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폭탄소리 … "잡은 범인 왜 놔주나"
현관에 병 200여 차례 투척, 10개월만에 긴급체포 … 검찰, 구속영장 기각 "불법체포"
검찰이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 오히려 해당 수사팀을 입건할 수 있다며 피의자를 놓고 다투는 중에 피해자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사건을 진정한 피해자 가족은 풀려난 피의자로부터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며 또다시 관계기관에 진정한 상태다.

남씨의 집 현관 앞에 깨진 유리병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남씨 가족은 지난 9개월간 200여차례에 걸쳐 계속된 유리병, 오물투척으로 밤마다 현관문에서 폭발음을 들어야 했다. 사진 피해자 제공
◆알고보니 '손도끼 전과자'가 … = "제발 범인을 잡아주십시오."
지난 1월 11일, 경상남도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 모(44)씨는 청와대 국민신문고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지난해 초 이사 온 후 누군가 밤마다 자신의 집 현관에 유리병과 오물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범인은 9개월 가까이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유리병, 벽돌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를 현관문에 던졌다. 그 때마다 폭탄 터지듯 큰 소리가 났다. 남씨는 "시간대도 천차만별로 새벽 2~4시에도 소주병 등을 던져 아내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린 두 딸은 밖에 못 나갈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주 후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남씨의 아래층에 사는 30대 남성 A씨로 나타났다. 그는 남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깊은 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일부러 멀리 있는 층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남씨네 집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 이웃 여성의 집 유리창을 파손한 전력이 있었고, 1년여 전 옛 여자친구의 애인을 손도끼로 찍어 집행유예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2월 10일 울산지방검찰청에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체포" 검찰 "출석 조사" = 그러나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가 피해자의 생명, 신체 등에 대해 해악을 고지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A씨에게 우선 출석을 요구해 혐의유무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그에게 출석요구를 할 경우 증거인멸을 하거나 남씨에게 보복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씨 집을 방문 그를 임의동행해 조사를 실시한 후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그의 집에서는 범인이 착용하고 있던 모자와 옷가지, 장갑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19일 경찰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협박죄)을 신청하자 다시 이를 기각했다. 피의자를 출석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피해자로부터 고소장 아닌 제보를 받아 내사에 착수한 경위에 관한 자료와 △제보 전후 사적으로 접촉한 경찰이 없는지 보완수사 할 것 등을 요구하며 불구속 수사의견을 냈다. A씨는 곧바로 풀려났다.
21일 양산경찰서로 찾아온 담당 검사는 기존 조사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건 담당자들에 대한 조치를 않으면 송치명령을 내려 불법체포로 입건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이의제기 할 것" = 경찰은 수사권을 놓고 갈등중인 검찰이 절차를 핑계로 수사의 발목을 잡아 피해자 인권을 외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동환 양산서장은 "열심히 제대로 수사한 팀을 입건하거나 징계할 의사가 없다"며 "서면으로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애초 요구했던 소환조사를 경찰이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물건을 현관에 던진 것만으로 협박죄가 되는지 의문이고 A씨가 경찰 조사에서 피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그 상태로 구속은 어렵다"며 A씨의 집에서 발견된 물증에 대해서는 "증거판단에 관한 의견은 기관마다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지만 더 많은 억울한 사람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이 자신을 강압적으로 연행하고 체포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해자 남씨도 최근 "피의자가 내 두 딸의 얼굴을 알고 있어 하루종일 밖에도 못 나가고 있다" "재수사를 해서 제발 우리 가족을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며 또다시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올린 상태다. 그는 "9개월간 우리가족을 공포에 떨게 했고, 증거물도 발견됐는데 왜 놔 준거냐"며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해야 구속을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갈등중인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애꿎은 시민만 불안에 떨고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현관에 병 200여 차례 투척, 10개월만에 긴급체포 … 검찰, 구속영장 기각 "불법체포"
검찰이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 오히려 해당 수사팀을 입건할 수 있다며 피의자를 놓고 다투는 중에 피해자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사건을 진정한 피해자 가족은 풀려난 피의자로부터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며 또다시 관계기관에 진정한 상태다.

남씨의 집 현관 앞에 깨진 유리병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남씨 가족은 지난 9개월간 200여차례에 걸쳐 계속된 유리병, 오물투척으로 밤마다 현관문에서 폭발음을 들어야 했다. 사진 피해자 제공
◆알고보니 '손도끼 전과자'가 … = "제발 범인을 잡아주십시오."
지난 1월 11일, 경상남도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 모(44)씨는 청와대 국민신문고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지난해 초 이사 온 후 누군가 밤마다 자신의 집 현관에 유리병과 오물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범인은 9개월 가까이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유리병, 벽돌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를 현관문에 던졌다. 그 때마다 폭탄 터지듯 큰 소리가 났다. 남씨는 "시간대도 천차만별로 새벽 2~4시에도 소주병 등을 던져 아내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린 두 딸은 밖에 못 나갈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주 후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남씨의 아래층에 사는 30대 남성 A씨로 나타났다. 그는 남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깊은 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일부러 멀리 있는 층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남씨네 집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 이웃 여성의 집 유리창을 파손한 전력이 있었고, 1년여 전 옛 여자친구의 애인을 손도끼로 찍어 집행유예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2월 10일 울산지방검찰청에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체포" 검찰 "출석 조사" = 그러나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가 피해자의 생명, 신체 등에 대해 해악을 고지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A씨에게 우선 출석을 요구해 혐의유무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그에게 출석요구를 할 경우 증거인멸을 하거나 남씨에게 보복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씨 집을 방문 그를 임의동행해 조사를 실시한 후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그의 집에서는 범인이 착용하고 있던 모자와 옷가지, 장갑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19일 경찰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협박죄)을 신청하자 다시 이를 기각했다. 피의자를 출석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피해자로부터 고소장 아닌 제보를 받아 내사에 착수한 경위에 관한 자료와 △제보 전후 사적으로 접촉한 경찰이 없는지 보완수사 할 것 등을 요구하며 불구속 수사의견을 냈다. A씨는 곧바로 풀려났다.
21일 양산경찰서로 찾아온 담당 검사는 기존 조사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건 담당자들에 대한 조치를 않으면 송치명령을 내려 불법체포로 입건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이의제기 할 것" = 경찰은 수사권을 놓고 갈등중인 검찰이 절차를 핑계로 수사의 발목을 잡아 피해자 인권을 외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동환 양산서장은 "열심히 제대로 수사한 팀을 입건하거나 징계할 의사가 없다"며 "서면으로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애초 요구했던 소환조사를 경찰이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물건을 현관에 던진 것만으로 협박죄가 되는지 의문이고 A씨가 경찰 조사에서 피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그 상태로 구속은 어렵다"며 A씨의 집에서 발견된 물증에 대해서는 "증거판단에 관한 의견은 기관마다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지만 더 많은 억울한 사람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이 자신을 강압적으로 연행하고 체포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해자 남씨도 최근 "피의자가 내 두 딸의 얼굴을 알고 있어 하루종일 밖에도 못 나가고 있다" "재수사를 해서 제발 우리 가족을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며 또다시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올린 상태다. 그는 "9개월간 우리가족을 공포에 떨게 했고, 증거물도 발견됐는데 왜 놔 준거냐"며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해야 구속을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갈등중인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애꿎은 시민만 불안에 떨고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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