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학교 만들기, 인성교육에서부터

지역내일 2012-01-17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 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요즘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시라고 한다.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할 청소년들이 억압과 우울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온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후 교실 안 권력관계, 입시 위주의 줄세우기 교육, 가족해체 등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미 만연한 교육 현장의 속살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각계에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이나 흥미도와 행복지수는 최하위다. 또한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청소년교육학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중 '관계지향성'은 36개국 중 35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8년에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가 초등학교가 207건, 고등학교가 2517건인데 비해, 중학교는 6089건으로 파악됐다. 중학교는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키우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왔던 게 현실이다.

강동구의 '좋은중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2010년 선거 당시 내놓았던 교육 공약 중 하나로, 지난해 한개 학교를 시범 지정해 1억21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좋은중학교'를 만든다고 하니, 대부분 성적이 나쁜 소위 열등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하는 일이겠거니 짐작했다.

대부분 친구 관계에서 오는 고민들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좋은중학교' 육성은 '좋은 성적'을 요구하기에 앞서, 올바른 인성교육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현장 교사들 역시 성적 향상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아이들에게 어떠한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없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좋은중학교 만들기' 시범 학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다. 무료 급식 비율이 30%에 달하고, 부모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 알 수 없이 생겨나는 분노와 성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에 위축된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정서적 보살핌이 가장 절실했다. 부모가 어렵다면 학교에서 그 역할을 해주어야 했다.

'좋은중학교 만들기'는 '니즈콜(Needs-Call)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해 동안 3000여명이 이용했다. 개인 상담의 경우, 왕따, 학교 폭력, 동·이성친구와의 갈등 등 대부분 친구 관계에서 오는 고민이었다.

별일 아닌 듯해도 그 일이 아이들에게는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역시, 열이면 아홉이 친구 문제다. 이러한 아이들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었다.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를 통해 친구와의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고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나갔다. 게임 중독이나 정서 불안 등은 그룹 상담 프로그램으로 관리했다.

몇 번의 참여만으로도 아이들은 닫아걸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왔고, 성격도 한층 더 밝아졌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부모들도 적극 나섰다. 자발적으로 순찰대를 만들어, 학교 주변은 물론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과 폭력 우발 장소 등 구석구석을 살폈다.

"부모 이상의 인성 교육 책임감 생겨"

교사들의 사명감과 보람도 덩달아 커졌다.

"소위 잘 사는 지역 아이들은 선생님과 계약관계 이상의 정서교류가 힘들다. 그런데 '좋은중학교 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부모 이상의 인성교육 책임이 생겼다. 일은 고단하지만 교사로서 자부심은 더 높아졌다."

한 교사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중학교 만들기'의 기반을 닦아 온 교장·교감 선생님과 모든 교사들을 보며 우리는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중학교 만들기' 사업은 부모와 학교, 사회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보듬어 안는 교육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례가 교육 현장의 작지만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