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후에도 강제퇴거 충돌 여전 … "개발 쉽게, 보상 간단히" 현행법이 개발 부추겨
개발사업의 폐해와 철거민들의 저항은 60년대부터 계속됐지만 구체적인 법안이 만들어져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강제퇴거 금지법 발의는 주거인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의식이 그동안 얼마나 척박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상임활동가는 "주거가 인권 차원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며 "한국의 경제가 건설산업에 과도하게 붙들려 있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강제퇴거는 인권침해 = 주거권은 국제적으로 보호토록 하고 있는 엄연한 인권임에도 국내에서는 개발논리에 밀려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인권선언과 유엔은 정부가 주거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으며 강제퇴거는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 나온 '개발로 인한 퇴거(철거)와 이주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들'은 퇴거의 준비부터 사후관리의 원칙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퇴거는 홈리스를 만들거나 인권침해에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아선 안된다. 현장에는 정부 공무원이 의무적으로 있어야 한다. 또 퇴거는 철거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태도로 집행돼선 안 되며 궂은 날씨, 밤, 휴일, 선거 이전 등의 날에 해서도 안 된다. 불가피하게 퇴거를 하는 거주자의 재정착 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도 정부(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용산참사 현장에서 이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엔사회권위원회는 용산참사와 관련 지난 2010년 2월 "폭력 동원을 피하려면 퇴거 대상자에게 사전 통지와 임시 주거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어떤 개발사업이나 도시 재개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용산참사 3주기, 달라진 게 없다 = 그러나 용산참사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각종 개발사업과 그에 따른 퇴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2009년 12월 홍대 앞 두리반, 2010년 1월 왕십리 뉴타운, 2011년 4월 상도동, 2011년 8월 포이동 재건마을, 2011년 명동 카페마리 등이 강제퇴거 문제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차혜령 '공감' 변호사는 "외관상 적법한 집행권으로 철거를 집행하는 듯 하지만 집행현장은 이를 실행하는 용역들과 퇴거당하는 사람들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 일쑤"라며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의문스러워도 현장의 강제집행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만성화돼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 관련 법안이 너무 많다는 것. 도시정비법, 뉴타운법, 국토계획법, 도시개발법, 관광진흥법 등을 비롯해 개발사업마다 제정되는 특별법까지 포함하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별도의 법을 만들지 않는 한 주거권을 보호하려면 이들 법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는 셈이다.
권정순 민변 변호사는 "국내에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개발 관련 법률이 존재하는데 개발은 쉽게, 보상은 간이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개발업자들은 법에 따른 보상, 거주민들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폭력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권을 보호하는 별도의 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날 발의된 강제퇴거 금지법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유영우 사단법인 주거연합 상임이사는 "지금도 개발지역들에서는 폭력이 난무하는 철거가 이어지고 있다"며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강제퇴거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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