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니스트
서민경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전통시장과 동네 구멍가게들이 아우성이다. 지역 상권을 파고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들을 상대하기에는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갈수록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처한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이제 웬만한 도심 주택가와 거리마다 버젓이 간판을 올리고 있다.
홈플러스를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GS슈퍼마켓 등등.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은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가 밑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업 행태는 비슷하다. 그동안 재벌그룹의 울타리 속에서 운영되던 제과점이나 커피숍, 청국장, 순대 사업 등이 여론에 떠밀려 철수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 유통시장을 장악한 이들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상업보호구역 지정과 함께 주차장과 공동화장실을 포함한 시설현대화 및 상품권 사용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효과는 그렇게 크지가 않다. 지자체나 일부 기업들도 가끔씩 날짜를 정해 전통시장을 단체로 이용하고 있지만 대체로 생색내기용 전시효과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피상적인 지원책보다는 대형마트의 영업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월마트 방식'은 바로 그런 의도에서 씌어졌다. 미국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버그달(Michael Bergdahl)이 월마트 본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일반 소매점 운영자들의 대응전략 수립에 필요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엮어나갔다.
두말 할 것도 없이, 현재 세계적으로 도소매 유통업계를 휘어잡고 있는 할인점 영업의 원조가 바로 월마트다. 1962년 창업자인 샘 월튼(Sam Walton)이 미국 아칸소주 벤튼빌에서 소규모 잡화점으로 시작한 월마트는 지금은 세계 할인판매 유통시장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언제나 싼값으로(Everyday Low Price)'라는 표어를 내세워 시장을 개척해 왔다.
저자는 'POCKETS'라는 단어로 월마트의 영업 비결을 설명한다. 즉, 가격(Price)을 비롯해 점포운영(Operation), 조직문화(Culture), 핵심상품 판촉(Key Item Promotion), 비용관리(Expenses), 인력개발(Talent) 및 서비스(Service) 측면에서 세심한 매뉴얼 규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철저한 비용관리가 기본임은 물론이다.
월마트는 이러한 영업전략으로 세계 15개국에 6500여 매장을 갖출 만큼 성장했으며, 전체 종업원만 해도 190만명에 이른다. 당연히 매출액도 엄청나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웬만한 나라의 GDP를 훨씬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월마트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영세 소매점들은 몰락해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03년 전국적으로 260여개 수준이던 대형마트는 현재 45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중 기업형 슈퍼마켓도 230여개에서 900여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1700개에 이르던 전통시장은 오히려 180개 정도가 문을 닫아 버렸다. 소비자들이 값싼 가격을 찾아 대형마트로 몰리면서 전통시장은 그만큼 활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동네 상점들이 차례로 소멸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대형마트들이 상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가격 인상은 서서히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뿐이다. 더구나 가격 경쟁을 위해 후진국에서 값싸게 제조된 상품을 대량으로 수입해 들여오게 됨으로써 각국의 제조업에도 매우 불리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마트는 한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2006년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스스로 전략적인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같은 무렵 독일에서도 현지의 유통업체인 메트로에 관할권을 넘기고 철수했다. 그러면서도 바로 이듬해 포춘지에 의해 세계 최대기업(매출 기준)으로 선정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증명했다. 뛰어난 관리기법과 물류처리, 그리고 대량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살림으로써 도소매업 전반의 모델로 자리잡은 것이다.
결국 저자의 조언은 명백하다. 한마디로, 대형마트와의 시장 다툼에 있어서 어차피 가격경쟁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을 차별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의 동네 상점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살린 빵이나 신선한 채소, 그리고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경쟁력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 할인점에 맞설 틈새 전략이 그렇게 적은 것만은 아니다. 월마트가 처음 인구가 5000명도 안되는 소도시 변두리에 점포를 세워 지금의 위치로 발돋움했듯이 철저한 자기 진단으로 영역을 개척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형마트라고 해서 상품 차별화 노력과 서비스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는 다소 동떨어진 진단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표현대로 월마트로 대변되는 대형마트들이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포악한 괴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은 정보수집 능력이 뛰어난데다 쾌속 어뢰정 같이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기동력도 갖추고 있어 쉽게 따라잡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당장은 전통시장이나 개별 점포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전략이 좀더 구체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방향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 탐탁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가격 비교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유통구조를 단순화시켜 조달 비용을 줄이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중간 거간꾼을 거쳐야 하는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거론되다가도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기만 하다. 전통시장만이 아니라 정부마저도 대형마트와의 다툼에서 뒤지고 있는 셈이다.
고려닷컴 출판사
마이클 버그달 지음
김원호 옮김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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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전통시장과 동네 구멍가게들이 아우성이다. 지역 상권을 파고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들을 상대하기에는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갈수록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처한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이제 웬만한 도심 주택가와 거리마다 버젓이 간판을 올리고 있다.
홈플러스를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GS슈퍼마켓 등등.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은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가 밑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업 행태는 비슷하다. 그동안 재벌그룹의 울타리 속에서 운영되던 제과점이나 커피숍, 청국장, 순대 사업 등이 여론에 떠밀려 철수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 유통시장을 장악한 이들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상업보호구역 지정과 함께 주차장과 공동화장실을 포함한 시설현대화 및 상품권 사용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효과는 그렇게 크지가 않다. 지자체나 일부 기업들도 가끔씩 날짜를 정해 전통시장을 단체로 이용하고 있지만 대체로 생색내기용 전시효과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피상적인 지원책보다는 대형마트의 영업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월마트 방식'은 바로 그런 의도에서 씌어졌다. 미국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버그달(Michael Bergdahl)이 월마트 본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일반 소매점 운영자들의 대응전략 수립에 필요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엮어나갔다.
두말 할 것도 없이, 현재 세계적으로 도소매 유통업계를 휘어잡고 있는 할인점 영업의 원조가 바로 월마트다. 1962년 창업자인 샘 월튼(Sam Walton)이 미국 아칸소주 벤튼빌에서 소규모 잡화점으로 시작한 월마트는 지금은 세계 할인판매 유통시장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언제나 싼값으로(Everyday Low Price)'라는 표어를 내세워 시장을 개척해 왔다.
저자는 'POCKETS'라는 단어로 월마트의 영업 비결을 설명한다. 즉, 가격(Price)을 비롯해 점포운영(Operation), 조직문화(Culture), 핵심상품 판촉(Key Item Promotion), 비용관리(Expenses), 인력개발(Talent) 및 서비스(Service) 측면에서 세심한 매뉴얼 규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철저한 비용관리가 기본임은 물론이다.
월마트는 이러한 영업전략으로 세계 15개국에 6500여 매장을 갖출 만큼 성장했으며, 전체 종업원만 해도 190만명에 이른다. 당연히 매출액도 엄청나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웬만한 나라의 GDP를 훨씬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월마트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영세 소매점들은 몰락해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03년 전국적으로 260여개 수준이던 대형마트는 현재 45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중 기업형 슈퍼마켓도 230여개에서 900여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1700개에 이르던 전통시장은 오히려 180개 정도가 문을 닫아 버렸다. 소비자들이 값싼 가격을 찾아 대형마트로 몰리면서 전통시장은 그만큼 활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동네 상점들이 차례로 소멸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대형마트들이 상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가격 인상은 서서히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뿐이다. 더구나 가격 경쟁을 위해 후진국에서 값싸게 제조된 상품을 대량으로 수입해 들여오게 됨으로써 각국의 제조업에도 매우 불리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마트는 한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2006년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스스로 전략적인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같은 무렵 독일에서도 현지의 유통업체인 메트로에 관할권을 넘기고 철수했다. 그러면서도 바로 이듬해 포춘지에 의해 세계 최대기업(매출 기준)으로 선정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증명했다. 뛰어난 관리기법과 물류처리, 그리고 대량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살림으로써 도소매업 전반의 모델로 자리잡은 것이다.
결국 저자의 조언은 명백하다. 한마디로, 대형마트와의 시장 다툼에 있어서 어차피 가격경쟁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을 차별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의 동네 상점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살린 빵이나 신선한 채소, 그리고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경쟁력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 할인점에 맞설 틈새 전략이 그렇게 적은 것만은 아니다. 월마트가 처음 인구가 5000명도 안되는 소도시 변두리에 점포를 세워 지금의 위치로 발돋움했듯이 철저한 자기 진단으로 영역을 개척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형마트라고 해서 상품 차별화 노력과 서비스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는 다소 동떨어진 진단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표현대로 월마트로 대변되는 대형마트들이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포악한 괴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은 정보수집 능력이 뛰어난데다 쾌속 어뢰정 같이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기동력도 갖추고 있어 쉽게 따라잡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당장은 전통시장이나 개별 점포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전략이 좀더 구체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방향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 탐탁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가격 비교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유통구조를 단순화시켜 조달 비용을 줄이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중간 거간꾼을 거쳐야 하는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거론되다가도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기만 하다. 전통시장만이 아니라 정부마저도 대형마트와의 다툼에서 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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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그달 지음
김원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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