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재 논설고문
급격한 개발연대를 살아온 한국인의 가치관이 외형의 화려함과 기능의 편의성에 치우쳐 있음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무엇이나 높고, 크고, 새것이고, 멋진 것이라야 좋고 값진 것으로 친다. 거기에 기능적으로 편리하면 금상첨화다. 자동차나 가구 집기 가전제품에서 신변 잡화에 이르기까지, 그런 가치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다. 물론 주거시설은 그런 가치척도의 맨 꼭대기에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빈부는 같이 존재한다. 어떤 부자나라라도 가난한 사람, 노숙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쫓아내고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할 이웃으로 존재해야 마땅하다. 결핍과 누추함은 대다수 한국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들이 사는 집들이 작고 볼품없고, 낡고 누추하다고 없애버려야 할 대상인가. 이런 물음에 우리의 위정자들은 서슴없이 그렇다고 여겨왔다.
재개발정책, 세입자와 거주자 중심으로 전환
특히 대도시에서는 '뉴타운 개발사업' '도심정비사업' 같은 이름으로 수많은 서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도시 바깥으로 쫓겨 갔다. 그런 땅에 지은 고층아파트와 주상복합 빌딩의 위용을 잘 살게 된 한국의 겉모습으로 자랑해왔다. 헐고 다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갈 능력이 없어 쫓겨난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상징적인 사건이 1970년대 광주대단지 사건과, 2009년 용산참사다. 강제철거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을 엄동의 거리로 내쫓고 철거한 용산의 건물 자리는 지금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겨우 주차장 몇 면을 더 얻기 위해 농성 세입자들을 도시게릴라처럼 특공작전으로 내쫓은 셈이 되었다.
엊그제 보도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정책방향 변화는 그런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준다. 지금까지 사람 냄새가 풍기는 개발정책을 접해 본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박 시장은 사업자와 소유자 중심으로 추진돼 오던 재개발 정책을 세입자와 거주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면서, 지금까지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 때문에 고통 받아온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깊이 숙였다.
서울시는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만 되었을 뿐 조합설립 추진주체조차 구성하지 못했거나, 조합이 설립되었어도 주민들 사이에 찬반갈등이 심한 곳부터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지구지정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뉴타운 사업 또는 재개발 재건축 등 각종 정비사업 지구가 1300여 곳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표심을 자극하려고 너도나도 뉴타운 공약을 앞세워 경박한 개발차익 기대를 부풀린 탓이다.
그 바람을 탄 재개발사업자들이 주민들을 부추겨 찬성여론을 조작하고, 반대여론을 억눌러 억지로 지정된 곳이 얼마나 많았으면 사업시행 인가조차 나지 않은 곳이 600곳을 넘었겠는가.
몇년의 불편과 버거운 분담금 고통의 대가로 번듯한 아파트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는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되어 간다. 몇년 째 바닥을 헤매는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이제 뉴타운을 떠났다.
뉴타운사업이건 재개발 재건축사업이건, 한꺼번에 집과 상가 건물을 다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사업은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켜 왔다. 사업기간 중 그 많은 주민들이 몸담을 대체시설 부족으로 상가와 주택 전세가와 사글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울에 발붙이지 못 하게 된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 수도권 이상 비대현상이 초래되었고, 교통난과 구직난을 수반하여 서민들 삶은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서민의 눈물 위에 지어진 마천루가 자랑일 수는 없어
도심재개발 사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용산재개발사업이 보여주듯, 멀쩡한 건물을 보기 흉하다는 이유 하나로 철거하는 것은 파괴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지주나 건물주들의 자율적인 거래와 건축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절대 용산참사는 일어날 수 없다.
다수 서민의 눈물과 고통 위에 지어진 마천루는 더 이상 자랑일 수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가 국민의 희생 위에 세워진 구조물을 아름답다 할 것인가. 모든 가치의 꼭대기에 누구나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권리가 우뚝한 세상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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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개발연대를 살아온 한국인의 가치관이 외형의 화려함과 기능의 편의성에 치우쳐 있음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무엇이나 높고, 크고, 새것이고, 멋진 것이라야 좋고 값진 것으로 친다. 거기에 기능적으로 편리하면 금상첨화다. 자동차나 가구 집기 가전제품에서 신변 잡화에 이르기까지, 그런 가치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다. 물론 주거시설은 그런 가치척도의 맨 꼭대기에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빈부는 같이 존재한다. 어떤 부자나라라도 가난한 사람, 노숙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쫓아내고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할 이웃으로 존재해야 마땅하다. 결핍과 누추함은 대다수 한국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들이 사는 집들이 작고 볼품없고, 낡고 누추하다고 없애버려야 할 대상인가. 이런 물음에 우리의 위정자들은 서슴없이 그렇다고 여겨왔다.
재개발정책, 세입자와 거주자 중심으로 전환
특히 대도시에서는 '뉴타운 개발사업' '도심정비사업' 같은 이름으로 수많은 서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도시 바깥으로 쫓겨 갔다. 그런 땅에 지은 고층아파트와 주상복합 빌딩의 위용을 잘 살게 된 한국의 겉모습으로 자랑해왔다. 헐고 다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갈 능력이 없어 쫓겨난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상징적인 사건이 1970년대 광주대단지 사건과, 2009년 용산참사다. 강제철거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을 엄동의 거리로 내쫓고 철거한 용산의 건물 자리는 지금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겨우 주차장 몇 면을 더 얻기 위해 농성 세입자들을 도시게릴라처럼 특공작전으로 내쫓은 셈이 되었다.
엊그제 보도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정책방향 변화는 그런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준다. 지금까지 사람 냄새가 풍기는 개발정책을 접해 본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박 시장은 사업자와 소유자 중심으로 추진돼 오던 재개발 정책을 세입자와 거주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면서, 지금까지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 때문에 고통 받아온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깊이 숙였다.
서울시는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만 되었을 뿐 조합설립 추진주체조차 구성하지 못했거나, 조합이 설립되었어도 주민들 사이에 찬반갈등이 심한 곳부터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지구지정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뉴타운 사업 또는 재개발 재건축 등 각종 정비사업 지구가 1300여 곳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표심을 자극하려고 너도나도 뉴타운 공약을 앞세워 경박한 개발차익 기대를 부풀린 탓이다.
그 바람을 탄 재개발사업자들이 주민들을 부추겨 찬성여론을 조작하고, 반대여론을 억눌러 억지로 지정된 곳이 얼마나 많았으면 사업시행 인가조차 나지 않은 곳이 600곳을 넘었겠는가.
몇년의 불편과 버거운 분담금 고통의 대가로 번듯한 아파트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는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되어 간다. 몇년 째 바닥을 헤매는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이제 뉴타운을 떠났다.
뉴타운사업이건 재개발 재건축사업이건, 한꺼번에 집과 상가 건물을 다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사업은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켜 왔다. 사업기간 중 그 많은 주민들이 몸담을 대체시설 부족으로 상가와 주택 전세가와 사글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울에 발붙이지 못 하게 된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 수도권 이상 비대현상이 초래되었고, 교통난과 구직난을 수반하여 서민들 삶은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서민의 눈물 위에 지어진 마천루가 자랑일 수는 없어
도심재개발 사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용산재개발사업이 보여주듯, 멀쩡한 건물을 보기 흉하다는 이유 하나로 철거하는 것은 파괴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지주나 건물주들의 자율적인 거래와 건축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절대 용산참사는 일어날 수 없다.
다수 서민의 눈물과 고통 위에 지어진 마천루는 더 이상 자랑일 수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가 국민의 희생 위에 세워진 구조물을 아름답다 할 것인가. 모든 가치의 꼭대기에 누구나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권리가 우뚝한 세상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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