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서 일필’도 안 나온 수사(문창재)

지역내일 2012-02-17
문창재 논설고문

검찰이 SLS그룹 로비사건 수사 종결을 공식발표했다. 지난해 9월 SLS 이국철회장의 정관계 전방위 로비의혹이 드러난 이래 5개월 간 수사 결과, 그의 주장들이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상득 의원 연루의혹이 있는 부분에는 내사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수사는 종결하되 일부 의혹은 계속 수사하겠다니, 왜 서둘러 수사를 그만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직 확인해야 할 의문이 많은데, 수사에 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의원을 한 차례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왜 수사를 마친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수사는 접는다, 그렇지만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사안은 계속 수사하겠으니 이해해 달라, 대충 이런 뜻인가. 본 수사가 끝난 마당에 권력자가 관련된 부분은 계속하겠다는 말을 믿어달라는 말인가.

연루 의혹 '상왕' 소환조사도 않고 수사 끝내나

지난 5개월의 수사성과를 돌이켜 보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책임을 진 사람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부 차관 한 사람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은, 비록 몸통은 아니지만 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었다는 뜻이다.

장관 지명을 받았다가 청문절차에서 낙마해 야인이 되었던 전직 차관 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정권실세와 권세가들이 몸통으로 의심되는 SLS 로비사건은 이제 과거사로 넘어가게 되었다. "태산이 울리고 흔들렸어도 쥐 한 마리 안 나왔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나치다고 할 것인가.

신 전 차관이 이 정권의 실세였다고 하지만, 한 중견기업 생사문제에 영향력을 미칠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SLS 그룹이 더 힘 있는 사람에게 목줄을 걸었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5개월 동안의 수사속보를 보면서 국민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은 의혹의 정점에 이 의원 연루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왕'이라고 불린 그의 집 앞이 수많은 이권청탁자들로 문전성시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보좌관 박배수씨는 이 회장에게서 6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그의 사무실 여직원 통장에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돈 7억여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박 보좌관이 받은 돈부터 따져보자.

그는 이 의원의 오랜 측근이었다. 대통령의 형이고 자신의 '주군'인 이 의원은 그의 하늘이고 태양이었다. 그런 사람이 망해가는 기업 회장에게서 받은 청탁성 뇌물을 꿀꺽 삼켰다면 제 정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회장 손이 아무리 크기로서니 보좌관에게 6억 넘는 돈을 주었겠는가.

박 보좌관은 그 돈을 500만원 또는 1000만원 단위로 잘게 쪼개 여직원 3명의 계좌로 송금했다가 되돌려 받는 식으로 돈세탁을 했다고 한다. 자기 몫이라면 내놓고 돈을 굴릴 까닭이 없다. 그는 15일 법정진술을 통해 이 회장 등으로부터 10억 원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 대가가 아니라 보험금 조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대가 있는 돈이 아니라는 말인데 , 세상의 어느 누가 보좌관에게 '보험'을 들겠는가.

여직원 통장의 돈이 화제가 되고 한참 있다가 이 의원은 그게 자기 돈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을 처분하고 축의금으로 들어온 돈 등을 집에 보관해 오다가 '사무실 비용으로 쓰려고' 여직원에게 맡겨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그 돈은 그의 공직자재산신고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많은 현금재산을 신고에 빠트린 것도 이상하거니와, 국고보조를 받는 국회의원 사무실 운영에 그런 돈이 왜 필요한지도 궁금하다.

돈 받은 사람 밝히지 못하고 종결하는 희한한 수사

검찰 고위층 7명에게 명품시계를 돌려가며 구명로비를 했다는 이 회장의 비망록 내용이 보도되었고,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이 SLS 일본 현지법인장에게서 술 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놀라운 비리와 관련하여 문책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 고위간부들 관련 혐의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실체가 다르다"고만 말했다. 박 전 차관이 도쿄 출장 중 낯모르는 SLS 법인장에게서 술 접대를 받고 렌터카 이용편의 제공까지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무혐의 처분으로 덮어버렸다.

비자금 수십억원을 뿌렸다는 이 회장은 구속기소되었는데, 돈 받은 사람은 밝혀내지도 못한 채 종결된 이 희한한 수사로 검찰은 또 한번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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