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중심으로 재편된 대학입시에 교육현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제까지 수능에 올인 하던 학교들도 교육과정 다양화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R&E’를 비롯한 내실 있는 수월성 교육 프로그램과 특기 교육에 집중해온 포항제철고의 경쟁력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10여 년 전 처음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만 해도 “수능 하나만 시키기도 바쁘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던 게 사실. 교육과정 경쟁력을 갖추려는 시도가 결과적으로 입시에 도움이 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니, 이를 두고 ‘선견지명’이라 할만하다.

서울에서 네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포항제철고등학교(교장 김홍규). 건물 한쪽 연구실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사)한국학교발명협회주관, 대한민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제출할 작품을 최종 점검하느라 분주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이번 대회의 도전과제는 ‘주문한 대로 조립하라’. 제조업체가 부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공급받아 재고가 없도록 해주는 재고 관리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란다.
6명이 최종 팀을 짠 것이 지난 12월. 기계공학 기술과 디자인 설계 기술, 협동력 등을 평가하는 이번 과제를 위해 만들었다는 작품은 언뜻 리어카를 연상케 했지만, 알고 보니 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다.
“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는 ‘특별재능’이라는 파트를 잘 살려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이번 테마가 ‘한국문화’인 만큼 학교 난타 부원인 지훈이가 1분 정도 공연을 해요.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연극부 친구도 특별 초빙했죠. 이 대회는 예산이 17만 원으로 한정되어 팀이 결성된 날부터 3일 동안 제일 처음 한 일이 인근 아파트단지를 돌며 폐가구를 모은 거예요. 새로 산부품은 타이어 밖에 없고, 다 주워 온 거랍니다. 하하.”
학교에 공문이 오자마자 출사표를 던졌다는 3학년 유영근 학생의 얘기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포항제철고답다.
포스텍 등 지역 인프라 적극 활용한 R&E강점
포항제철고는 2011학년 입시에서 34명이 서울대에 합격한 데 이어 연세대 30명, 고려대 4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012학년 입시 역시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24명의 합격자를 내는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런 실적의 밑바탕에는 포항제철고를 대표하는 ‘R&E’(Research & Education: 대학, 연구소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R&E 시행 학교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는 이공계 특성화대학들이 포항제철고 프로그램 이수자를 선호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평. 여기엔 포스텍(포항공대)이라는 지역 인프라도 한몫했다. 올해 서울대 특기자 전형으로 기계항공공학부에 지원했다가 서류 우선 선발로 합격한 공동재 학생은 학교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본 경우.
“천문 쪽에 관심이 많아 1학년 때부터 교내 동아리 ‘하늘바라기’ 활동을 비롯해 친구들과 물리, 천문스터디를 꾸준히 해왔어요. 2학년 때는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과 팀을 짜 R&E로 물리분야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심화연구다 보니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는 어려운 게 많더라고요. 이론 쪽은 포항공대 교수님과 연구원 분들의 경험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R&E로 관심이 깊어지니 한 분야에 꾸준히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교내 지구과학경시 대회 대상과 경상북도 수학·과학경시 대회 지구과학동상이라는 수상실적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포스텍과 연계한 심화 연구를 학교에서 지원한다는 자체가 특기자 전형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게 사실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달라진 모습을 자기소개서에 오롯이 담아낸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는 게 동재학생의 설명이다.
R&E 활동이 대학 입시에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이 학교 전동구 교사는 “연구 주제를 정해 실험설계도 직접 해보고, 대학 연구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진로 탐색의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막연히 의대를 목표로 하던 학생들이 화학이나 생명공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사례가 많다”고 전한다.
수월성 프로그램 통해 진로 탐색, 맞춤형 논술 준비도
포항제철고는 익히 알려졌듯이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임직원들의 주거와 교육 지원을 위해 설립한 포스코교육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H.S.P(Honors Students Program)’는 재단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특기 적성 교육. 수학 영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러시아 명문 노보시비르스크 대학의 석학 교수를 초빙,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 교육을 제공한다. 1학년 때 받는 H,S.P수업이 2학년때 진행되는 R&E 프로그램의 전단계 역할을 한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 여기에 관심분야에 따른 학생들의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과 지방 학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논술대비 수업도 활성화되었다.
올해 서울대 의류학과에 정시로 합격한 정민규 학생이 꼽는 합격 비결은 논술을 잘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따라간 것이 결국 논술준비 였다는 얘기다.
“1학년 때부터 생물을 좋아해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실험도 하고, 보고서도 만들었어요. R&E 연구 주제를 잡을 때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항균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기에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소에서 교수님들의 자문을 받아 ‘박테리아의 직간접적 접촉에 따른 이동’을 주제로 실험도 했죠. 지방 학교는 논술준비가 쉽지 않은데, 선생님들이 학교에 논술반을 만들어 주셨어요. 대학기출 문제를 뽑아 풀어보면서 모르는 개념은 직접 설명해 주셨고요. 서울대는 정시에서 내신과 수능, 논술을 모두 보는데 네 문제 중 첫 문제가 생물이더라고요. 당연히 같은 문제가 나올 순 없지만, 워낙 익숙하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풀 수 있었어요.”
섬유 쪽이 강해 인체공학을 주로 배우는 서울대 의류학과 특성상 고교 3년 동안 쌓은 지식이 앞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든든하단다.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위축되지 않도록 우월반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학교 방침은 중위권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논술 준비로 이어진다.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중위권 학생들은 아무래도 수시에서 내신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 논술 중심으로 전략을 짜 준다. 덕분에 중위권 학생들이 논술로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대),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에 합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게 전 교사의 설명이다.
전국 단위 선발 전환…자기 주도적 학생은 꿈 이룰 것
올해 포항제철고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제까지 포스코 임직원 자녀 외에는 경북 지역을 기준으로 선발하던 신입생 모집이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전국 단위 선발로 전환된 것. 이를 위해 기숙사도 완공했다. 모집 인원의 40%를 자기주도 학습 전형으로 뽑는데, 1단계에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교과 성적으로 정원의 1.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수학·과학·영어에 가중치를 적용한 내신성적과 면접 점수를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전국 단위로 바뀌면서 합격커트라인도 중학교 내신성적 기준 상위 2% 이내로 상승했다고.
여기에 자연계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학교 커리큘럼을 강화하기 위해 고급 수학, 고급 물리, 고급 생물 등 전문 교과를 정규교육과정으로 배치, 자연계 전체로 확대한다. 전문교과를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선택적으로 운영하기 보다 자연계 학생 전체가 이수하도록 하면 곧 논술, 구술, 수능 대비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맞춰 해양 스포츠반, 조정반, 축구 리그 등 토요 스포츠 동아리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학교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 어떤 학생이 포항제철고에 가장 적합하겠냐는 질문에 전교사는 “전국단위 선발로 바뀌면서 기숙사에 들어오면 과외를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은데, 한 달에 한 번만 내보내는 게 학교 방침이다. 사교육 인프라가 서울과 다른 만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교내 활동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꿈을 이루고 싶은 학생이라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답한다. 입시판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진정성이 학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출발임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다.
Tip. 제2의 포항제철고, 2015년 송도에 개교
포스코교육재단은 현재 포항제철고를 비롯해 포항과 광양에서 12개 초·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재단이 운영을 맡을 자율형 사립고가 2015년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선다.
지난해 12월 15일 송도 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와 인천시교육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포스코 교육재단이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입학정원은 30 학급750명이며, 포스코 그룹 계열사와 송도 입주기업을 포함한 송도 주민 자녀 등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송도국제업무단지에는 채드윅 국제학교를 비롯해 인천 지역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각각 1위와 3위, 4위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는 해송중, 신송중, 신정중 등 9개 공립학교가 있다.
포스코교육재단 관계자는 “정규 교과에 선진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포항제철고를 비롯해 재단이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실현하려는 방향”이라며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연세대 등 글로벌 명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등 재단의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송도에 들어설 자율형 사립고에도 그대로 적용해 세계적인 명문 학교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서울에서 네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포항제철고등학교(교장 김홍규). 건물 한쪽 연구실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사)한국학교발명협회주관, 대한민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제출할 작품을 최종 점검하느라 분주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이번 대회의 도전과제는 ‘주문한 대로 조립하라’. 제조업체가 부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공급받아 재고가 없도록 해주는 재고 관리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란다.
6명이 최종 팀을 짠 것이 지난 12월. 기계공학 기술과 디자인 설계 기술, 협동력 등을 평가하는 이번 과제를 위해 만들었다는 작품은 언뜻 리어카를 연상케 했지만, 알고 보니 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다.
“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는 ‘특별재능’이라는 파트를 잘 살려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이번 테마가 ‘한국문화’인 만큼 학교 난타 부원인 지훈이가 1분 정도 공연을 해요.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연극부 친구도 특별 초빙했죠. 이 대회는 예산이 17만 원으로 한정되어 팀이 결성된 날부터 3일 동안 제일 처음 한 일이 인근 아파트단지를 돌며 폐가구를 모은 거예요. 새로 산부품은 타이어 밖에 없고, 다 주워 온 거랍니다. 하하.”
학교에 공문이 오자마자 출사표를 던졌다는 3학년 유영근 학생의 얘기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포항제철고답다.
포스텍 등 지역 인프라 적극 활용한 R&E강점
포항제철고는 2011학년 입시에서 34명이 서울대에 합격한 데 이어 연세대 30명, 고려대 4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012학년 입시 역시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24명의 합격자를 내는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런 실적의 밑바탕에는 포항제철고를 대표하는 ‘R&E’(Research & Education: 대학, 연구소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R&E 시행 학교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는 이공계 특성화대학들이 포항제철고 프로그램 이수자를 선호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평. 여기엔 포스텍(포항공대)이라는 지역 인프라도 한몫했다. 올해 서울대 특기자 전형으로 기계항공공학부에 지원했다가 서류 우선 선발로 합격한 공동재 학생은 학교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본 경우.
“천문 쪽에 관심이 많아 1학년 때부터 교내 동아리 ‘하늘바라기’ 활동을 비롯해 친구들과 물리, 천문스터디를 꾸준히 해왔어요. 2학년 때는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과 팀을 짜 R&E로 물리분야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심화연구다 보니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는 어려운 게 많더라고요. 이론 쪽은 포항공대 교수님과 연구원 분들의 경험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R&E로 관심이 깊어지니 한 분야에 꾸준히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교내 지구과학경시 대회 대상과 경상북도 수학·과학경시 대회 지구과학동상이라는 수상실적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포스텍과 연계한 심화 연구를 학교에서 지원한다는 자체가 특기자 전형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게 사실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달라진 모습을 자기소개서에 오롯이 담아낸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는 게 동재학생의 설명이다.
R&E 활동이 대학 입시에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이 학교 전동구 교사는 “연구 주제를 정해 실험설계도 직접 해보고, 대학 연구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진로 탐색의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막연히 의대를 목표로 하던 학생들이 화학이나 생명공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사례가 많다”고 전한다.
수월성 프로그램 통해 진로 탐색, 맞춤형 논술 준비도
포항제철고는 익히 알려졌듯이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임직원들의 주거와 교육 지원을 위해 설립한 포스코교육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H.S.P(Honors Students Program)’는 재단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특기 적성 교육. 수학 영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러시아 명문 노보시비르스크 대학의 석학 교수를 초빙,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 교육을 제공한다. 1학년 때 받는 H,S.P수업이 2학년때 진행되는 R&E 프로그램의 전단계 역할을 한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 여기에 관심분야에 따른 학생들의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과 지방 학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논술대비 수업도 활성화되었다.
올해 서울대 의류학과에 정시로 합격한 정민규 학생이 꼽는 합격 비결은 논술을 잘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따라간 것이 결국 논술준비 였다는 얘기다.
“1학년 때부터 생물을 좋아해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실험도 하고, 보고서도 만들었어요. R&E 연구 주제를 잡을 때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항균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기에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소에서 교수님들의 자문을 받아 ‘박테리아의 직간접적 접촉에 따른 이동’을 주제로 실험도 했죠. 지방 학교는 논술준비가 쉽지 않은데, 선생님들이 학교에 논술반을 만들어 주셨어요. 대학기출 문제를 뽑아 풀어보면서 모르는 개념은 직접 설명해 주셨고요. 서울대는 정시에서 내신과 수능, 논술을 모두 보는데 네 문제 중 첫 문제가 생물이더라고요. 당연히 같은 문제가 나올 순 없지만, 워낙 익숙하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풀 수 있었어요.”
섬유 쪽이 강해 인체공학을 주로 배우는 서울대 의류학과 특성상 고교 3년 동안 쌓은 지식이 앞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든든하단다.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위축되지 않도록 우월반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학교 방침은 중위권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논술 준비로 이어진다.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중위권 학생들은 아무래도 수시에서 내신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 논술 중심으로 전략을 짜 준다. 덕분에 중위권 학생들이 논술로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대),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에 합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게 전 교사의 설명이다.
전국 단위 선발 전환…자기 주도적 학생은 꿈 이룰 것
올해 포항제철고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제까지 포스코 임직원 자녀 외에는 경북 지역을 기준으로 선발하던 신입생 모집이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전국 단위 선발로 전환된 것. 이를 위해 기숙사도 완공했다. 모집 인원의 40%를 자기주도 학습 전형으로 뽑는데, 1단계에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교과 성적으로 정원의 1.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수학·과학·영어에 가중치를 적용한 내신성적과 면접 점수를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전국 단위로 바뀌면서 합격커트라인도 중학교 내신성적 기준 상위 2% 이내로 상승했다고.
여기에 자연계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학교 커리큘럼을 강화하기 위해 고급 수학, 고급 물리, 고급 생물 등 전문 교과를 정규교육과정으로 배치, 자연계 전체로 확대한다. 전문교과를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선택적으로 운영하기 보다 자연계 학생 전체가 이수하도록 하면 곧 논술, 구술, 수능 대비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맞춰 해양 스포츠반, 조정반, 축구 리그 등 토요 스포츠 동아리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학교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 어떤 학생이 포항제철고에 가장 적합하겠냐는 질문에 전교사는 “전국단위 선발로 바뀌면서 기숙사에 들어오면 과외를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은데, 한 달에 한 번만 내보내는 게 학교 방침이다. 사교육 인프라가 서울과 다른 만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교내 활동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꿈을 이루고 싶은 학생이라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답한다. 입시판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진정성이 학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출발임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다.
Tip. 제2의 포항제철고, 2015년 송도에 개교

지난해 12월 15일 송도 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와 인천시교육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포스코 교육재단이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입학정원은 30 학급750명이며, 포스코 그룹 계열사와 송도 입주기업을 포함한 송도 주민 자녀 등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송도국제업무단지에는 채드윅 국제학교를 비롯해 인천 지역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각각 1위와 3위, 4위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는 해송중, 신송중, 신정중 등 9개 공립학교가 있다.
포스코교육재단 관계자는 “정규 교과에 선진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포항제철고를 비롯해 재단이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실현하려는 방향”이라며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연세대 등 글로벌 명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등 재단의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송도에 들어설 자율형 사립고에도 그대로 적용해 세계적인 명문 학교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