실을 열어두었다. 이해관계가 다른 주민들을 중재하는 일부터 역사 지하화나 일자리 단체사무실 요구까지 382팀 942명을 만났다. 그간 대화와 주민 건의사항을 처리한 내용은 '구청장과 함께 만들어가는 민원(民one)이야기'에 담겨있다.

"형식적으로 만나지 않아요. 고달프고 가슴 아픈 사연에 주민 입장에서 동화됩니다."

척추협착증을 앓으면서 치매에 걸린 양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을 만나서도 그랬다. 그가 나서서 임대주택 입주를 도왔다. 폭력 남편을 피해 고교생 딸은 남겨두고 가출, 붕어빵을 파는 어머니도 교회 지하 단칸방에 6남매와 함께 거주하는 부부도 만났다. 그때도 심리상담가처럼 그저 듣고 공감하고 조용히 도울 방법을 찾았다.

하루 20팀까지 퇴근시간을 넘기도록 줄을 잇던 주민들, 지난 연말부터는 4~5팀으로 부쩍 줄었다. 구 관계자는 "구청장이 직접 나서니 직원들이 그만큼 편해졌다"며 "일선 부서에서 주민들 욕설을 듣고 맘 상하는 일이 줄었다"고 전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주민이 없으면 구청장도 없는 만큼 주민들이 가자는 길이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따르는 게 맞다"며 "주민대화의 날과 함께 현장에서 더 가까이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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