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준 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
오랫동안 군사정권을 겪어서 그런지 우리는 일상에서 전쟁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특히 언론은 스포츠를 전쟁으로 비유하기를 좋아하는데, 강팀들끼리의 경기를 대전(大戰)으로 묘사하며 어웨이 경기(away game)는 '먼 곳으로 정복하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원정(遠征)으로 표현한다.
독일 대표 팀은 전차부대, 이태리는 아주리 군단, 네덜란드는 오렌지 군단, 스페인은 무적함대, 그리고 우리 국가대표팀은 '태극 전사'이다. 최근 전쟁용어의 사용이 정치로까지 번졌는데 4·11 총선의 키워드로 등장한 '낙동강 전투'가 바로 그것이다.
낙동강 전투는 북한군에 밀린 한국군이 마지막 남은 영남 일대를 지키기 위해 낙동강에 구축한 최후 방어선을 걸고 싸운 전투다. 밀리면 부산 바다로 빠져야 하는 끝장 전투였던 셈이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거론되는 낙동강 전투는 부산의 서부지역인 김해, 사상, 사하, 북강서 지역이다.
소위 낙동강 전선이 뚫리면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은 한 축을 잃게 되고 그 후유증은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도 낙동강 전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판이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구도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국 정치에 영호남 지역주의가 정착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지역구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예선(공천)이 본선(선거)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의 정치 지망생들은 시민단체 후보이건 법관 출신이건, 진보이건 보수이건, 자신의 정치적 색채나 노선과는 관계없이 지역의 패권정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 결과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인물 면에서 앞서는 경향이 있었고, 호남에서는 반대의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낙동강 전투의 중심지인 부산의 사상에서는 기이한 현상, 즉 인물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고착화된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각오로 대선 후보급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공천했다. 그런데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새누리당은 이렇다 할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홍준표 전대표와 사상구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전략공천을 바라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당은 정치 신인 손수조 예비후보를 내보낼 기세이다. 선거판을 키우고자 하는 야당과의 정면승부는 고사하고, 패배해도 잃을 것이 없는 정치신인을 내세워 바람빼기 작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 소위 꼼수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꼼수는 자칫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거물급 야당 정치인의 대항마로 무명의 신인을 지목하는 것은 부산 주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모욕적인 공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품이 보잘것 없더라도 무조건 새누리 상품을 구입하라"는 강매와 마찬가지이다.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손예비후보를 2030 여성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를 희생타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직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나서라
만약 새누리당의 표현대로 낙동강 전투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면, 전투 경험이 없고 총 한번 쏴보지 않은 학도병을 내보내지 말고 당의 수장인 박근혜 비대위 대표가 직접 나서서 문재인 후보와 큰 판을 벌여야 한다.
대권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박근혜와 문재인은 언젠가는 서로 싸워야 하는 운명이다. 게다가 야당이 외치는 'MB 정권 심판론' 역시 박근혜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코스이다. 영남의 서민이 밀집한 '부산의 강북'인 사상구는 여야 모두에게 비교적 공평한 경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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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군사정권을 겪어서 그런지 우리는 일상에서 전쟁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특히 언론은 스포츠를 전쟁으로 비유하기를 좋아하는데, 강팀들끼리의 경기를 대전(大戰)으로 묘사하며 어웨이 경기(away game)는 '먼 곳으로 정복하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원정(遠征)으로 표현한다.
독일 대표 팀은 전차부대, 이태리는 아주리 군단, 네덜란드는 오렌지 군단, 스페인은 무적함대, 그리고 우리 국가대표팀은 '태극 전사'이다. 최근 전쟁용어의 사용이 정치로까지 번졌는데 4·11 총선의 키워드로 등장한 '낙동강 전투'가 바로 그것이다.
낙동강 전투는 북한군에 밀린 한국군이 마지막 남은 영남 일대를 지키기 위해 낙동강에 구축한 최후 방어선을 걸고 싸운 전투다. 밀리면 부산 바다로 빠져야 하는 끝장 전투였던 셈이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거론되는 낙동강 전투는 부산의 서부지역인 김해, 사상, 사하, 북강서 지역이다.
소위 낙동강 전선이 뚫리면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은 한 축을 잃게 되고 그 후유증은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도 낙동강 전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판이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구도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국 정치에 영호남 지역주의가 정착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지역구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예선(공천)이 본선(선거)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의 정치 지망생들은 시민단체 후보이건 법관 출신이건, 진보이건 보수이건, 자신의 정치적 색채나 노선과는 관계없이 지역의 패권정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 결과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인물 면에서 앞서는 경향이 있었고, 호남에서는 반대의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낙동강 전투의 중심지인 부산의 사상에서는 기이한 현상, 즉 인물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고착화된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각오로 대선 후보급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공천했다. 그런데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새누리당은 이렇다 할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홍준표 전대표와 사상구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전략공천을 바라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당은 정치 신인 손수조 예비후보를 내보낼 기세이다. 선거판을 키우고자 하는 야당과의 정면승부는 고사하고, 패배해도 잃을 것이 없는 정치신인을 내세워 바람빼기 작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 소위 꼼수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꼼수는 자칫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거물급 야당 정치인의 대항마로 무명의 신인을 지목하는 것은 부산 주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모욕적인 공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품이 보잘것 없더라도 무조건 새누리 상품을 구입하라"는 강매와 마찬가지이다.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손예비후보를 2030 여성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를 희생타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직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나서라
만약 새누리당의 표현대로 낙동강 전투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면, 전투 경험이 없고 총 한번 쏴보지 않은 학도병을 내보내지 말고 당의 수장인 박근혜 비대위 대표가 직접 나서서 문재인 후보와 큰 판을 벌여야 한다.
대권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박근혜와 문재인은 언젠가는 서로 싸워야 하는 운명이다. 게다가 야당이 외치는 'MB 정권 심판론' 역시 박근혜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코스이다. 영남의 서민이 밀집한 '부산의 강북'인 사상구는 여야 모두에게 비교적 공평한 경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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