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안철수 교수와 빌 게이츠는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은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정보기술 분야에서 창업하여 성공한 자수성가형 사업가이다. 두 사람의 이미지도 닮은 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지기 고집이 강한 괴짜형 천재의 유형이리면 안철수와 게이츠는 모범생 천재의 이미지에 가깝다.
안철수 교수와 게이츠는 다른 점도 있다. 안철수 교수가 의사로 출발해서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를 설립하고 다시 교수로 활동하는 반면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직을 떠나 지신이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전념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 두 사람이 만났다.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주식을 기반으로 한 기부재단의 설립과 관련하여 일찍부터 비영리재단을 설립하여 직접 경영하는 게이츠를 만나서 조언을 듣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언론 보도에 의하면 게이츠 전 회장은 "그냥 기부에 그치지 말고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좀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는 재단을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당연하고 의례적인 조언처럼 들리지만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서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아니면 물론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게이츠의 조언이 단지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었는지 아니면 두 사람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였는지도 알 수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단서는 게이츠 재단의 홈페이지에 있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재단의 운영과 활동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도 있다.
자선 수준을 넘어선 '사회적 투자'
게이츠 재단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는 소아마비, 말라리아, 에이즈와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심각한 문제들이거나 저개발국의 가난한 농민들을 지원하는 사업들, 그리고 미국 내에서 학교교육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문제들이다.
게이츠가 언급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질병퇴치를 위해서 저비용, 고효율의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 학습성과가 우수한 교사들의 효과적인 사례를 찾아내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커리큘럼과 학습자료를 개발해 활용하는 것. 그 정도이다.
게이츠가 언급한 '문제'와 '방법'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유별난 것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관건인가?
중요한 것은 게이츠 재단은 이러한 사업을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점이다. 전략을 세우고, 평가기준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하고, 다시 전략을 수정하는 운영방식은 기업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게이츠 재단이 독특한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평가하는 체계적 접근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게이츠 자신이 본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서 재단 일에 전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이츠에게 기부행위는 단순한 자선이나 적선의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 투자이고 경영인 것이다.
현재 안철수 교수는 유력한 대선후보이다. 언론에 발표된 신년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다자대결일 경우 박근혜 후보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만일 박근혜 후보와 일대일 양자대결을 할 경우에는 현재 시점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더 우세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이다.
대선행보인가, 사회책임 구현인가
여론조사의 결과를 놓고 보면 안철수 교수는 이처럼 대선 정국에서 중요한 변수이다. 그런 그가 2주 동안의 미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어떤 이들은 안철수 교수의 기부재단 설립을 대선행보의 수순으로 보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기부재단의 설립을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빌 게이츠를 만나고 온 안철수 교수의 선택은 어느 쪽일지 궁금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