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 진실 논란 뜨거워

지역내일 2012-01-26
사법부 비판 거세 … 법원 "사실관계 달라"
이정렬 판사 "인내심 한계" 합의과정 공개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김명호 전 교수 역을 맡은 배우 안성기씨가 연기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8일만인 25일 관객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2007년 박홍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사건의 형사재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김 전 교수 사건이 사회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07년 당시 김 전 교수는 현직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테러한, 상식을 벗어난 인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영화를 계기로 김 전 교수는 최대의 사법 피해자가 됐고 당시 석궁의 피해자인 부장판사는 김 전 교수를 형사처벌하기 위해 증거까지 조작한 인물로 간주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두 가지 소송이 나온다. 먼저 교수재임용에서 탈락시킨 학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김 전 교수가 낸 교수 지위확인소송이다. 박 부장판사는 해당 소송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김 전 교수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판결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 전 교수는 박 부장판사의 자택을 찾아가고 석궁으로 복부에 상해를 가했다.

영화의 대부분은 김 전 교수가 석궁을 쏜 형사사건 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판사의 재판 진행에 분노 = 김 전 교수의 형사사건 재판에서 관객들은 판사의 재판 진행에 강한 분노를 드러낸다. 김 전 교수나 변호인의 요청을 일고의 고려없이 받아들이지 않는 재판장의 모습은 공정한 법관이 아닌 권위주의적인 권력자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법부에서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서민들에게 재판의 결과를 떠나 판사의 제왕적 태도는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영화 관계자들은 공판 과정을 99% 재연했다고 하지만 50% 이상만 재연했어도 사법부로서는 부끄러워해야할 상황이다.

영화는 김 전 교수가 '석궁을 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법원 판결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김 전 교수의 유죄를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법원은 영화가 사실관계를 많이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로 법관의 유죄 심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증거들과 관련해서다.

영화는 김 전 교수가 '판사를 위협해 잘못을 시인하게 하려 했을 뿐 석궁을 쏠 의도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법원은 김 전 교수가 석궁 연습을 하고 범행 장소를 답사했으며 범행 현장에 회칼과 노끈을 가져간 정황 등으로 볼 때 석궁을 우연한 발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러진 화살이 사라진 것에 대해 영화는 화살이 판사의 몸에 맞지 않고 다른 곳에 맞아 부러졌다고 주장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는 검찰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수사기관이 결정적 증거물을 폐기 또는 은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부장판사 와이셔츠에 혈흔이 없는 것에 대해 영화는 화살을 맞지 않은 이유라며 와이셔츠의 혈흔이 박 부장판사의 혈흔인지 아닌지 감정하지 않는 재판부에 의혹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반면 법원은 "유전자분석 결과 와이셔츠에서도 다른 옷에서 나온 것과 같은 유전자 혈흔이 발견됐다"며 "판사의 노모가 와이셔츠를 빨아서 혈흔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영화가 현실을 왜곡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지만 영화를 통해 재판 현장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석궁테러' 원인, 교수지위확인 소송 = 영화는 석궁을 맞은 박 부장판사가 '법을 위반해 재판을 했다'는 김 전 교수의 주장을 사실처럼 보여주고 있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교수가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사건의 항소심을 맡았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임용탈락이 95년 본고사 입시문제의 오류를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를 곤란하게 한 김 전 교수를 재임용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 동료교수 비방, 수업 및 성적관리 소홀 등의 이유였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학교측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를 계기로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당시 주심 판사였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인내심의 한계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25일 사법부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의 합의과정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이 원칙을 깼다.

그는 "처음 사건이 결심된 후 이뤄졌던 합의결과 김 전 교수의 승소였다. 판사 세 명 사이에 이견 없는 만장일치였다"며 "그러고 나서 판결초고를 작성하면서 예상치 않았던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김 교수의 청구취지가 3월 1일자 재임용거부결정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것인데 삼일절은 법정공휴일로 재임용거부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됐을 것 같지 않았다"며 "원고승소판결을 할 경우 학교측에서 이 점을 건드리면 공들였던 탑이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변론이 필요했고 변론재개는 학교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 교수를 위한 것"이라며 "변론재개 후 당초의 결론이 뒤집히게 된 이유는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원고승소를 생각했던 분(박 부장판사)이 무슨 이유로, 어떤 이득을 얻으려고 자해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겠느냐"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까지 가세하면서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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