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사라진 새누리 ‘진짜 위기’ 직면

지역내일 2012-02-24
희생정신 실종된 의원들 "나만 살자"
공천혁명? 감동인재 없고 뒷말 무성
계파대립·보수정당 난립, 이중분열
위기극복할 '강력한 리더십' 안보여


새누리 비대위회의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국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상돈 비대위원.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9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던 날 "당이 이렇게까지 국민에게 외면받게 됐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저는 더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절박감이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비대위 3개월째. 당은 정강과 정책은 물론 이름조차 바꿨다. 분노했던 민심이 잠시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자 새누리당에선 벌써 위기감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의 본성이 살아나고 있다. 당에게 '진짜 위기'가 닥쳐온다는 우려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3개월 동안 강한 어조로 위기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선 위기감이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총선에서 130석+알파를 얻을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이런 자신감은 고령·중진의원들의 실종된 희생정신에서 확인된다.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다면, 낙선이 두려워서라도 출마를 포기했을텐데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부분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의원들 사이에선 "나만 살면 된다"는 기류가 대세이고, 당은 뒷전으로 전락했다.

의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마지막 기대주였던 공천도 시들해지고 있다. 이명박정권 실패에 책임있는 실세나 박 위원장 주변만 맴돌던 친박중진들이 출마를 고집하면서 물갈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도부는 경쟁력이나 계파장벽에 떠밀려 과감한 물갈이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감동인재를 확보했는지도 의문이다. 기껏 내세운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 강북을 "어디 저 컴컴한데"라고 표현, '강남 정당'이 영입한 인사다운 '입심'을 과시했다.

공천을 둘러싼 뒷말도 문제다. 박 위원장은 시스템공천을 강조하지만 주류실세들이 공천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든 채 뒷전에서 '사천(私薦)'한다는 소문이 횡행한다. 친박핵심 5인방이 공천밑그림을 그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공천을 받으려는 이들이 실세주변에 돈봉투를 싸들고 온다는 증언도 들린다. 실세 공심위원이 사석에서 "누구를 자르고 누구를 공천할 것"이라는 식의 허세를 떨었다는 전언도 나돈다.

총선 경쟁력을 훼손하는 분열 징후는 여전히 당 주변을 맴돈다. 5년동안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아온 계파갈등이 공천 눈치를 보느라 잠시 잠복해있지만, 언제든 재폭발할 기세다. 친이에선 "불공정공천을 하면 충돌을 불사한다"는 표정이다. 당 밖에선 국민생각과 선진당이 보수분열을 예고하고 있다. 당내에선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성사시킬 동력이나 절박감은 약해보인다.

비대위 3개월이 새누리당을 180도 변신시키는데 한계를 보이면서 또다시 초식공룡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비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위기극복의 리더십'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란 비판이다.

박 위원장은 당명개정과 공천위 인선에서 드러났듯 불통 리더십에 머물면서 2004년 천막당사 시절의 거당적 동참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박 위원장 측근을 자처하는 사적라인이 득세하면서 당의 공적라인은 박 위원장의 일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핵심 당직자들은 비공식 총선실무기획단까지 꾸려 하루가 멀다하고 회의를 하지만,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넘어설 총선전략을 내놓지 못한 채 대야공세의 기회는 번번히 놓치면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비대위가 들어서고 여론이 조금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자, 언제그랬냐는 듯 위기의식이 사라지고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다"며 "당장의 위기는 넘겼는지 모르지만 더 큰 위기가 몰려오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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