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하 전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장
고령화나 저출산 비율에서 일본이 선두를 달리기 시작하자 이에 질세라 우리나라가 바싹 따라붙고 있다. 저출산에서는 벌써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여성의 가임(可姙)출산에서 일본이 1970년 2.13에서 2007년 1.34로 낮아지는 동안 한국은 4.53에서 1.26으로 급락했다. 누군가는 이를 '아내와 어머니의 반란'이라고까지 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나라들이 사회보장을 고령화 대책으로 인식해왔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출산급락을 경험한 일본은 가임출산이 1990년대에 들어 1.5대로 떨어지자 아동을 지원하는 사회를 만들자면서 '엔젤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에서 내놓은 사회통계에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근래 일본에서는 평균적인 초혼나이가 남성이 30세, 여성이 29세로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더구나 아이가 없거나 단 한명인 부부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50세가 되도록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일생 미혼비율이 남자는 약 20%, 여자는 약 10%에 이르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이 비율이 30%와 20%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초반 무렵에 아버지 소득에 의존하던 가정이 1000만 세대, 부부 맞벌이하는 가정이 700만 세대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 역전되어버렸다. 이제는 부부 맞벌이 가정이 일천만 세대, 아버지만의 소득가정이 팔백만 세대다.
한국 저출산율, 일본도 앞질러
그래프가 갈수록 X자 형태를 그리면서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아버지 혼자 소득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맞벌이를 하고 싶어도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 하지 못하는 세대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되어가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기는 보육시설이 충분하지 못해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기아동 제로작전'이라는 거창한 시책도 등장했다. 정작 맞벌이 할 부부가 아닌데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가정도 아마 있을 성싶다.
일본의 통계를 한참 더 읽어가다 보니, 완전실업률이 점차 상승하면서 지금은 5%대란다. 그런데 더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비정규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3이 되어버렸다. 파트타이머도 전체 노동자의 1/4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낮은 임금에다 고용조정의 우선순위가 된다.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비정규직과 파트타이머가 여성 고용의 절반을 넘고 있다고 한다.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고용의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를 보육하고 가르치고 직장에 들어가 자립할 때까지 종합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예쁜 천들을 모아 짜깁기한 옷이 누더기가 되듯이.
고용안정 없으면 출산율 더 떨어져
글을 쓰는 도중에 불현듯 요즘 한참 인기가 좋은 코미디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에 나올만한 테마 하나가 떠오른다.
"야! 안돼! 출산율 높이라고 하면 그냥 높아지냐? 결혼도 안하고 다니는 직장도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출산하나?"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아이 둘 이상 낳으라고 법으로 정할까? 그러면 국민의 의무가 하나 더 늘어나네. 국방 납세 근로 교육의 의무에 출산의 의무. 그런데 애들은 누가 키우나?"
"안되겠다. 다른 나라 사람 불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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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나 저출산 비율에서 일본이 선두를 달리기 시작하자 이에 질세라 우리나라가 바싹 따라붙고 있다. 저출산에서는 벌써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여성의 가임(可姙)출산에서 일본이 1970년 2.13에서 2007년 1.34로 낮아지는 동안 한국은 4.53에서 1.26으로 급락했다. 누군가는 이를 '아내와 어머니의 반란'이라고까지 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나라들이 사회보장을 고령화 대책으로 인식해왔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출산급락을 경험한 일본은 가임출산이 1990년대에 들어 1.5대로 떨어지자 아동을 지원하는 사회를 만들자면서 '엔젤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에서 내놓은 사회통계에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근래 일본에서는 평균적인 초혼나이가 남성이 30세, 여성이 29세로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더구나 아이가 없거나 단 한명인 부부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50세가 되도록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일생 미혼비율이 남자는 약 20%, 여자는 약 10%에 이르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이 비율이 30%와 20%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초반 무렵에 아버지 소득에 의존하던 가정이 1000만 세대, 부부 맞벌이하는 가정이 700만 세대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 역전되어버렸다. 이제는 부부 맞벌이 가정이 일천만 세대, 아버지만의 소득가정이 팔백만 세대다.
한국 저출산율, 일본도 앞질러
그래프가 갈수록 X자 형태를 그리면서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아버지 혼자 소득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맞벌이를 하고 싶어도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 하지 못하는 세대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되어가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기는 보육시설이 충분하지 못해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기아동 제로작전'이라는 거창한 시책도 등장했다. 정작 맞벌이 할 부부가 아닌데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가정도 아마 있을 성싶다.
일본의 통계를 한참 더 읽어가다 보니, 완전실업률이 점차 상승하면서 지금은 5%대란다. 그런데 더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비정규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3이 되어버렸다. 파트타이머도 전체 노동자의 1/4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낮은 임금에다 고용조정의 우선순위가 된다.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비정규직과 파트타이머가 여성 고용의 절반을 넘고 있다고 한다.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고용의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를 보육하고 가르치고 직장에 들어가 자립할 때까지 종합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예쁜 천들을 모아 짜깁기한 옷이 누더기가 되듯이.
고용안정 없으면 출산율 더 떨어져
글을 쓰는 도중에 불현듯 요즘 한참 인기가 좋은 코미디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에 나올만한 테마 하나가 떠오른다.
"야! 안돼! 출산율 높이라고 하면 그냥 높아지냐? 결혼도 안하고 다니는 직장도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출산하나?"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아이 둘 이상 낳으라고 법으로 정할까? 그러면 국민의 의무가 하나 더 늘어나네. 국방 납세 근로 교육의 의무에 출산의 의무. 그런데 애들은 누가 키우나?"
"안되겠다. 다른 나라 사람 불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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