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등 너도나도 전기패널난방으로 … 겨울철 전력소비 급증 주요인
지난해 9월 15일.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와 산업시설이 일시에 암흑에 빠지는 '블랙아웃(black out, 대정전 사태)'이 발생할 뻔 했다. 불랙아웃이 되면 전국적으로 전력공급이 정상화되는데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 걸린다. 최근들어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일이 잦아졌다. 난방수요가 지나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이 주 요인이다. 전력난에 허덕이는 겨울철 실태와 대안을 3차례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18일 한국전력 건물의 동계전력수급대책상황실.
오전 10시 상황실 모니터에는 공급능력 7899만kW, 최대전력 6987만kW, 예비전력 912만kW가 표시됐다. 전력예비율 13%다. 당초 우려와 달리 예비전력에 여유가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지난해 12월 동계전력비상수급기간(12월~2월)에 돌입하면서 올 1월 2~3주쯤 전력수요가 사상최대치(7853만㎾ 전망)를 기록해 예비전력이 53만kW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는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면 심각단계로, 인위적인 단전(순환정전)까지 가능하다.

한전 관계자는 "예년보다 기온이 따뜻해 전력수요가 예상만큼 치솟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으니 2월말까지 안심할 수 없는 비상상황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전력소비의 25%가 전기난방 = 2009년 이후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철 수요를 뛰어넘고 있다. 저렴한 전기요금 및 사용 편의성으로 전기난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난방 수요는 2004년 903만kW에서 2006년 1097만kW, 2008년 1415만kW, 2010년 1858만kW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동계피크 대비 전기난방 비중은 25.4%에 달한다.
실례로 A건설사는 컨테이너 크레인의 동력원을 경유에서 전력으로 바꿨다. 연료비를 절감하고, 매연·소음 방지 등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1년간 동력비가 2억1000만원(경유)에서 1억원(산업용 전력)으로 줄었다. 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12억Kcal에서 24억2000만Kcal로 두배 이상 늘었다.
김 건조장을 운영하는 B사도 건조동력을 경유(면세유)에서 농업용 전력으로 바꿨더니 연료비가 연간 8000만원 절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15억Kcal에서 72억Kcal로 세배 이상 증가했다.
이 외에도 경유 가열로를 전기로로 교체하는 주물공장, 가스레인지를 전기스토브로 교체하는 콘도 등으로 전력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벽 전면을 유리로 치장하는 각종 건물도 불필요한 전력낭비의 대표적인 경우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가격왜곡에 따른 전력 대체소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초과 = 이처럼 유류나 가스에서 전력으로 에너지동력원을 대체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을 두 차례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구조는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친다. 용도별 원가회수율은 주택용 86.4%, 산업용 94.4%, 교육용 87.7%, 농사용 32.8% 등에 불과하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판매를 많이 할수록 손해가 늘어나는 셈이다.
2002년을 기준(100)으로 2010년 경유가격은 222, 등유 194, 도시가스 147로 뛰었지만 전기요금은 115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는 전력이 156으로 급등했고, 경유와 등유는 각각 75, 50으로 감소했다.
전력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기형적인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된 것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였지만 전력소비증가율은 10.1%에 달했다.
◆전기요금, 일본의 절반도 안돼 = 우리나라의 전기요금구조는 해외각국과 비교해도 현격히 싸고, 그만큼 전력사용량이 많다.
2010년 기준 해외 각국의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kWh(원화기준)당 한국 86.80원, 일본 222.14원, 미국 112.87원, 프랑스 129.20원, 영국 172.61원으로 조사됐다. 한국보다 일본은 2.6배, 미국, 1.3배, 프랑스 1.5배, 영국 2.0배 수준이다.

가격이 싸니 전력 사용량은 상대적으로 많다.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kWh/달러)은 한국이 0.5806에 달하지만 일본 0.2033, 미국 0.3527, 독일 0.280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0.3337 등이다. 1인당 전력소비량(kWh)은 한국 9510과 비교해 일본 8110, 독일 7108이지만 미국은 1만326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력 대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연간 9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전기 난방 등으로 전력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유류, 가스 등의 수입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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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와 산업시설이 일시에 암흑에 빠지는 '블랙아웃(black out, 대정전 사태)'이 발생할 뻔 했다. 불랙아웃이 되면 전국적으로 전력공급이 정상화되는데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 걸린다. 최근들어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일이 잦아졌다. 난방수요가 지나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이 주 요인이다. 전력난에 허덕이는 겨울철 실태와 대안을 3차례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18일 한국전력 건물의 동계전력수급대책상황실.
오전 10시 상황실 모니터에는 공급능력 7899만kW, 최대전력 6987만kW, 예비전력 912만kW가 표시됐다. 전력예비율 13%다. 당초 우려와 달리 예비전력에 여유가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지난해 12월 동계전력비상수급기간(12월~2월)에 돌입하면서 올 1월 2~3주쯤 전력수요가 사상최대치(7853만㎾ 전망)를 기록해 예비전력이 53만kW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는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면 심각단계로, 인위적인 단전(순환정전)까지 가능하다.

한전 관계자는 "예년보다 기온이 따뜻해 전력수요가 예상만큼 치솟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으니 2월말까지 안심할 수 없는 비상상황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전력소비의 25%가 전기난방 = 2009년 이후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철 수요를 뛰어넘고 있다. 저렴한 전기요금 및 사용 편의성으로 전기난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난방 수요는 2004년 903만kW에서 2006년 1097만kW, 2008년 1415만kW, 2010년 1858만kW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동계피크 대비 전기난방 비중은 25.4%에 달한다.
실례로 A건설사는 컨테이너 크레인의 동력원을 경유에서 전력으로 바꿨다. 연료비를 절감하고, 매연·소음 방지 등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1년간 동력비가 2억1000만원(경유)에서 1억원(산업용 전력)으로 줄었다. 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12억Kcal에서 24억2000만Kcal로 두배 이상 늘었다.
김 건조장을 운영하는 B사도 건조동력을 경유(면세유)에서 농업용 전력으로 바꿨더니 연료비가 연간 8000만원 절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15억Kcal에서 72억Kcal로 세배 이상 증가했다.
이 외에도 경유 가열로를 전기로로 교체하는 주물공장, 가스레인지를 전기스토브로 교체하는 콘도 등으로 전력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벽 전면을 유리로 치장하는 각종 건물도 불필요한 전력낭비의 대표적인 경우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가격왜곡에 따른 전력 대체소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초과 = 이처럼 유류나 가스에서 전력으로 에너지동력원을 대체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을 두 차례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구조는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친다. 용도별 원가회수율은 주택용 86.4%, 산업용 94.4%, 교육용 87.7%, 농사용 32.8% 등에 불과하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판매를 많이 할수록 손해가 늘어나는 셈이다.
2002년을 기준(100)으로 2010년 경유가격은 222, 등유 194, 도시가스 147로 뛰었지만 전기요금은 115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는 전력이 156으로 급등했고, 경유와 등유는 각각 75, 50으로 감소했다.
전력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기형적인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된 것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였지만 전력소비증가율은 10.1%에 달했다.
◆전기요금, 일본의 절반도 안돼 = 우리나라의 전기요금구조는 해외각국과 비교해도 현격히 싸고, 그만큼 전력사용량이 많다.
2010년 기준 해외 각국의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kWh(원화기준)당 한국 86.80원, 일본 222.14원, 미국 112.87원, 프랑스 129.20원, 영국 172.61원으로 조사됐다. 한국보다 일본은 2.6배, 미국, 1.3배, 프랑스 1.5배, 영국 2.0배 수준이다.

가격이 싸니 전력 사용량은 상대적으로 많다.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kWh/달러)은 한국이 0.5806에 달하지만 일본 0.2033, 미국 0.3527, 독일 0.280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0.3337 등이다. 1인당 전력소비량(kWh)은 한국 9510과 비교해 일본 8110, 독일 7108이지만 미국은 1만326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력 대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연간 9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전기 난방 등으로 전력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유류, 가스 등의 수입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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