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이 무서운 세상에 다시는 오지 말거라"

대전 자살 여고생 빈소도 없이 장례 … 유족들, 교직원 참여 막아

지역내일 2012-01-19 (수정 2012-01-19 오후 6:03:49)
18일 새벽 6시 대전 모 병원 장례식장. 안내판에는 고인이 누구인지 알리는 문구가 없었다. 대전 모 여고 박 모 양은 16일 오후 대전 둔산동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지난해 12월 3일 같은 반 친구 송모 양이 아파트에서 자살한 지 40여일 만이다.

박 모양의 유족은 빈소를 마련하지 않았다. 빈소도 없는 장례식장에서 부모들은 차가운 딸의 시신을 기다렸다. 박 양의 엄마는 "네가 왜 … 엄마는 어떻게 하라고…엄마도 같이 가자"며 오열했다. 엄마 어깨를 감싸안은 아빠도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6시 30분쯤 발인실로 딸의 시신이 들어오자 부모는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다 쓰러졌다.

잠시 후 학교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발인실로 들어가려 하자 유가족들은 "그냥 가시라고요"라며 강하게 거부했다. 교직원들은 발인실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운구차에 들어가는 시신을 바라봐야 했다. 유족들은 "어린 것이 마음고생에 시달렸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관을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박 양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은 오전 7시 30분 경 충남 연기군 남면(세종시)화장장에 도착했다. 시신이 운구차량에서 화로 안으로 옮겨지자 박 양의 부모는 또 한번 실신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는 평소 박 양이 좋아하던 인형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부모들은 더 이상 쏟아낼 눈물도 없었다. 눈물대신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유가족도, 취재진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화장장에는 학교 교직원 서너명이 따라와 먼발치에서 지켜봤다. 이날 본지 취재팀외에 아무도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 박 양의 외삼촌은 "아이가 아프다고 담임교사에게 전화했을 때, 부모에게 연락해주지 않은 것이 학교측의 실수"라며 "경찰과 교육청에서 친구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심하게 느꼈을 것이고 결국 이런 사태로 이어졌다"고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죽은자와 산자의 마지막 짧은 인사가 끝나자 박 양의 시신은 화로안으로 들어갔고, 뜨거운 불이 화로안에 밀려들었다. 유족들은 발을 구르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잠시 후 박 양은 한줌 유골이 되어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육신은 차가운 새벽하늘 별이 되었다.

사랑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국화꽃을 건네는 사람도 없었다. 박 양은 꽃보다 예쁜 17살 나이에 그렇게 친구 곁으로 떠났다.

대전=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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