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재계도 ‘시대의 변화’ 직시해야

지역내일 2012-02-02
뷰스엔뉴스 편집국장

"요즘 4대 대기업이 여의도에 직원까지 상주시켜 놓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더라."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한 말이다. 실제로 요즘 재계에서는 '김종인'이 화두다. 특히 지난달 말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한나라당의 새 정강정책이 발표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재계에겐 그럴만한 '트라우마'가 있다.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90년대 초, 김종인 위원이 경제수석이었을 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최대 고민은 부동산값 폭등이었다. 200만호 공약을 내놓은 까닭에 1988년 집권초부터 부동산값이 폭등, "보통사람"을 공약으로 내건 노태우 정권은 민심이반으로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1990년 경제수석이 된 김 수석은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선 당시 재벌들이 앞다퉈 사들인 비업무용 토지부터 되팔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 5대 재벌에 집중적으로 압박을 가해 이를 관철시켰다. 강력 반발하던 5대 재벌이 결국 백기항복을 하자 깜짝 놀란 30대 재벌까지 앞다퉈 땅을 팔았다. 총 4800여만평이 매물로 나왔고 결국 부동산거품은 꺼졌다.

그후 재계에서 김종인은 거의 '공공의 적'이 되었고, 정권교체기마다 그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면 재계는 그의 재등장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 위원은 이같은 재계의 반발에 대해 "90년대 초 비업무용 토지를 팔지 않게 했으면 IMF사태 때 한국 재벌들은 몰살했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재벌들이 비업무용토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면 그걸 담보로 더 많은 은행돈을 썼을 거고, 그러면 IMF사태 때 예외없이 쓰러졌을 것"이라며 "자신들을 살려준 셈인데도 고마운 줄 모른다"고 말한다.

요즘 정-재계 화두는 '김종인'

그는 또한 삼성의 예를 들며 "당시 외환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라인을 깐다고 했을 때 예외적으로 삼성전자에는 5억달러 사용을 허용해 오늘날 반도체 신화가 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이 무조건적 '재벌 킬러'는 아니며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폭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간단치 않은 전력의 김종인이 박근혜 비대위의 간판이 되면서 재벌개혁 등 일련의 경제민주화에 시동을 걸고 있으니 재계가 긴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재계는 특히 김종인 위원이 여야간에 불붙은 재벌개혁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 주통합당 등 야당들은 김 위원의 행보에 신경 쓰여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위원은 야당도 인정하며 함부로 비판하기를 꺼리는 재벌개혁론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김종인 위원 때문에 재벌개혁 경쟁이 불붙어 야당의 재벌개혁 공세가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김종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맞을 매였다"며 "양극화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전세계적 문제 아니냐"며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음에 여야 누가 집권하더라도 정도 차이가 있을뿐, 재계에 대한 개혁 압박은 거셀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의 경우 물밑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떼어내야 할 계열사'를 추려내는 검토작업까지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한 재계 임원은 "솔직히 최근 물의를 빚은 오너가의 빵집 파문은 우리가 보기에도 매를 자초한 행위였다"며 "그러나 오너가의 문제는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내부의 불문율처럼 돼 있기에 쉬쉬하고 방치하다가 결국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자성했다.

"건전한 비판 기능 실종이 화 키웠다"

그는 "언론에서 사전에 이같은 문제점을 비판했어야 했는데 기업들이 워낙 광고를 통해 언론관리를 철저히 하다보니 외부에서도 제대로 된 비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안팎의 건전한 비판 실종이 결국 화를 키운 셈"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이제는 바뀌어야 산다"는 게 대세라는 의미다. 변화는 낯설어 두렵고, 변화에 따른 금단현상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대세라면 외압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것보다는 선제적 대응쪽이 백배 낫다.

재계가 지금 능동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직시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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