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 언론인, 동국대 신방과 겸임교수
학교폭력에서 교사가 책임져야 할 몫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서울 양천경찰서가 S중학교 교사인 안모(40)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뒤로 학교폭력 문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경찰은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지속적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그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교육계는 사상 초유의 형사 처벌이 교권을 침해하고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학생지도를 더욱 어렵게 만들리라고 우려한다. 학교폭력의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떠넘기려 한다는 반발 또한 작지 않다.
안 교사가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예단할 이유가 없다. 그의 혐의가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우리 사회는 이 기회에 '교사가 학교폭력에서 떠안을 책임' 영역을 어떻게 설정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오늘날처럼 심각해진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터이다. 청소년기의 신체·정신적 특성, 가정교육의 부재,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부모들의 이기심, 극심한 성적 경쟁이 부른 인성의 황폐화, 사교육 기승에 따른 교사 권위의 하락, 미성년자 처벌 법규의 허점 등등 그 요인은 복잡다기(複雜多岐)할 수밖에 없다. 더 크게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이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 세계조차 오염시켰다고 봐도 되겠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일거에 뿌리뽑는 묘책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사회 각 분야에서,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다 함께 노력해야 그 폐해가 최소화할 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마땅히 교직사회여야 한다. 교사에게는 학습·생활 지도말고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든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기본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모두 나서서 같이 노력해야
안 교사가 입건된 뒤로 교육계는 발칵 뒤집혔고 교원단체들은 바쁘게 돌아간다.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교감 등 학생 생활지도 책임을 맡은 교원에게 '학교폭력 조사권'등 준사법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14~15일에는 담당 경찰서와 관할 검찰지청을 방문해 수사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도 "학교폭력 발생의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교권침해를 넘어 교사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교원단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막고자 온갖 노력을 했는데도 준사법권이 없어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현재 시스템에서는 학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조사해 처리하는 일이 불가능할까? 그들이 검'경에 요구한 것이 '신중한 수사'일까, 교권을 빌미로 한 면책 요구일까?
불행히도 대한민국 교직사회는 비리와 범법 행위로 얼룩진 지 오래 됐다. 촌지받기는 물론이고 성적조작에 성범죄, 교재 채택과 수학여행지 선정, 졸업앨범 제작에 따른 뒷돈 거래에 이르기까지 그 목록은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줄지어 발생해도 교사집단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례를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은 '침묵의 카르텔'로 꽁꽁 뭉쳐 바람이 불면 다같이 허리를 숙이고, 바람이 그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툭툭 털고 일상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폭력 문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의 전통에서 교사는 극히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교사 곧 스승은 왕조 시대의 임금,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동격의 존재였다.
고교생 직업 선호도 1위는 '교사'
예전만은 못해도 아직 우리사회는 교사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기대를 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공개한 '2011년 학교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고교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였다. 학부모들도 1위와 큰 차이 없는 2위로 교사를 꼽았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어차피 교사가 진두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폭력 사태를 외면하는 교사는 솎아내야 한다. 화재현장에서 등을 돌리는 소방관, 범행을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형사를 용납할 수야 없지 않은가.
교직사회는 학교폭력의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교사들이 살고 학생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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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서 교사가 책임져야 할 몫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서울 양천경찰서가 S중학교 교사인 안모(40)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뒤로 학교폭력 문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경찰은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지속적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그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교육계는 사상 초유의 형사 처벌이 교권을 침해하고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학생지도를 더욱 어렵게 만들리라고 우려한다. 학교폭력의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떠넘기려 한다는 반발 또한 작지 않다.
안 교사가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예단할 이유가 없다. 그의 혐의가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우리 사회는 이 기회에 '교사가 학교폭력에서 떠안을 책임' 영역을 어떻게 설정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오늘날처럼 심각해진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터이다. 청소년기의 신체·정신적 특성, 가정교육의 부재,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부모들의 이기심, 극심한 성적 경쟁이 부른 인성의 황폐화, 사교육 기승에 따른 교사 권위의 하락, 미성년자 처벌 법규의 허점 등등 그 요인은 복잡다기(複雜多岐)할 수밖에 없다. 더 크게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이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 세계조차 오염시켰다고 봐도 되겠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일거에 뿌리뽑는 묘책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사회 각 분야에서,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다 함께 노력해야 그 폐해가 최소화할 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마땅히 교직사회여야 한다. 교사에게는 학습·생활 지도말고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든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기본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모두 나서서 같이 노력해야
안 교사가 입건된 뒤로 교육계는 발칵 뒤집혔고 교원단체들은 바쁘게 돌아간다.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교감 등 학생 생활지도 책임을 맡은 교원에게 '학교폭력 조사권'등 준사법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14~15일에는 담당 경찰서와 관할 검찰지청을 방문해 수사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도 "학교폭력 발생의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교권침해를 넘어 교사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교원단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막고자 온갖 노력을 했는데도 준사법권이 없어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현재 시스템에서는 학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조사해 처리하는 일이 불가능할까? 그들이 검'경에 요구한 것이 '신중한 수사'일까, 교권을 빌미로 한 면책 요구일까?
불행히도 대한민국 교직사회는 비리와 범법 행위로 얼룩진 지 오래 됐다. 촌지받기는 물론이고 성적조작에 성범죄, 교재 채택과 수학여행지 선정, 졸업앨범 제작에 따른 뒷돈 거래에 이르기까지 그 목록은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줄지어 발생해도 교사집단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례를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은 '침묵의 카르텔'로 꽁꽁 뭉쳐 바람이 불면 다같이 허리를 숙이고, 바람이 그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툭툭 털고 일상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폭력 문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의 전통에서 교사는 극히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교사 곧 스승은 왕조 시대의 임금,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동격의 존재였다.
고교생 직업 선호도 1위는 '교사'
예전만은 못해도 아직 우리사회는 교사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기대를 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공개한 '2011년 학교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고교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였다. 학부모들도 1위와 큰 차이 없는 2위로 교사를 꼽았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어차피 교사가 진두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폭력 사태를 외면하는 교사는 솎아내야 한다. 화재현장에서 등을 돌리는 소방관, 범행을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형사를 용납할 수야 없지 않은가.
교직사회는 학교폭력의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교사들이 살고 학생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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