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희망을 쏴라 (4)희망프로젝트 둘, 꿈을 찾자] “은퇴는 없다” … 인생 후반기, 꿈을 펼쳐라

지역내일 2012-01-25
미국식 '은퇴=휴식'시대 끝나 … 경제·건강문제까지 해결
55~64세 '제2의 역할' 찾을 적기 … "자기상황부터 점검을"

#지난해 하반기, 한참 마감에 정신이 없는 시간에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목소리. 절친(매우 친한 친구) 소개로 전화번호를 받았다는 모 외국계 보험설계사였다.

같은 날 과천정부청사 후생동에서 만난 설계사는 즐비한 자격증을 보여주며 신뢰도를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은퇴자금 컨설팅을 해 주겠다며 다 알고 있는 평균수명, 남은수명, 은퇴연령, 정년연령, 연금수령나이 등을 들이밀었다. 부부가 매월 2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를 위해서는 현금성 자산만 수 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하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기본적인 생활비, 각종 경조사비, 친목비, 여가활용비, 의료비 등에 쓰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60세가 넘어서도 일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준비된 'Q&A(질문과 답변)'엔 없었던 질문이었나 보다.

그는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두 번 다시 연락이 없었다.

◆돈은 '제2의 삶'을 위한 발판일뿐 = '돈'만 있으면 노후준비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금융사들 탓이다.

은퇴준비를 위한 자산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수백억원 정도가 은행통장에 들어 있다면 '돈이면 은퇴준비 끝'도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99%의 서민'은 노후에 필요한 충분한 돈을 준비해 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생각하고 있는 가구당 최소 생활비를 묻자 60세 이상의 가구주는 135만7000원으로 40대(292만1000원)와 50대(255만1000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도시의 생활비(평균 238만8000원)가 농어촌(188만5000원)보다 27%나 많은 점을 고려해도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생각만큼 필요한 돈이 많지 않다. 은퇴자금계획은 완전히 수입없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목적이 아니다. '제2의 삶'을 살기 위한 발판일 뿐이다.


인생 후반기를 은퇴 후 쉬는 기간이 아니라 꿈을 펼치는 황금기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대노령화고령사회연구소가 순창군 건강장수연구소에서 은퇴를 앞둔 40대~60대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노후설계교육과정으로 요리강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순영 기자


◆베이비부머, 은퇴의 개척자들 = 은퇴를 휴식이나 여행 등과 맞물려 떠올린다면 미국식 사고에 빠져 있는 것이다. 대공황 이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새로운 거래, '뉴딜' 중 하나인 사회보장제도는 '돈'으로 노후를 지원하는 정책을 낳았고 60년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외곽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대규모 은퇴자 커뮤니티 '선 시티'는 골프와 취미, 그리고 여유로 묶인 '황금기(Golden Years)'를 만들어냈다. 퇴직자의 동경이었다. 은퇴의 정의는'끝없는 휴가'가 됐고 그만큼 필요한 돈이 늘어갔다. 이 모든 게 보험사, 투자회사, 마케팅회사들에서 시작했고 이들의 이해와 맞물려 있다.

'은퇴=휴가'는 국가와 개인에게 저주다. 연금이 바닥나고 국가가 파산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개인은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식구로 전락해 버릴 게 뻔하다.

빠른 고령화, 늘어난 수명, 경제적 불안정, 축소되는 사회보장, 산업인재의 부족 현상은 은퇴자들에게 돌아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대규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로 접어들면서 이들은 '자천타천' 새로운 개척자가 됐다. '일하기엔 너무 늙었고 죽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는 옛이야기다.

사람들은 꿈을 찾아 행동하기 시작했다.

◆"절대 은퇴하지 마라" = 은퇴를 하지 않는다면 일자리뿐만 아니라 은퇴자금도, 건강문제도 해결된다. 1석 3조다.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로 아직은 경제적 문제를 꼽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60세 이상의 가구주에게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물어 보니 수입(39.6%) 안정성(32.6%)을 가장 많이 짚었다. 발전성 장래성(4.4%) 적성 흥미(4.0%) 명예 명성(3.6%) 보람 자아성취(3.2%) 등을 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고령층은 15%정도에 그쳤다. 아직 시동이 걸리지 않은 탓이다. 미국보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조금 늦은 때문이기도 하다.

임금이 줄더라도 '하고 싶은 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 등을 찾는 은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주로 일하던 일과 연관된 '제2의 인생'을 찾기도 하지만 전혀 별개의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안정성과 보수'에 밀려 하지 못했던 '20대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국의 유명한 창업지원 재단인 어윙 매리언 카우프만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5~64세다. 피터 드러커는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두 번째 역할을 가질 수 있다"면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면서 변화를 가져오고 그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고충 = 제 2의 삶을 배부른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당장 생활고에 허덕이는 은퇴자에게 '제2의 역할'은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노후소득이 안 되는 사람들은 생계형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중산층으로 가면 절반은 소득을 위해서, 나머지 절반은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정과 건강, 목표를 구체적으로 연결해서 제 2의 일자리를 골라야 한다"면서 "곰곰이 따져보면 노후자금이 어느 정도 준비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불안한 나머지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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