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왕관이 아닌 단두대로 가라”

지역내일 2012-01-20
박용웅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장

"왕관이 아닌 단두대로 가라." 경남 거창고등학교에 가면 이러한 재미있는 '직업선택 십계명'이 있다고 한다. 2011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이 외에도 '앞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월급이 적은 쪽을 선택하라'로 시작하는 십계명은 학생들에게 직업의 안정성보다는 모험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같은 십계명을 따르는 학생들을 '어리석다'고 표현한다. 아직은 안정적이고 정해진 길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현명한 학생'이라고 칭하는 듯하다. 그러면, 남들이 이미 가본 길을 선택하고 남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성공적인 삶일까?

" '내 꿈은 7급 공무원'이라고 답한 젊은이, 한대 때렸다"

지난 9월,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의 재학생과 수료생의 이색 체험수기가 화제가 된 적인 있다. 인력개발원에 입학한 동기에서부터 인력개발원에서의 생활을 통해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학생의 이야기다.

인문계 고교를 나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한 A씨. 부모님은 누구나 알만한 대학에 들어갔으니 이제 걱정 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의 대학생활은 무기력했고 도대체 무엇을 배워 어떤 이가 될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입대해 운전병으로 자대배치를 받고 자동차 기초정비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름냄새 나는 군 덤프트럭 아래서 조이고 풀기를 수천, 수만번. '아, 내 적성이 기계일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다. 제대후 그길로 대한상의 부산인력개발원으로 달려갔고, 1년간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 자격증,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 등 3개의 자격증을 거머쥐게 되었고, '적성 발굴' 2년여만에 중견기업에 당당히 취업했다.

최근에는 '고졸채용 열풍'도 불고 있다. 이제는 경제계의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학력차별 철폐를 강조한 후 고졸 채용바람이 공공기관에서부터 경제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졸 직원이 대졸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관리직에도 채용되는 등 차별도 사라지는 추세다.

최근 대한상의의 조사도 눈여겨 볼 만하다. 기업의 43%가 매년 고졸인력에 대한 채용 수요가 있다고 답했다. 기업의 76.3%는 고졸인력의 직무능력수준이 향상된다면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무조건적인 대학진학 풍토로 인해 학력인플레 현상을 겪고 있던 예전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지금이 A씨 같은 젊은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호기다.

국제 구호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비야 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내 꿈은 7급 공무원'이라고 답한 젊은이를 정신 차리라고 한대 때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비야 씨는 "7급 공무원 자체가 꿈이 될 수 없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 뭘 할 건가"라는 것이다. 십분 공감이 간다.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 십계명'이 말하고 싶은 것

한국고용정보원이 2011년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희망직종이 없다"고 답한 대학생이 30.2%에 이른다고 한다.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 마음조차 갖지 못한 이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 십계명'이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월급이 적을지도 모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황무지일수도, 부모나 형제가 결사반대할 수도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준비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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