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방송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과 맞선 정기준은 "왕이 꽃이라면 재상은 뿌리이며 꽃은 시들면 꺾으면 되지만 뿌리가 썩으면 나무가 죽는다"는 정도전의 교시를 떠받드는 밀본의 수장으로 등장한다. 역사와 허구가 뒤섞인 드라마였지만 조선시대 국가기틀을 만든 정도전의 사상을 얼핏 접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조차 부정적으로 그려진 정도전은 누구일까.
조선건국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역적의 누명을 쓰고 비운의 생을 마감한 정도전. 그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한 책 '조선 최고의 사상범 정도전'이 출간됐다.
저자 박봉규 대성에너지(주) 사장(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이 책에서 정도전을 '마르크스보다 더 혁명적이고, 마키아벨리보다 더 현실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박 사장은 "오늘날까지도 이방원이 만든 틀에 갇혀 부정적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사실을 들여다보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만큼, 아니 그보다 더 백성을 사랑한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정도전을 재조명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철학과 품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 양극화, 법의 질서, 교육 문제, 공무원 부패, 세금, 부동산 문제 등을 이미 700년 전 조선을 건국한 일등공신인 정도전에게서 길을 찾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정도전을 '공직자상의 전형'이라고 밝히면서 열심히 학문을 닦고 자기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인물로 평가하며, 역적으로 몰려죽은 이후에도 권력층의 비난에 시달렸음에도 재산축적에 대한 잡음이나 도덕성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음을 이야기 한다.
또한 조선은 정도전이 설계하고 건축하여 이름 붙인 한양에 세워졌고, 그가 다듬어놓은 성리학의 사상체계 속에서, 정치는 그가 집필한 '조선경국전'을 통해 경제체제는 그가 주창해 만들어진 과전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정도전의 정치철학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상정치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죽어서도 역적이란 오명에 살았기 때문에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던 정도전의 업적과 그의 사상을 소재로 다룬 서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저자는 다양한 야사들을 책속에 담아 정도전의 철학과 국가관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인카운터
박봉규 지음
1만6000원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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