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카드업계, 연일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된다고 반대
법조계·소상공인,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 적용은 헌법 부합
출판·서점업계 카드 수수료 인하하라!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출판·서점업계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촉구 결의대회 및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는 현행 출판·서점업계 카드수수료율 3.0%를 1.5%로 인하해 줄 것을 촉구 하기 위한 것이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딴죽걸기가 도를 넘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영세한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금융위원회는 연일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고 정부가 가격을 결정, 강제한 사례는 없다며 개정안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3일에도 김석동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공유할 필요는 있지만, 법적인 강제보다는 카드업계의 협조와 행정지도 등의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정부가 개입했다가는 카드업계와 가맹점간의 이견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고, 향후 카드사 부실화시 책임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전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자, 카드업계는 덩달아 헌법소원까지 거론하며 개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장사하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면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더 나아가 여신금융협회는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검토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재산권에 해당하며 가맹점과 신용카드사간 계약의 일부로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며 "신용카드사의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위가 우대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현재도 금융당국이 중소가맹점우대 수수료율 정해 = 하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반발이 헌법 정신과 현실을 도외시한 채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와 카드업계는 지난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해왔다.
지난 1월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인 1.6∼1.8%로 낮췄다. 지난 1월말 현재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은 총 가맹점 222만개 중 151만개에 이른다.
정무위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은 이같은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우대 수수료율 결정 주체가 다르긴 하다. 이전에는 카드사가 했다면, 개정안은 이를 금융위가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수수료율 인하를 금융위가 주도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카드사는 금융위 요구를 매번 수용해왔다.
오히려 법제화로 인해 우대 수수료율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소한 원가분석에 기초해 산출한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정당한 사유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이는 원가 분석을 통해 수수료율에 차이를 둘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도 원가분석을 거쳐 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자와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정부가 상한선 정해 = 일부 법조계는 개정안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반응이다. 헌법 전문과 119조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23조2항은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갑배 대한변협 전 법제이사는 "목적이 정당하고 규제가 적정하면 위헌이라고 볼수 없다"며 "정부가 이자상한선을 정하고 공인중개사 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것으로 사적자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개인간의 금전대차를 규율하는 이자제한법은 지난해 7월 최고이자율을 연 40%에서 30%로 낮췄고 모든 금융기관의 최고 이자율을 규정하는 대부업법은 지난해 6월말 상한선을 연 44%에서 39%로 인하했다. 또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은 토지와 주택 등의 거래에 수반되는 수수료를 국토해양부령이나 시·도지사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택 중개에 따른 수수료는 중개의뢰인 쌍방으로 받되, 매매·교환의 경우에는 거래금액의 1000분의 9를 넘지 못한다.
특히 현행 여전법 19조가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을 두고 있는 조건에서는, 중소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법제이사는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게 해놓으면, 카드사는 가맹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수료율 결정할 수 있다"며 "위헌소지가 큰 19조를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고치지 않는 한 금융위와 카드업계가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금융위의 여전법 개정안 반대에 맞서 15일부터 카드사 한 곳을 정해 가맹점 해지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13일 현대·삼성·롯데카드에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미 2만개 가맹점이 계약해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법조계·소상공인,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 적용은 헌법 부합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딴죽걸기가 도를 넘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영세한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금융위원회는 연일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고 정부가 가격을 결정, 강제한 사례는 없다며 개정안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3일에도 김석동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공유할 필요는 있지만, 법적인 강제보다는 카드업계의 협조와 행정지도 등의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정부가 개입했다가는 카드업계와 가맹점간의 이견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고, 향후 카드사 부실화시 책임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전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자, 카드업계는 덩달아 헌법소원까지 거론하며 개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장사하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면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더 나아가 여신금융협회는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검토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재산권에 해당하며 가맹점과 신용카드사간 계약의 일부로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며 "신용카드사의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위가 우대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현재도 금융당국이 중소가맹점우대 수수료율 정해 = 하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반발이 헌법 정신과 현실을 도외시한 채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와 카드업계는 지난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해왔다.
지난 1월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인 1.6∼1.8%로 낮췄다. 지난 1월말 현재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은 총 가맹점 222만개 중 151만개에 이른다.
정무위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은 이같은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우대 수수료율 결정 주체가 다르긴 하다. 이전에는 카드사가 했다면, 개정안은 이를 금융위가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수수료율 인하를 금융위가 주도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카드사는 금융위 요구를 매번 수용해왔다.
오히려 법제화로 인해 우대 수수료율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소한 원가분석에 기초해 산출한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정당한 사유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이는 원가 분석을 통해 수수료율에 차이를 둘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도 원가분석을 거쳐 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자와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정부가 상한선 정해 = 일부 법조계는 개정안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반응이다. 헌법 전문과 119조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23조2항은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갑배 대한변협 전 법제이사는 "목적이 정당하고 규제가 적정하면 위헌이라고 볼수 없다"며 "정부가 이자상한선을 정하고 공인중개사 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것으로 사적자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개인간의 금전대차를 규율하는 이자제한법은 지난해 7월 최고이자율을 연 40%에서 30%로 낮췄고 모든 금융기관의 최고 이자율을 규정하는 대부업법은 지난해 6월말 상한선을 연 44%에서 39%로 인하했다. 또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은 토지와 주택 등의 거래에 수반되는 수수료를 국토해양부령이나 시·도지사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택 중개에 따른 수수료는 중개의뢰인 쌍방으로 받되, 매매·교환의 경우에는 거래금액의 1000분의 9를 넘지 못한다.
특히 현행 여전법 19조가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을 두고 있는 조건에서는, 중소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법제이사는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게 해놓으면, 카드사는 가맹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수료율 결정할 수 있다"며 "위헌소지가 큰 19조를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고치지 않는 한 금융위와 카드업계가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금융위의 여전법 개정안 반대에 맞서 15일부터 카드사 한 곳을 정해 가맹점 해지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13일 현대·삼성·롯데카드에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미 2만개 가맹점이 계약해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