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줄 아는 내 아이 만들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는 행복한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지역내일 2012-01-27 (수정 2012-01-27 오전 9:38:17)

어릴때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 없이 못살 거 같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엄마와 멀어지게 된다. ‘엄마 없이는 못살아’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가 된다는 이 말은  비단 남녀간의 연애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가보다.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금 시대에 내 아이는 공부만 잘하는 메마른 아이가 되길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는 좀 더 감성적이고 따뜻한 사랑스런 아이가 될까? 어떻게 하면 엄마와 원수가 아닌 사랑하는 사이가 될까? 고민하는 엄마들의 사랑스런 내 아이 만들기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만 읽는 아들과 시작한 산책

모범생으로 소문난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이근영(42·좌동)씨에게도 아이교육에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남들은 공부 잘 하고 책 잘 읽는 아들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또래에 비해 너무 조숙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아 큰 걱정이었죠.”
이씨의 아들은 유아시절부터 놀이터나 운동장에 나가 뛰어 노는 것보다 책읽기를 즐겼다고 한다. 처음엔 그런 아들이 대견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만 읽는 아들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친구관계도 살짝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씨가 아들을 위해 평생하지 않던 산책을 시작했다.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아들과 함께 1시간 정도 산책길을 걷고 운동장에 가서 가벼운 운동을 했다. 처음엔 싫어하던 아들도 점점 재미를 붙였다. 산책하다 이런저런 학교생활 이야기도 하고 축구공을 몰고 가기도 했다.
“사실 하루에 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아들과 언제 이런 시간을 가져보겠어요. 함께 산책하다보니 건강에 좋고, 아이와 살짝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월중 행사로 시작한 촛불이야기

사춘기의 절정을 치던 중학교 2학년 딸 때문에 속을 끓이던 김은주(45·중동)씨.
“엄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하던 딸이 중학교에 가서부터 말문을 닫더라구요. 초등 5학년 아들은 아들대로 더 무뚝뚝해졌죠. 늘 답답하고 가끔 씁쓸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그런데 김씨의 이런 속사정을 안 선배엄마의 조언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밤에 불을 다 끄고 촛불만 켜 놓은 채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었어요. 그 순간에 말한 것은 그 어떤 사실이라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다는 조건에서죠.”
처음엔 그런 자리마저 싫어하던 딸이 솔직한 엄마의 말에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나중엔 눈물까지 흘리며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해 김씨도 같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은 엄마 몰래 친 작은 사고까지 다 고백했다고 한다. 절대 야단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김씨는 지켰다.  
요즘은 남편도 함께 한 달에 한 번 촛불 아래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나눠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시 아들, 딸을 얻은 것 같이 기쁘다고 한다. 아이의 정서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보다 중요한 게 없다고 김씨는 강조한다.


모둠일기로 딸의 마음 열었어요

초등 5년생 딸 아이를 둔 김해윤(40·남천동)씨는 부쩍 엄마에게 감정표현이 줄어드는 딸 아이를 위해 지난해 말 식탁 위에 모둠일기 공책을 만들어 올려놨다.
“딸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좋은 글귀를 적어 놓곤 했어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 하고싶은 말이나 그냥 간단히 쓰고 싶은 걸 쓰면 된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뭘 써 놨나 궁금해서 살짝 펼쳐보기만 몇 번 하더니 점점 ‘동생만 예뻐하는 줄 알았다’며 엄마에게 섭섭했던 속마음도 적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적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적은 글에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꼼꼼히 답글을 달아주는 게 중요해요.”
회사일로 바빠 아이 일에 무관심했던 김 씨 남편도 모둠일기를 읽어 보고 딸 아이에게 세심하게 이것저것 물어 보곤 한다. 남편도 모둠일기 멤버로 넣어줄지 고민중이라는 김 씨는 “모둠일기가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의 전령사가 되었어요.”라며 자기 감정에 서툰 아이를 둔 엄마에게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화난 듯 보이는 아들, 미소 짓는 연습 시켜요

초등 2년생 아들을 둔 박인주(39·용호동)씨는 요즘 아들과 거울보며 밝은 표정 연습에 바쁘다.
“아이가 가만히 있으면 화난 듯 무뚝뚝해 보여 오해를 산 적이 자주 있어요. 얼마 전 친정 언니에게 들었는데 아이들 어릴 때 입꼬리를 얼마만큼 살짝 올리는 게 좋은지, 거울 보고 미소 짓는 표정을 연습시켰다고 하더라구요. 거울보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자기도 마음에 드는 표정을 연구(?) 해보고 조금만 연습해 보면 훨씬 표정이 밝아진대요. 6살 동생이랑 나란히 거울 앞에서 서서 놀이 하듯 미소 짓기 연습을 하다보니 재미있어 하네요.”
박 씨는 “조금만 신경 쓰면 자신감 있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밝은 미소를 늘 지닐 수 있다”며 어릴 때 자주 크게 웃게 만들어 주고, 미소 짓는 표정을 만들어 줄 것을 권했다.


아빠와 함께 운동으로 친구되기

작년 이맘 때, 6학년이 되면서 점점 말수도 적어지고 말만 하면 짜증부터 내던 아들이 걱정이었다는 양선애(40·수영동) 씨는 남편의 조력자 역할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엄마가 하는 말은 잔소리로만 여기는 아들을 컨트롤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죠. 그때 아이 아빠가 아이와 함께 주말마다 운동을 해보겠다고 제안을 했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던 아이라 아빠의 제안에 따라 주말 아침이면 공 하나 들고 나가기 바빴죠”
집근처 가까운 공원이나 학교에 가서 야구를 한다거나 탁구, 농구 등 몸을 부딪히며 땀을 흘렸다고. 평소 양씨의 남편은 아이와의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주말 운동을 시작하고부터는 대화도 늘고 서로 친구같이 허물없이 지내게 됐단다.
“앞으로 본격적인 사춘기도 겪게 될 아들을 생각하면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남편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 잘 극복하리라 믿어요. 어느 조사에 따르면 ‘아빠와 유대관계가 좋은 아이가 사회성도 뛰어나다’고 하네요” 라고 말하는 양씨는 아들 키우기 버거운 엄마들에게 아빠의 도움을 얻는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사랑한다’는 말 하루 한 번 이상 하기

“우리집 10조법 중에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루 한 번 이상 하기가 있어요. 이 법을 어기면 당연 벌칙을 받지요”
무뚝뚝한 남편도 모자라 애교와는 담 쌓은 두 아들을 둔 최경숙(36·대연동) 씨는 평소 별다른 애정표현이 없는 가족 간의 대화에서 개선점을 찾기 위해 법 조항을 만들기까지 했다. 얼마 전 신년 계획을 세우며 ‘우리집 10조법’을 만들었는데 그 중 ‘사랑한다는 말 하루 한 번 이상 하기’ 항목을 넣은 것.
“이 법을 실행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나름 성과는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부끄러워하고 서먹해하던 남편과 아이들이 지금은 제법 자연스러워졌죠. 아들 둘은 서로 싸웠다가도 자기 전에 이 조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하게 되니 금방 풀어지더라구요”
얼마 전 최씨의 남편은 술자리로 인해 늦게 귀가해 이 조항을 깜빡했다가 벌칙을 받았단다. 벌칙은 바로 ‘주말에 화장실 청소하기’  벌칙이 무서운 탓인지 지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사랑해주기 바쁘다고. 


토닥토닥 안아 주세요~

“초등학교 6년 동안 조용히 지내던 아이였기에 더 충격이었어요.”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강민희(가명·40)씨는 학년 말, 딸아이가 반성문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기에 꽤나 놀랬다. 있는 듯 없는 듯 묻어가는 타입이었던 딸이 왕따 문제에 연루되어 선생님께 호되게 야단맞은 뒤 반성문을 썼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딸애가 주동자가 아니었다는 거죠. 가해 학생과 친하다보니 피해 학생과 자연스레 멀어진 거였어요. 나쁜 행동을 왜 말리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무서웠답니다.”
엄마에게 알리지 그랬냐는 말에 자신이 괴롭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굳이 말할 필요를 못느꼈다는 답만 돌아왔다. 가해 학생도 문제지만 자의든 타의든 이에 동조하는 학생 역시 책임이 있다며 강씨는 아주 따끔하게 아이를 야단쳤다고 했다. 아이는 혼난 뒤로 내내 울먹거렸다고. 그래도 퉁퉁 부은 눈으로 잠자리에 누운 아이를 토닥토닥 달래며 안아줬단다.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이 자는 시간인데 슬픈 채로 잠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리 혼을 내도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풀어줘요. 잠자리에 누워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이라 서로 섭섭했던 감정은 털고 가지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잘못한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되 아이의 마음 역시 잘 달래줘야 한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가슴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 아이를 이해한다는 표현이 아닐까.


상쾌한 기분으로 등교할 수 있도록 배려해요

딸아이가 사춘기 시절, 날마다 눈물바람이었다는 김민경(가명·44)씨. 2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뒤로 좀 나아졌다며 지금도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눈물밖에 안 난다는데.
“워낙 순하고 성격이 좋은 아이라 사춘기 걱정은 아예 접어 놓았었죠.” 그렇게 착한 딸이던 아이는 중학교 2학년 쯤 되더니 갑자기 돌변하더란다. 매사 짜증에 말대꾸에 공부도 뒷전, 아이와의 대화는 언감생심이었다고.
“날마다 울었어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남들은 마음을 비우라고 했지만 막상 당해보세요, 마음이 비워지는가.” 주변에서는 중학생들은 다 그렇다고, 부모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아이들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위로했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들이었단다.
“결국 시간이 약이더군요. 싸우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는데 본인이 제일 괴롭지 않았겠어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많이 좋아졌어요.”
호된 시간을 겪은 김씨는 항상 등교하는 아이를 안아주며 파이팅이라고 외쳐준단다. 아이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듯 웃으며 등교한다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아이와의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지더라는 김씨다.

장정희리포터 swt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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